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타이완 관광을 하다보면 중국어 수업시간이나 교재에서 배우지 못한 신기한 먹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타이난에서 먹어 본 음식 가운데 특이했던 것 가운데 하나인 棺材板(Guāncai bǎn)은 ‘棺材’라는 글자 그대로 시체를 넣는 관 모양으로 생겼는데 이름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맛과 모양도 특이하다. 우선 식빵을 두툼하게 썰어서 기름에 살짝 튀겨 겉 표면을 바삭바삭하게 만든 다음, 윗부분을 관 두껑처럼 열고 그 속에 크림스프 비슷한 것을 채워 넣고 먹는 음식이다.
서양음식 가운데 bread bowl은 하드롤에 크림스프나 파스타 등을 넣어서 빵이 음식을 담는 식기처럼 사용되는데, 棺材板은 하드롤 대신 튀긴 식빵을 사용해서 그 속에 크림스프를 넣는 것이다. 식빵을 튀겨 만든 관 속에는 크림스프 이외에도 국수나 고기볶음 등을 넣기도 한다. 이것의 모양이 관처럼 생겨서 棺材板이라고 하는데 사실 관이라고 하는 물건이 주는 느낌이나 어감은 그리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살짝 한자를 교체해서 官財板이라고 바꿔 쓰기도 한다. 官財는관직과 재물을 의미하며, 棺材와 官財는 발음이 똑같다. 일부 가게에서는 간판에도 官財板이라고 써 붙여 놓기도 했지만 원래 브랜드는 棺材板이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棺材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棺材는 일단 사전적 의미 그대로 시체를 넣는 물건으로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棺材의 발음이 官財와 동음인 관계로 관직에 나가거나 재물을 얻는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사람들은 높은 관직에 오르고 많은 재물을 얻고 싶은 마음에 열쇠고리나 핸드폰에 관 모양의 작은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면서 부적처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도장을 넣는 조그만 도장집을 관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며, 애완용으로 기르는 여치나 귀뚜라미를 관 모양의 통에 담아 두기도 한다. 일부 중국인들은 棺材를 몸에 지니고 있으면 관직과 재물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타이완의 먹거리 棺材板은 원래 관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지만, 같은 발음의 글자를 활용해서 좋은 의미를 부여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타이완 관광을 하다보면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음식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파인애플은 중국 대륙에서는 ‘菠蘿’(bōluó)라고 부르는데 타이완에서는 ‘鳳梨’(fènglí)라고 말한다. 타이완에서 파인애플은 과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타이완 관광을 하다보면 파인애플 모양으로 만든 기념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타이완에 특별히 파인애플로 만든 기념품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타이완에서는 ‘鳳梨’를 사투리인 台語(閩南話)로 ‘oŋlai’라고 발음한다. 이 발음은 ‘旺來’와 해음(諧音)관계로 대만에서 파인애플은 ‘好運旺旺來’를 의미한다. (해음(諧音) : 같거나 비슷한 발음) 타이완에서는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파인애플 모형을 선물하기도 하고, 집안에 장식물로 꾸미기도 한다.
타이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신기한 열대과일을 먹어보는 일이다. 석가모니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釋迦 석가’(Shìjiā)라고 부르는 과일은 우리나라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과일이지만 타이완에서는 여름철 어디에서나 손쉽게 맛볼 수 있다.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釋迦’를 골라 초록빛 울퉁불퉁한 껍질을 열면 속에는 검정색 씨를 감싸고 있는 하얀 과육이 있는데, 이 과육은 떠먹는 요구르트처럼 흐물흐물한 상태가 되면 맛나게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釋迦라는 이 과일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약간 억지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釋迦’의 발음과 事佳(shìjiā)가 동음이다. 타이완 사람들은 釋迦를 먹으면서 이 과일의 이름처럼 일(事)이 잘 풀리도록(佳)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타이완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종종 재미있는 간판이나 광고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문구도 잘 살펴보면 새롭게 깨닫고 알게 되는 사실이 있어 행복하다.
중국어로 ‘柴鱼’(cháiyú)라고 하면 말린 북어를 뜻하기도 하고, 다랑어를 말린 ‘가쯔오부시’ (カツオブシ 鰹節)를 가리키기도 한다. 어떤 가게에서는 ‘柴鱼’(cháiyú)의 발음과 비슷한 財餘(cáiyú)라는 글자를 사용해서 ‘柴鱼, 財餘也’라는 광고 문구를 만들어 냈다. ‘柴鱼’라는 그저 단순한 생선 이름에 財餘(재물이 풍성하다)라는 의미를 부여한 센스가 돋보인다. 우리는 이 짧은 광고 문구를 통해 그들이 재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은 새해 인사도 “부자가 되세요”라는 의미로 “恭喜發財”(Gōngxǐ fācái)라고 말하고, 돈을 버는 것과 관련된 8자를 좋아하는 등, 중국어에는 돈과 관련된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중국사람 뿐 아니라 세상사람 누구나 돈을 좋아하겠지만. 중국 사람들의 재물에 대한 사랑 표현은 눈여겨 볼 만 하다. 棺材板이라는 먹거리 이름에서 棺材 대신 官財의 의미를 부여한 것만 봐도 재물이나 권력에 대한 그들의 바람 얼마나 대단한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품의 브랜드나 광고에는 일반적으로 해음자를 활용해서 좋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때로는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棺材에 官財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官財에 棺材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일까? 사실 알고 보면 官財와 棺材가 동음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높은 관직에 있고 재물이 많은 사람들이 그 권력과 재물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권력과 재물이 오히려 棺材로 들어가는 길이 된다는 것을 ‘언어’가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2016 丙申年에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官財와 棺材가 동음인 특별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타이완의 음식을 먹는 가운데 중국어의 재미와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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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