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운수 트인 사내가 우연히 동정홍을 사고
페르시아인이 타룡의 껍질을 알아보다
第一卷 轉運漢遇巧洞庭紅 波斯胡指破鼉龍
이야기꾼 양반! 당신 말이 틀렸소. 그 나라의 은자가 그렇게 값어치가 없고 또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오랫동안 항해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비단 종류 가지고 나가는데 왜 은전은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거요? 한 번에 백배는 남길 텐데!
독자 여러분이 모르시는 것이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는 비단 같은 물건을 보면 다 물건으로 교환합니다. 우리 중국인도 다른 물건으로 바꿔야 이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그들에게 은전을 받고 판다면 그들은 모두 용봉이나 인물 무늬 은전을 가지고 교역을 해서 좋은 가격에 판다 해도 무게로 따지면 똑같다보니 도리어 좋을 게 없지요. 지금 그들은 먹을 것을 사는 것이다 보니 그저 하등의 돈으로 바꾼다고 여긴 것이고, 우리 쪽은 은전 무게만 따지니까 이득을 얻은 것입니다.
이야기꾼 양반, 또 틀렸소. 당신 말대로라면 향해하는 사람들이 왜 먹을 것만 사다가 저들의 하등의 돈과 바꾸지 않는 거요? 그러면 이익이 크지 않소? 많은 본전을 들여 저들의 상품을 사서 무엇 한단 말이오?
독자여러분, 그런 말이 아닙니다. 이 사람도 역시 우연히 그런 물건을 가지고 가서 기회를 만나 횡재를 한 것입니다. 만약 그런 마음을 품고 다음에 또 그런 것을 가지고 간다면 며칠 후에 운 없이 흐물흐물해질 수 있습니다. 문약허가 운이 풀리지 않았을 때 부채를 판 것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부채는 그나마 보관이 가능한 물건인데도 그랬는데 하물며 과일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하시면 얘기가 안 되지요.
딴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겠다. 한편 사람들은 거간꾼 우두머리를 배로 데리고 와서 물건을 팔았다. 문약허가 방금 일을 이야기해주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횡재하셨소 횡재! 우리가 같이 왔는데 오히려 밑천 없는 당신이 먼저 손쉽게 성공을 했소 그려.”
장대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사람이 재수 없다고들 했는데, 지금은 운이 트인 것 같구려.”
그리고는 문약허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은전들로 여기서 물건을 사려면 값어치가 얼마 안 될 거요. 차라리 동료들에게서 중국 물건을 몇 백 냥 어치 사시오. 그리고 육지에 올라가서 진귀한 토산품으로 바꿔서 가지고 돌아가면 큰 이득이 생기오. 쓸데없이 이 은전들을 지니고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나는 운이 없는 사람입니다. 본전을 투자해서 돈을 벌려 했지만 한 번도 원금을 까먹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본전도 없이 장사를 하여 우연히 요행을 만났으니, 이거야 말로 크나큰 행운입니다. 뭐 때문에 더 이득을 보겠다고 헛된 꿈을 꾸겠습니까? 만약 전처럼 또 본전을 까먹는다면, 설마 또 다시 동정홍 같은 좋은 벌이가 생기겠습니까?”
사람들이 모두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자이고 상품은 얼마든지 있소. 서로 융통해서 모두 이득이 생기는 것인데 안 될 개 뭐 있어요?”
“뱀에게 한 번 물리면 삼년동안은 새끼줄만 봐도 무서운 법입니다. 저는 상품 얘기만 해도 용기가 없어집니다. 그저 이 은전이나 잘 가지고 있다가 돌아가렵니다.”
사람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몇 배의 이익을 취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다니, 아깝다 아까워!”
이어 사람들을 따라 뭍에 올라 한 상점에 가서 서로 간에 값을 명확히 하여 물물교환을 했다. 약 반달 동안 문약허는 좋은 물건들을 많이 구경했으나, 이미 마음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마음에 두지 않았다. 사람들은 일을 끝내고 함께 배에 올라 신복(神福)19을 사르고 술을 마시고는 출항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갑자기 하늘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상황은 이러했다.
검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시커먼 파도가 하늘로 솟는구나. 뱀과 용이 춤을 추며 허공으로 높이 오르니 물고기와 자라는 황황히 물밑으로 숨네. 이리저리 표류하는 거대한 배는 정처 없이 떠도는 갈가마귀들 같고, 어릿어릿 보이는 섬들은 물에 빠질 듯 빠지지 않는 사다새 같구나. 배 안은 마치 쌀을 키질하는 듯, 배 밖은 끓고 있는 밥솥인 듯. 풍백(風伯)20이 너무 무정한 탓에 뱃사람들이 모두 파랗게 질려버렸네.
배 안의 사람들은 바람이 이는 것을 보고 돛을 끌어내렸으나 동서남북 할 것 없이 바람에 실려 표류했다. 그러다 저 멀리 섬 하나가 어렴풋이 보여 돛을 꼭 붙들고 오로지 그 섬 쪽을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름 아닌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섬이었다. 그 모습은 이러했다.
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잡초는 땅위에 무성하네. 황량한 오솔길은 모두 토끼와 여우의 흔적들. 땅은 평탄한 것이 위험한 곳은 아닌 듯. 망망하여 어느 나라 땅인지 알 수 없구나. 천지개벽 이후 사람이 오른 적이나 있었을까.
배 위의 사람들은 배 뒤에 닻을 던져두고 쐐기와 말뚝을 가지고 상륙하여 단단히 박아두었다. 그러고는 선실 쪽에 말했다.
“안심하시고 앉아 계십시오. 잠깐 바람을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문약허는 은자가 생겼기 때문에 날개라도 달고 집으로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서 가기만을 바라는 상황에서 이렇게 바람을 만나 우두커니 앉아서 기다리게 되니 마음속으로 매우 초조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려서 섬을 좀 살펴보겠소.”
“황량한 섬에 볼 것이 뭐가 있겠소?”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안 될 게 있나요?”
사람들은 모두 풍랑에 흔들려 어지러웠기에 모두 연신 하품을 하며 함께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문약허는 혼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뭍으로 뛰어올랐다.
이렇게 간 것으로 인해 이런 말이 있게 되었다.
십년 전 죽은 껍데기에서 신령이 살아나고, 일개 걸신에게 부귀가 찾아오는구나.
만약 이 설화인이 그와 동년배로 함께 자라고 점치지 않고도 앞을 내다보는 방법이 있었다면, 설사 다리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지팡이라도 짚고 그를 따라 갔을 것이고, 그래도 헛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문약허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 것을 보고도 결심을 굳게 하고 넝쿨에 의지해 섬 꼭대기까지 갔다. 그 섬은 다행히 그다지 높지 않아 힘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잡초가 무성하여 길이 좋지 않았다. 위로 올라가서 둘러보니 사방이 끝이 없고 자신은 그저 풀잎 하나에 불과한 듯하여 저도 모르게 서글퍼져 눈물을 떨구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렇게 총명한데도 평생 운명이 순조롭지 못했다. 가업은 망해버리고 이 한 몸만 남았구나. 이렇게 외국까지 와서 요행을 만나 자루 속에 은전 천 개쯤은 있게 됐지만, 그것들이 내 것이 될 운명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이제 절해고도 가운데 있으니 만약 사람들 사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면 목숨마저도 용왕에게 바쳐야 할 것 아닌가!’
한참 슬퍼하고 있는데 멀리 풀숲에 높이 솟은 것이 보였다. 그쪽으로 다가가 보니 침대만한 죽은 거북의 껍질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큰 거북이 있다니! 세상 사람들이 어디서 이런 것을 본 적이나 있을까?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거야. 내가 해외까지 나왔는데 외국 물건 하나 산 적이 없으니, 이걸 가지고 가면 역시 희귀한 물건이 되겠지.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괜히 말로만 했다가 소주 사람들 허튼소리 잘 한다는 소리나 듣지는 않을 테지. 또 한 가지, 이것을 톱질하면 덮개 하나 밑판 하나라 다리 네 개씩만 붙이면 침대 두 개가 될 것이니 그것도 신기하지 않겠는가?’
그는 곧 양쪽 발싸개를 풀어 이은 다음 거북 껍질 사이를 꿰어서 매듭을 묶어 끌고 갔다.
그가 배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양을 보고 모두 웃으며 말했다.
“문 선생은 어디서 또 무슨 배를 끌고 오시오?”
“여러분께 알려드리지요. 이게 바로 내가 해외에서 얻은 물건이외다.”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보니 마치 기둥은 없고 아랫부분만 있는 딱딱한 침대 같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말 큰 거북껍질이네! 이걸 끌고 와서 무얼 하려구요?”
“이것도 보기 힘든 것이니까 가지고 가렵니다.”
“좋은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으시더니 이걸로 무엇 하시려구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쓸모가 있겠소. 무슨 엄청나게 의심스러운 일이 생기면 그걸 태워 점을 보면 되겠소. 이렇게 큰 거북 약재도 없을 것이고.”
다른 이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거북기름 고을 때 그걸 가져가 부숴서 고으면 작은 거북껍질 몇 백 개 몫은 하겠소이다.”
그러자 문약허는 이렇게 말했다.
“쓸모 있든지 없든지 상관없습니다. 그저 보기 드문 것이고 돈도 안 들었으니 그냥 가지고 가렵니다.”
그러고는 바로 배 위의 선원을 불러 갑판으로 들어올렸다. 방금 산 아래에서는 공간이 탁 트여서 그저 그런 줄 알았는데 배에서 보니 갑자기 커 보였다. 만약 해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육중한 물건을 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고향에 도착해 사람들이 물으면 그저 문 선생은 이렇게 큰 거북 장사를 하고 왔다 하면 되겠구려.”
“웃지들 마시오. 좌우지간 쓸 곳이 있을 테고 절대 버릴 물건은 아닐 것이오.”
사람들이 비웃든 말든 문약허는 그저 득의만만해하며 물을 떠와서 안팎을 깨끗이 씻고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돈주머니와 짐을 모두 껍질 안에 넣고 끈으로 양쪽을 묶으니 커다란 가죽상자 같았다. 그는 혼자 웃으며 말했다.
“저것이 바로 쓸모가 생겼네?”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네! 좋은 생각이야. 문 선생은 역시 총명한 분이오.”
그날 밤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
다음날 바람이 수그러들자 배는 출발하였다. 며칠 안 돼 또 어느 곳에 닿았는데, 그곳은 복건 지방이었다. 배를 정박시키자마자 바다 손님들을 맞는 데 익숙한 거간꾼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장 씨 안녕하시오’ 하고 또 어떤 이는 ‘이 씨 안녕하시오’ 하며 끌고 붙잡고 하느라고 왁자지껄했다.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을 골라 그를 따라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머물러있었다.
사람들은 페르시아인이 하는 큰 가게로 가서 앉았다. 안에서는 주인이 바다 손님들이 왔다는 말을 듣고 급히 은자를 꺼내 요리사에게 술상 몇 십 개를 마련하라고 일렀다. 분부를 내리고 나서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 주인은 페르시아 사람으로 성이 희한하게도 마노(瑪瑙)의 ‘마’ 자였고 이름을 마보합(瑪寶哈)이라 하였다. 주로 바다 손님들과 진귀한 물건을 교환하였으며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항해 경험이 있어 서로 낯이 익었는데, 문약허만 그를 몰랐다. 그 사람을 살펴보니 그는 원래 페르시아 사람이지만 중국에 산 지 오래 되어 복장이나 언동이 모두 중국인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단지 눈썹과 수염을 깎은 것이나 푹 들어간 눈에 높이 솟은 코가 독특할 뿐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보고는 빈주의 예를 행하고 자리에 앉았다. 차를 몇 잔 마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대청으로 안내하였다. 주연이 이미 완비되어 있었는데 상차림이 매우 정갈하였다. 원래 배가 도착하면 주인은 먼저 한차례 융숭히 대접을 하고 난 뒤에 물건을 팔고 흥정을 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주인은 손에 국화무늬 법랑 술잔과 쟁반 한 벌을 들고 인사하며 말했다.
“여러 손님들이 상품목록을 보여주시면 자리를 정하기 쉽겠습니다.”
독자님들! 여러분은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겠지요? 원래 페르시아인은 이익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라 목록상에 고가의 진귀한 보물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를 상석으로 안내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상품의 가치에 따라 차례대로 앉게 합니다. 나이 불문에 존비 불문이었으니 이것이 줄곧 지켜온 관례인 것입니다.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은 상품이 귀하고 싸고 많고 적고 한 것을 서로 잘 알아 각기 마음에 짐작하고 있었기에, 모두 술잔을 받아 쥐고 각각 가서 앉았다. 단지 문약허 혼자만 남아 멍청하게 서 있었다.
주인이 말했다.
“이 손님은 뵌 적이 없는데 처음 외국에 나가셔서 물건을 많이 사오지 못하신 것 같군요.”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이 사람은 우리의 친한 친구입니다. 외국으로 놀러 나갔었지요. 돈도 갖고 있는데 물건을 사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어쩔 수 없이 말석에 앉게 해야겠군요.”
문약허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 말석에 앉았다. 주인은 끝자리에 앉았다. 술을 마시면서 누구는 오팔이 많다 하고 누구는 에메랄드가 얼마 있다 하면서 서로 자랑을 해댔다. 문약허는 점점 할 말이 없어졌고 마음속으로 조금 후회되었다.
‘지난번에 사람들 말대로 물건을 사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공연히 은자 수백 개를 자루 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네.’
그러다 또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말했다.
‘나는 원래 돈 한 푼 없는 사람 아니었나. 이제 이미 큰 행운을 만났으니 만족을 모르면 안 되지.’
혼자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술 마실 흥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벌주놀이를 하면서 질펀하게 마셨다. 주인은 노련한 사람이라 문약허의 시무룩한 심정을 알아차렸으나 그걸 말하기는 뭣해 그냥 술만 몇 잔 권하였다. 이윽고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며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실컷 마셨고 날도 늦었으니 어서 배로 돌아가야겠소. 거래는 내일 합시다.”
주인은 술자리가 파하자 정리하고 잠을 잤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우선 해안가의 배 쪽으로 가서 여러 손님에게 인사를 하였다. 주인이 배에 올라 한번 훑어보니 선창 안에 한 육중한 물건이 먼저 눈에 띄어 깜짝 놀라 말했다.
“이것은 어느 분의 보물입니까? 어제 술자리에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팔 것이 아닌가요?”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은 저희 친구 문 형의 보물입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을 보태었다.
“이건 안 팔리는 물건입지요!”
주인은 문약허를 한 번 보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노기를 띠고 사람들을 원망하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들과 거래한 지 오래되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저를 놀리는 겁니까? 제가 새 손님에게 실례를 범하고 말석에 앉으시게 하다니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그러고는 문약허를 잡아끌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흥정은 천천히 하고, 배에서 내려서 손님께 용서를 빌게 해주십시오.”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문약허와 알고 지내는 몇 사람과 호기심 많은 몇몇 은 좀 심상치 않다고 여겨 모두 십여 명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뒤쫓아 다시 그 가게로 갔다.
주인은 문약허를 데려와서는 의자를 내어 사람들이 뭐라건 상관 않고 그를 윗자리에 앉혔다.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우선 앉으시지요.”
문약허도 어리둥절하였다.
‘믿을 수가 없구나. 이 물건이 보물이라니. 설마 이런 행운이?’
주인은 안으로 들어갔다가 곧 다시 나왔다. 또 사람들을 어제 술 마셨던 곳으로 안내했는데, 벌써 술상이 몇 개 차려져 있었다. 상석의 탁자는 먼저 번보다 더욱 그럴싸했다. 주인은 술잔을 문약허를 향한 채 한 번 읍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분은 마땅히 상석에 앉으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가져오신 배 안의 모든 물건은 다 합해도 이 분의 것에 못 미칩니다. 어제는 정말 실례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반신반의하면서 함께 앉았다. 술이 세 순배 돌자 주인은 입을 열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아까 그 물건은 팔 의사가 있으신지요?”
문약허는 영리한 사람이라 내친 김에 대답하였다.
“좋은 값이라면 왜 안 팔겠습니까?”
그 주인은 팔겠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을 활짝 펴며 일어났다.
“정말 파신다면 그저 말씀하시는 가격에 따르겠습니다. 감히 돈을 아낄 수 없지요.”
문약허는 기실 얼마나 나가는지 몰라서 적게 부르면 값을 모른다 할 것 같고, 많이 부르면 비웃음을 살 것 같았다. 그는 궁리를 하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지경이었지만 도대체 가격을 부를 수가 없었다. 장대는 문약허에게 눈짓을 하고 손을 의자 뒤로 돌려 손가락 세 개를 세우고 다시 검지로 허공에 사선을 그었다.
“아예 이렇게 요구하시오.”
문약허는 고개를 내젓고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말했다.
“이 값은 입 밖에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주인이 그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얼마면 되겠습니까?”
장대는 짓궂게 말했다.
“문 선생의 손짓을 보니 일만을 요구하는 것 같소이다만.”
주인은 하하 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팔려는 게 아니고 저를 놀리시려는 것이군요. 이런 보물이 어떻게 그것밖에 안한답니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져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문약허를 끌고 가서 의논을 하였다.
“횡재요 횡재! 값이 엄청 나가나 본데! 우리는 정말로 어떻게 값을 정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문 선생이 값을 아주 크게 부르고 그 사람더러 흥정하게 하는 편이 낫겠소.”
문약허는 줄곧 말문이 막히고 부끄러워 말하려다 또 그만두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노련하게 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주인은 또 독촉했다.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문약허는 할 수 없이 오만 냥을 요구하였다. 주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황송합니다. 그런 값이 아닌데요.”
그러더니 장대를 끌고 가서 몰래 물었다.
“여러 손님께서는 해외를 왕래하신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모두들 손님을 장식화라 하는데 어떻게 이 물건의 내막을 모르실 수가 있습니까? 필시 파실 마음도 없이 저를 놀리시는 것이군요.”
“사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은 내 친한 친구인데, 저희를 따라 해외에 놀러 나갔던 사람이라 물건은 사지 않았습니다. 방금 그 물건은 바람을 피해 섬에 머물다가 우연히 얻은 것이고, 값을 매겨서 팔려 했던 게 아닙니다. 그래서 가격을 모르는 것입니다. 만약 정말로 오만 냥을 그 사람에게 준다면 충분히 일생을 부귀하게 지낼 것이고 그 사람도 흡족해 할 겁니다.”
“그렇다면 손님이 보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후히 사례할 테니 절대 마음이 변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러고는 점원 아이를 시켜 문방사우를 가져오게 했다. 주인은 계약용 고급 종이를 접고는 붓을 장대에게 건네주었다.
“수고스럽지만 손님께서 나서서 계약서를 써주시면 거래가 원만히 이루어 질 것입니다.”
장대는 함께 온 한 사람을 가리키며
“이 저중영(褚中潁)이란 분이 글씨를 잘 씁니다.”
하고는 종이와 붓을 그에게 넘겼다.
저중영은 먹을 듬뿍 갈고 종이를 펼치고는 붓을 들어 썼다.
장승운 등은 다음과 같은 계약을 체결함. 오늘 소주 객상 문실은 외국에서 가져온 큰 거북껍질 하나를 페르시아인 마보합의 가게에 매도함. 은 오만 냥에 거래가 성립됨. 계약 체결 후 갑은 물건을 주고 을은 돈을 주며 양쪽 모두 이를 어겨서는 안 됨. 계약을 어기는 자는 벌금으로 그 배를 물릴 것임. 이상 계약을 증명함.
19 신복(神福): 귀신의 화상을 그린 종이로 제사를 지낼 때 불사른다.
20 풍백(風伯): 바람의 신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