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혜일공惠逸公 옥주호玉柱壺

이 차호는 주홍니朱紅泥으로 만들어져 태토의 질감이 완전히 붉은데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여덟 잔 용량의 물을 담을 수 있고 바닥에는 ‘일공逸公’의 서명이 있다. 차호 몸통은 옥처럼 둥글고 매끄럽고, 차호의 입구와 바닥은 곧으며, 누름 뚜껑壓蓋은 둥글고 매끄러워 입구와 잘 맞물린다. 주둥이가 곧게 뻗어 우뚝 서 있고, 긴 고리형 손잡이가 평형을 이루며, 뚜껑 꼭지는 높은 기둥에 꼭대기가 둥근 모습으로 매우 창의적인데 기품 있고 아름다우며 옥기둥처럼 생겨 친근하다.

혜일공은 옹정, 건륭 시대의 자사호 명인으로, 위로는 혜맹신을 따르고 있다. 그가 언제 태어나고 사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사서에도 기록이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의 작품이 세상에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 그의 차호 예술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혜맹신의 차호는 중후하고 질박하면서도 정교함을 갖추고 있는데, 혜일공의 차호는 정교함에 뛰어나지만 중후함과 질박함은 부족하여 약간 처질 뿐이다. 아마도 혜일공은 혜맹신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으며, 직접 그 기법을 전수하였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일공의 서법은 실체가 없어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데, 해서, 행서, 초서 모두 당나라 사람의 유풍이 있다. 또한 대나무 칼, 쇠칼 등을 두루 갖추고 기물 위에 새기는데, 춤추며 날아다니듯 가볍기도 하고 가라앉듯 무겁기도 하여 건륭, 가경 이후의 도예가들이 따라갈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