메카 왕국天方國
이 나라는 바로 메카(默伽, Mekka) 왕국이다. 캘리컷 왕국에서 출항하여 서남쪽 신위(申位)를 향해 석 달 동안 항해하면 비로소 이 나라의 제다(秩達, Jidda)라는 항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곳을 다스리며 지키는 대두목이 있다. 제다에서 서쪽으로 하루를 가면 국왕이 사는 성이 나오는데 그곳이 메카 왕국이라 불리며, 회교를 신봉한다. 성인이 이 나라에서 교법(敎法)을 천명하여 널리 알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 나라 사람들은 모두 회교 율법에 따라 일을 행하면서 감히 조금도 어기거나 범하지 못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체구가 건장하며 몸과 얼굴이 붉은 빛을 띤 검은색[紫膛色]이다. 남자는 머리를 싸매고 긴 웃옷을 입으며 가죽신을 신는다. 아낙은 모두 머리덮개를 쓰며 절대 얼굴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 아랍어를 쓴다.
此國卽默伽國也. 自古里國開船, 投西南申位, 船行三箇月方到本國馬頭, 番名秩達, 有大頭目主守. 自秩達往西行一日, 可到王居之城, 名默加國, 奉回回敎門. 聖人始於此國闡揚敎法, 至今國人悉遵敎規行事, 纖毫不敢違犯. 其國人物魁偉, 體貌紫膛色. 男子纏頭, 穿長衣, 足着皮鞋. 婦人俱戴蓋頭, 莫能見其面. 說阿剌畢言語.
술은 나라의 법으로 금지하며 민간 풍속은 온화하고 아름답다. 가난에 시달리는 집이 없고 모두 회교 율법을 지켜서 범법자가 적으니 참으로 극락세계이다. 혼례와 상례는 모두 회교에서 정한 체례에 따라 행한다.
國法禁酒, 民風和美. 無貧難之家, 悉遵敎規, 犯法者少, 誠爲極樂之界. 婚喪之禮, 皆以敎門體例而行.
여기서부터 다시 한나절이 넘게 가면 이곳에서 카아바(Ka’aba)라고 부르는 천당 예배당에 도착한다. 예배당 주위는 성벽이 둘러져 있으며 466개의 문이 있다. 문의 양쪽은 모두 백옥석으로 기둥을 세웠는데, 그 기둥은 모두 467개로서 앞쪽에 99개, 뒤쪽에 101개, 왼쪽에 132개, 오른쪽에 135개가 있다. 그 건물은 오색의 돌을 쌓고 지붕은 사각형으로 평평하다. 내부는 침향목 다섯 개로 들보를 얹고 황금으로 누각을 지었으며, 내부 벽은 모두 장미로와 용연향을 흙에 개서 만들었기 때문에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위쪽은 검은 모시실로 그물 모양의 덮개를 만들어 얹고, 두 마리 검은 사자가 문을 지키고 있다. 매년 12월 10일이면 각 번국의 회교도들이 심지어 오는 데에 한두 해나 걸리는 먼 곳에서 찾아와 예배당 안에서 예배를 올리는데, 모두들 덮개의 모시실을 한 덩어리씩 잘라서 다녀갔음을 증명하는 기념품으로 삼아 가져간다. 덮개를 다 자르면 국왕은 또 미리 짜 놓은 다른 덮개로 위를 덮는데, 해마다 끊임없이 그렇게 반복한다.
自此再行大半日之程, 到天堂禮拜寺, 其堂番名愷阿白. 外週垣城, 有四百六十六門, 門之兩傍皆用白玉石爲柱, 其柱共有四百六十七箇. 前九十九箇, 後一百一箇, 左邊一百三十二箇, 右邊一百三十五箇. 其堂以五色石疊砌, 四方平頂樣. 內用沉香木五條爲梁, 以黃金爲閣, 滿堂內牆壁皆是薔薇露龍涎香和土爲之, 馨香不絕. 上用皂紵絲爲罩罩之, 蓄二黑獅守其門. 每年十二月十日, 各番回回人, 甚至一二年遠路的, 也到堂內禮拜, 皆將所罩紵絲割收一塊爲記驗而去. 剜割旣盡, 其國王預織一罩, 復罩於上, 仍復年年不絕.
예배당 왼쪽에는 이스마엘(司馬儀, Ismaël) 성인의 무덤이 있는데 그 봉분은 초록색 사부니(撒不泥, sabūni) 보석으로 만들었으며 길이는 한 길 두 자, 높이는 석 자, 너비는 다섯 자이다. 무덤을 두른 담장은 감청색과 노란색 옥을 쌓아 만들었고 높이는 다섯 자 남짓 된다. 성 안쪽 네 귀퉁이에는 네 개의 탑이 있는데 예배를 올릴 때마다 탑에 올라 합창하는 의례를 거행한다. 좌우 양쪽에는 조사(祖師)들이 설교하던 건물이 있는데 그 또한 돌을 쌓아 만들었고, 전체적인 장식이 지극히 화려하다.
堂之左有司馬儀聖人之墓, 其墳壠俱是綠撒不泥寶石爲之, 長一丈二尺, 高三尺, 闊五尺. 爲圍墳之牆, 以紺黃玉疊砌, 高五尺餘. 城內四角造四堆塔, 每禮拜, 卽登塔喝班唱禮. 左右兩傍有各祖師傳法之堂, 亦以石頭疊造, 整飾極華麗.
이곳의 기후는 사계절 내내 여름처럼 덥고 비나 번개, 서리, 눈은 전혀 없다. 밤에는 이슬이 아주 많이 내려서 초목들은 모두 이슬에 의지해서 양분을 흡수한다. 밤에 빈 그릇을 놓고 날이 밝을 때까지 모으면 그 이슬이 세 푼 정도 그릇에 고인다.
토산품으로 미곡(米穀)은 근소하고 모두 조와 보리, 검은 기장을 심는다. 채소 종류로는 수박과 참외가 있는데, 하나를 두 사람이 들어야 할 만큼 큰 것도 있다. 또 전화수(纏花樹)라는 것이 있는데 중국의 큰 뽕나무처럼 생겼다. 높이는 한두 길인데 일 년에 두 차례 꽃을 피우며 시들지 않고 오래 산다. 과일로는 포도와 대추야자, 석류, 능금, 큰 배, 복숭아가 있는데 개중에 큰 것은 무게가 네다섯 근이나 되는 것도 있다.
其地氣候, 四時常熱如夏, 並無雨電霜雪. 夜露甚重, 草木皆憑露水滋養. 夜放一空碗, 盛至天明, 其露水有三分在碗. 土產米穀僅少, 皆種粟麥黑黍. 瓜菜之類, 西瓜甜瓜, 每箇用二人擡一箇者亦有. 又有一種纏花樹, 如中國大桑樹, 高一二丈, 其花一年二放, 長生不枯. 果有葡萄萬年棗石榴花紅大梨子桃子, 有重四五斤者.
이곳에는 낙타와 말, 나귀, 노새, 소, 양, 고양이, 개, 닭, 거위, 오리, 비둘기도 아주 많다. 닭과 오리는 무게가 열 근이 넘는 것도 있다.
토산품으로는 장미로와 암바(俺八兒, ambar) 향, 기린, 사자, 타조, 영양, 아프리카 살쾡이, 그리고 각종 보석과 진주, 산호, 호박(琥珀, šahboī) 등이 있다.
其駱駝馬驢騾牛羊猫犬雞鵝鴨鴿亦廣. 雞鴨有重十斤以上者. 土產薔薇露俺八兒香麒麟獅子駝雞羚羊草上飛, 幷各色寶石珍珠珊瑚琥珀等物.
국왕은 금으로 탕카(倘加, tanka)라는 화폐를 주조하여 통용되는데 직경이 일곱 푼이고 무게는 중국 관청 저울로 한 전(錢)인데, 중국의 금에 비해 순도가 120% 뛰어나다.
其王以金鑄錢, 名曰倘加, 行使. 每箇徑七分, 重官秤一錢, 比中國金有十二成色.
또 서쪽으로 하루를 가면 메디나(驀底納, medina)라는 성에 도착하는데, 마호메트(馬哈麻, Muhammad) 성인의 무덤이 바로 이 성 안에 있어서 지금도 무덤 위에서는 강렬한 빛이 밤낮으로 구름에 닿을 듯이 치솟는다. 무덤 뒤에는 아비잠잠(阿必糝糝, ab-i zamzam)이라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물이 맑고 달콤하다. 서양으로 가는 사람들은 그 물을 떠서 배 주변에 저장해 놓았다가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면 즉시 이 물을 뿌리는데, 그러면 풍랑이 금방 가라앉는다.
又往西行一日, 到一城, 名驀底納. 其馬哈麻聖人陵寢正在城內, 至今墓上豪光日夜侵雲而起. 墓後有一井, 泉水淸甜, 名阿必糝糝. 下番之人取其水, 藏於船邊, 海中倘遇颶風, 卽以此水洒之, 風浪頓息.
선덕(宣德) 5년(1430)에 성조(聖朝)에서 정사태감내관 정화 등을 각 번국에 보내 조서를 낭독하고 하사품을 내리게 했는데, 함대를 나누어 캘리컷 왕국에 도착했을 때 내관태감 홍(洪) 아무개가 본국의 일꾼들이 그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통역사 등 일곱 명을 선발하여 허리띠와 사향, 자기 등을 가지고 본국의 배편으로 그곳에 갔다. 왕복 일 년이 걸렸는데 각종 기이한 보물과 기린, 사자, 타조 등을 매입하고 또 〈천당도(天堂圖)〉를 그려서 진본을 경사에 바쳤다. 메카 왕국의 국왕도 사신을 파견하여 토산품을 가지고 원래 그곳으로 갔던 통역사 등 일곱 명과 함께 중국 조정에 바치게 했다.
宣德五年, 欽蒙聖朝差正使太監內官鄭和等往各番國開讀賞賜, 分䑸到古里國時, 內官太監洪見本國差人往彼, 就選差通事等七人, 齎帶麝香磁器等物, 附本國船隻到彼. 往回一年, 買到各色奇貨異寶麒麟獅子駝雞等物, 幷畫天堂圖眞本回京. 其墨伽國王亦差使臣將方物跟同原去通事七人, 獻齎於朝廷.
경태(景泰) 신미년(辛未, 1451) 가을 보름, 회계산초(會稽山樵) 마환(馬歡)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