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wan의 먹거리, 먹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쁨 (2)

지금 생각해 보면 4년 유학생활 동안 먹어보고 경험한 타이완의 먹거리와 식당만 소개하려고 해도 책을 한 권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나의 하루하루는 아침부터 야식까지 타이완의 넘쳐나는 먹거리로 풍요로웠다. “똑같은 음식을 이틀 연속해서 먹지 말자”. “매일매일 매끼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자”를 나의 좌우명으로 삼다시피 하면서 아침부터 야참까지 ‘먹방’의 주인공으로 살았다.

아침에는 수업가기 전에 早點(zǎodiǎn)으로 먹방을 시작했는데, 학교 정문 앞 가게에서 豆漿(dòujiāng) 한 봉지에 蛋餠(dànbǐng)을 사먹고, 다음날은 메뉴를 바꿔서 蘿蔔糕(luóbogāo)나 饅頭(mántou), 包子(bāozi), 水煎包(shuǐjiānbāo), 蔥餠(cōngbǐng) 등을 차례로 맛보았고,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골목을 누비며 飯團(fàntuán)이나 刈包(台:kuah-pau) 등을 사다 먹기도 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시내로 나가서 느긋하게 虱目魚粥(shīmùyúzhōu)를 사먹고 들어온 적도 있다. 타이완 친구들은 대부분 아침 1교시 수업이면 교실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三明治(sānmíngzhì: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간편하게 먹었는데, 나는 주로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음식을 찾아 먹었다. 샌드위치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하니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1년에 365번 밖에 먹을 수 없는 아침 식사를 대충 먹을 수는 없었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인이 먹는 음식을 찾아 먹고 시장 골목의 허름한 좌판에서 그 지방의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한다. 중국이나 타이완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아침식사로 많이 마시는 豆漿은 쉽게 말하면 두유다. 사전에는 콩국으로 해석되어 있기도 한데 우리나라 콩국과 다르다. 豆漿은 주로 설탕을 넣어서 달콤하게 해서 먹지만 소금을 넣어서 짭짤하게 먹기도 한다. 요즘은 주로 1회용 컵에 담아서 포장을 해주는데 예전에는 그냥 비닐봉지에 담고 빨대를 하나 꽂아서 판매하기도 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豆漿이 제격이지만, 추운 겨울날 아침에는 따끈한 豆漿 한 그릇은 움츠린 몸을 녹이는데 그만이다. 타이완의 겨울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추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영하로 떨어지는 한파는 없지만 습도가 높은 으슬으슬한 겨울 날씨가 뼛속까지 시리게 만든다. 이때 따끈한 豆漿 한 그릇은 보약 한 사발 마신 것 이상으로 재충전되는 느낌을 준다. 기호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뜨끈한 豆漿에 날계란을 하나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계란을 풀어서 익힌 걸쭉한 豆漿 한 그릇을 마시면 몸보신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따뜻한 두유에 날계란을 넣어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아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타이완에 가서 한 번 맛보기를 바란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다.

타이완의 蛋餠은 글자 그대로 계란 부침개다. 중국 대륙에서 맛볼 수 있는 煎餠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각기 다른 맛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蛋餠은 우리나라에서 해먹는 밀가루 부침개에 달걀을 추가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철판에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익힌 다음 그 위에 계란을 풀고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봉지에 담아 준다. 그리고 간장소스나 매운 맛 소스를 추가해서 먹는다. 蛋餠은 타이완의 학생들이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메뉴 가운데 하나로, 밀가루 부침에 달걀하나 풀어 얹은 것이 무슨 맛이 있겠냐 생각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소스 양념이 색다름을 선사한다.

蘿蔔糕는 무로 만든 떡으로 타이완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음식이지만 대륙에서는 남쪽의 복건이나 광동쪽에서는 맛볼 수 있어도 기타 지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饅頭와 包子는 타이완이나 대륙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다. 水煎包는 증기로 찐 것이 아니고 군만두처럼 팬에 지진 만두인데 마지막에 물을 넣고 구워서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蔥餠은 밀가루 반죽에 파가 듬뿍 넣어 만든 것으로 빵처럼 구운 것도 있고, 파이처럼 납작하게 튀긴 것도 있다. 蔥餠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지역마다 각각 맛과 모양이 다르다.


蘿蔔糕 (사진출처:keeprecipes.com)

飯團은 肉鬆(ròusōng)과 菜脯(台:tshài-póo) 그리고 老油條(lǎo yóutiáo)를 넣어서 만든 찹쌀 주먹밥으로 한 덩어리만 먹어도 든든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타이완의 飯團을 생각하면 입 안에 침이 고인다. (菜脯(台:tshài-póo)는 쉽게 말해서 대만식 무말랭이로 蘿蔔乾 (luóbo gān)을 말한다.)


飯團 (사진출처: n8706003.pixnet.net/)

刈包는饅頭처럼 생긴 하얀 찐빵인데, 饅頭와 달리 중간에 내용물을 채워 넣을 수 있게 생겨서 햄버거처럼 사이에 고기, 야채 등을 넣어서 먹는다. 刈包는 台語로 kuah-pau라고 발음한다.


刈包 (사진출처:九鼎餐坊 www.9-ding.com.tw)

虱目魚는 동남아 일대에서 서식하는 아열대 어종으로 타이완에서는 주로 양식하고 있으며 타이완 사람들이 즐겨먹는 생선이다. 虱目魚를 넣어 끓인 죽(粥)은 타이완의 대표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다.


虱目魚粥 (사진출처:快乐爱台湾 www.happygogo.com.tw)

세계 어느 곳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타이완의 먹거리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를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먹거리를 알아나가는 가장 좋은 공부방법은 역시 직접 가서 먹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글로 접하는 먹거리 여행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먹거리에 대해서 알아나가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름과 재료 그리고 맛을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그 속에 담겨있는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생활과 생각까지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타이완의 음식을 통해 타이완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
나는 타이완 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형성된 밥상 공동체를 통해 배운 내용이 학교 다니면서 배운 것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유학 시절, 하루는 친구가 나에게 퀴즈를 냈다.

“請問, 木魚掉到水裡會變成什麼?” (목탁이 물에 빠지면 무엇으로 변할까?)

이 넌센스 퀴즈는 중국 대륙에서는 통하지 않는 유머지만 타이완에서는 널리 알려진 재미있는 퀴즈이다. 스님들이 사용하는 목탁(木魚)이 물에 빠지면 무엇이 되느냐는 문제인데 여기서 답은 ‘虱目魚’가 된다. ‘虱目魚’의 발음이 ‘젖은 목탁’이라는 의미의 ‘濕木魚’와 동음이기 때문이다. ‘虱目魚’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전혀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한국에서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요리를 먹어보고 그 요리의 이름과 재료를 알고 맛을 느끼게 되면 그것을 통해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by 송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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