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진한문陳漢文 길상호吉祥壺

이 차호는 등롱을 닮은 형태로, 높은 다리와 높은 목을 가지고 있다. 누름뚜껑이 활모양으로 솟아있으며, 뚜껑의 가장자리 선은 각져있는데 차호 입구와 잘 들어맞는다. 물대는 세 번 꺾여 있으며, 차호 몸체 중간 부분에서 직각으로 뻗어 나와 물의 압력이 강하고 흐름이 원활하다. 이는 청대 차호 주둥이의 특징이다.고리형 손잡이 위에 장부를 두었고, 뚜껑 꼭지는 차호 몸체를 그대로 축소한 것과 같은 형태로, 그 모습이 매우 훌륭하다. 차호의 태토는 자사니로 만들었는데 잡티 없이 가늘고 깨끗하며 광택이 난다. 기품이 단정하고 장중하며 수려하고 우아하니 명인의 작품이다. 바닥에는 “형계荆溪漢文”이라는 양각의 전서체로 새긴 사각 도장이 찍혀 있다.

진한문陳漢文은 청나라 옹정, 건륭 연간의 이싱 사람으로, 그가 진자휴陳子畦의 아들이자 진명원陳鳴遠의 동생이라고도 한다. 차호를 잘 만들고, 니료를 잘 배합하였는데 특히 포사 기법을 잘하였다. 그의 작품은 질박하고 아름다우며 정교하여 이전 명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는 진한문이 제작한 작은 사각 차호를 소장하고 있는데 차호 몸체 한쪽에는 연꽃 무늬가 퇴화堆花 기법으로 장식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건륭 황제가 지은 시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또 다른 작품인 대형 사각 차호도 퇴화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바닥에는 “건륭년제乾隆年制” 네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차호는 형태가 아름답고 제작 기술이 뛰어나 황제를 위해 제작된 황실용 다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