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릉에게 시를 지어 주면서 이별하다贈鮑舂陵別 /남북조南北朝 오균吳均
落葉思紛紛 낙엽 보면 생각 분분한데
蟬聲猶可聞 매미 소리는 들을 만하네
水中千丈月 물 속에는 천 길의 달빛
山上萬重雲 산 위에는 만 겹의 구름
海鴻來倏去 바다의 기러기 왔다가 가고
林花合復分 나무의 꽃 합쳤다 떨어지네
所憂別離意 슬퍼하는 그대 걱정하노라니
白露下霑裙 흰 이슬 내려 치마를 적시네
‘사분분(思紛紛)’은 낙엽이 분분히 떨어져 상념에 젖는다는 말이 아니라 떨어지는 낙엽이나 떨어진 낙엽을 보고 여러 생각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임화합부분(林花合復分)’은 나무에 꽃이 피었다가 다시 지는 것을 말한다. 바다의 기러기가 왔다가는 금방 다시 가고 꽃이 피었다가 다시 또 떨어진다는 것은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세상 이치를 만한 것이다.
‘소우별리의(所憂別離意)’는 ‘근심스러운 것은 이별하는 마음’이라는 말인데, 이 말의 의미는 기러기가 왔다가 가는 것이나 나무에 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은 모두 세상의 이법(理法)이라 친구가 떠나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지만, ‘떠나가면서 슬퍼하는 친구의 마음을 내가 걱정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달밤에 서성이다 보니 치마가 흰 이슬에 젖었다는 말이니, 이는 바로 친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린 말로 이 시의 가장 정신이 깃든 대목이다.
어제 TV에서 인간 극장 <어머니와 아들>을 보니, 택배를 하는 아들이 집에 혼자 있는 노모를 걱정하여 틈틈이 전화를 하면 그 노모가 또 택배를 하는 아들을 오히려 걱정하는 장면이 여러 형태로 나왔다. ‘소우별리의(所憂別離意)’는 바로 그러한 마음을 노래한 것이니, 아침에 이 시를 받고 떠나가는 포용릉(鮑舂陵)의 기분이 어떠하겠는가?
‘증(贈)’은 일종의 선물로 주는 시이니, 이런 아름다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선물은 정성이다’라는 말에 값하는 시일 것이다.
이 시가 어딘지 모르게 덜 완성된 것 같고 전체적인 구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고시(古詩)이기 때문에 그렇다. 당송 이후의 시들은 시의 율격과 의미, 구성이 치밀하지만 이처럼 육조 이전의 시들은 다소 질박한 면이 있다.
오균(吳均, 469~520)은 지금의 절강성 오흥(吳興)에서 태어나 남조 양나라 때 심약(沈約)과 유운(柳惲) 등의 추천을 받아 당대의 문한(文翰)을 담당한 인물이다. 그는 문학뿐만이 아니라 사학에도 뛰어나 《후한서》에 주석을 내고 《십이주기(十二州記)》, 《전당선현전(錢塘先賢傳)》등을 저술하고 문집도 남긴 저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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