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찬(李時燦 北京大學 博士課程:現在 淸州大 中文科 敎授) 진행/정리
이시찬 : 우선 최근 대륙의 중국소설연구는 어떤 새로운 추세와 특징이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류융창 : 이건 아주 큰 질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얼마 전에 그러니까 20세기 말에 중국학계에서는 공통된 과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20세기 중국학술을 총결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총결산 가운데는 당연히 중국소설연구의 총결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총결산은 20세기 학술연구에 대한 일종의 회고성 결산으로 20세기 이후 학술발전의 전망에 관해서는 그다지 많은 견해가 개진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앞일을 예견하는 것은 비교적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견해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 상황을 보면 20세기 중국소설연구의 발전과정과 비슷한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중국소설 연구과정 속에서 20세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학술자료의 발굴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학술자료의 발굴 후에 일련의 연구 범례라는 여러 과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저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20세기 중국소설의 연구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추세가 드러나고 있는 듯한데, 그것은 바로 자료의 발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비교적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가 더욱 정밀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그다지 주의를 하지 않았던 소설자료의 발굴을 포함해서 새로운 기술수단으로 이러한 자료들을 정리해나가고 있는데 이 또한 학계에서 비교적 관심을 가지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방금 말씀드린 20세기 초 소설연구발전의 방향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현 단계의 자료에 대한 진일보한 발굴과 정리가 진행되면, 향후 십여 년 혹은 좀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학술연구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추세에 관해서 구체적 예시를 한다는 것은 좀 곤란합니다.
이시찬 : 선생님께서는 중국 고대소설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거나, 이후의 중국 고대소설연구는 어떤 새로운 진로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류융창 : 이건 훨씬 더 큰 질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 말씀드리면 비교적 주의해야할 문제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기존의 연구 자료와 연구 성과를 새롭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방금 말씀드린 학술성과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연구 성과에 대해 그 발전과정에서 존재하는 문제를 새롭게 정리하고,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연구 과제를 찾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리와 종합에 관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20세기 80년대 이래로 새로운 연구방식을 운용하여 소설연구를 하는 일이 아주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독특한 것은 문화적 관점으로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이 소설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일련의 흥미 있는 연구 과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화연구는 결국 문학연구와 일정한 거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래의 중국소설연구는 훨씬 더 많이 소설 텍스트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 자체에서 출발하는 문학연구가 훨씬 더 주의할 만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러한 텍스트의 문학연구와 관련한 것인데 바로 소설이론에 관한 사색입니다. 20세기 중국소설연구 가운데는 한 가지 명확한 추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제가 일찍이 한 편의 논문 속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근대의 중국소설연구자들이 근대에 시작된 서구 문학이론이 중국에 유입된 이후 서방의 방법으로 중국소설의 현상을 규정짓는 것을 언급한 현상인데, 즉 서구의 학술이론과 소설양식으로 중국소설을 덮어씌우는 현상은 아주 보편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이론연구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토대에서 중국소설의 실제적인 이론체계를 접목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연구를 종합정리하고, 텍스트 자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과 이론상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 중국소설연구의 미래에 비교적 중요한 세 가지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시찬 : 선생님께서 만약 한국의 중국소설 연구자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류융창 : 아주 유감스럽습니다만, 몇몇 학술회의석상에서 한국의 중국소설 연구자들과 만나본 것 외에 제가 한국의 중국소설연구학계의 중국소설에 대한 연구 상황에 대해 그다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언어의 문제로, 중국학자로 말하면 한국학자의 연구 상황을 이해하고자 함에 있어서 언어가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제 관점에서는 한국학자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중국학자들에게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학자는 이러한 언어문제에 있어서 우월성을 갖추고 있고, 그 분들이 중국어문에 비교적 정통하기 때문에 중국학자가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비록 한국소설연구계가 몇 명의 중국학자를 포함해서 한국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소설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지만, 한국에 훨씬 더 많은 다른 중국소설의 자료와 관련한 발굴이 있는지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이시찬 : 그리고 선생님의 치학방법과 현재의 연구 성과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류융창 : 이 점에 대해서 제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연구 성과가 그다지 많지 않아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제 연구를 귀납시켜 보자면 아마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소설 예술형상의 구성, 특히 비현실적 형상의 구성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출판된 네 권의 중국소설연구서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모두 이러한 연구과제와 관련된 『서유기(西游記)』연구, 중국신화와 소설의 관계에 관한 연구 등을 포함해서 모두 이러한 방면에 속합니다. 그 외에 저는 명청시대 단편백화소설이 갖는 중국소설의 줄거리 유형 및 이러한 소설들의 지역성 연구에 비교적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이러한 방면에 몇 편의 논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시찬 : 그러면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향후 연구계획에 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류융창 : 이후의 연구계획은 만약 장기적인 계획으로 말씀드리면 큰 프로젝트가 없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대학 내의 몇 가지 연구과제와 제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몇 가지 작은 주제, 그 외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소설연구와 관련한 문제로 주로 ‘중국소설사속설(中國小說史續說)’을 집필하는 것이 아마 향후 일이년 가장 주요한 작업이 되겠습니다.
[엮은이 주: 이 글은 원래 『중국소설연구회보』 제36집(1998년 11월)에 실린 것을 엮은이가 수정 보완했다.]
[참고] 류용창(劉勇强, 1960~ ) 교수 소전(小傳)
1988년에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중문과(中文系)에서 「『서유기』논요(『西游記』論要)」(지도교수: 吳組緗·周强)라는 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지금은 베이징대학(北京大學) 중문과 부교수이다. 주요 저작으로는 『奇特的精神漫游:「西游記」新說』(北京 三聯書店, 1992), 『中國神話與小說』(大象出版社, 1997)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論“三言二拍”對『夷堅志』的繼承與改造」(『文學遺産』 1995년 제4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