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의 이별南浦別 /당唐 백거이白居易
南浦淒淒別 남포에서 눈물어린 이별
西風嫋嫋秋 서풍 부는 소슬한 가을
一看腸一斷 돌아보면 창자 끊어지니
好去莫回頭 돌아보지 말고 잘 가시오
이 시는 대략 823년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52세 이전에 쓴 시로 보고 있다. 가을과 이별을 결합한 매우 간결하면서도 호소력이 짙은 대중적인 시이다.
남포는 남조 때 강엄(江淹)이 <별부(別賦)>에서 이별을 하는 장소로 사용한 이래 꼭 지명이 아니라도 이별을 연상하는 시어가 되었다. 그리고 서풍 부는 가을은 초나라 송옥(宋玉)이 <구변(九辯)>이라는 시에서 그 쓸쓸함을 슬퍼한 이래 슬픔과 결부되는 문학적 관행이 있다.
처처(悽悽)는 슬퍼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표현한 말이며, 요뇨(嫋嫋)는 가을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불어오는 모양을 나타낸다. 둘 다 적절한 우리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3구가 묘미가 있다. 시가 진행되다가 갑자기 방향을 꺾는 전구(轉句)의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났다. 3, 4구를 이어 산문에 다는 방식으로 짧게 토를 달면, ‘一看하면 腸이 一斷하리니, 好去하야 莫回頭하라’가 된다. 가다가 한번 돌아보면 그만큼 창자가 끊어질 듯 아플 것이니, 돌아보지 말고 바로 잘 가시라고 한다. 중국사람 어감으로는 ‘好去하야 莫回頭하라’가 되지만 우리말 어감은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잘 가라.’라는 말이다.
전에 중국에서 만든 《삼국지》나 《수호지》 드라마를 보면 정든 사람이 헤어질 때 읍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중국인들이 공수(拱手)하고 읍을 하는 모습이 이별의 감정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또 갈림길에서도 이별하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이별하는 것이 더 이별하는 실감이 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려의 정지상(鄭知常)이 쓴 송인(送人)은 대동강 남포에서 봄을 배경으로 쓴 시인데 만고의 절창으로 전해진다. 봄이든, 가을이든 이별하는 사람의 정리만큼 슬픔이 깊을 것이다.
365일 한시 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