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화열전海上花列傳-서序

서(序)1

이 책은 타일러 깨우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치밀하게 묘사한 곳은 마치 그 사람을 보는 듯하고, 그 소리를 듣는 듯하다. 독자들은그 말을 깊이 음미하며 풍월장 속을 들여다보면서도 싫어서 회피하거나 혐오할 틈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인명과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결코 특정인이나 사건을 가리키는 바는 없다. 어떤 사람은어떤 사람을 숨긴 것이고, 어떤 사건은 어떤 사건을 숨긴 것이라고망언을 하면 독서를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이야기하기부족하다 할 것이다.

탄사(彈詞)2에 실린 소주(蘇州) 방언 대부분은 속자(俗字)이지만 오랫동안 통용되어 모두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소주 방언을 사용하였고, 대체로 연의(演義)소설은 고증에 얽매일 필요도 없었다. 다만소리는 있으나 글자가 없는 것, 예를 들면 ‘하지 마라’라는 뜻의 ‘물요(勿要)’ 두 글자는 소주 사람들이 매번 다급하게 부를 때면 한 음으로 소리를 내는데, 만약 물요(勿要) 두 자로 적으면 당시의 상황에맞지 않는다. 또한 다른 글자로 대체할 수 없기도 하여 물요(勿要)를 하나로 붙여 썼다. 독자들은 물(覅)이라는 글자가 원래 없는 글자로, 이 두 개의 한자를 하나의 음으로 읽어야 된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口 + 殳’ 음은 안(眼)이고, ‘嗄’음은 가(賈)이다. ‘내(耐)’는 너(你)를 말하며, ‘리(俚)’는 저(伊) 등을 말한다.독자들이 스스로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이에 더 이상 덧붙이지않는다.

소설 전체의 서사법은 《유림외사》에서 발전된 것이지만, 천삽장섬법(穿揷藏閃法)만은 기존의 소설에 없었다.

물결 하나가 다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물결이 일어나거나 혹은연이어 십여 개의 물결이 일어난다. 동에서, 서에서, 남에서, 북에서갑자기 일어나고 손 가는 대로 서술하여 완결된 사건은 결코 하나도 없지만, 작품 전체에서 한 오라기도 빠짐이 없게 된다. 그것을 읽어보면 문자로 표현되지 않은 뒷면에 많은 문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비록 명백하게 서술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천삽법이다.

갑자기 허공을 가르고 와 독자로 하여금 그 까닭을 모르게 만드는데, 급히 뒷 문장을 보지만 뒷 문장에서는 또 그건 버려두고 다른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다른 사건에 대한 서술이 끝날 때쯤 그 까닭이 다시 설명되는데 그 까닭이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다가 전체가 드러나고 나서야 앞에서 서술한 것 중 어느 한 글자도 헛된 것이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장섬법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문장은 읽는 바와 같이 그대로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문장이 반을 차지하며 자구(字句) 사이에 감춰져 있어 수십회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독자들이 조급하여 기다리지 못할까 봐 특별히 먼저 한두 가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예를 들어 왕아이의 이야기 곳곳에는 장소촌이 감춰져 있고, 심소홍의 이야기 곳곳에는 소류아가 감춰져 있으며, 황취봉의 이야기 곳곳에는 전자강이 감춰져 있다. 이 외에 모든 등장인물의 생애와 사실을 대조해보면 구절들이 서로 호응하며 어느 한 곳 빠진 부분이 없다. 독자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기존의 소설은 반드시 대단원이 있었다. 대단원은 드러나는 문장의 정신이 응축된 곳으로 결코 모호하게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이 책은 비록 천삽장섬법을 운용하였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결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제9회에서 심소홍은 그처럼 큰 소란을 일으켰지만, 이후 서서히 정리가 되면서 한 올의 실도 새어나가지 않는 것이, 가지런하면서도 여유롭게 대단원을 맞이한다. 그러나이 대단원 중간에도 천삽장섬법을 운용하면서 소설 전체를 연결하였다.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제목은 결론이고, 본문은 서사이다. 종종제목은 사건을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장편일 경우 이야기를 본문내에 담아낼 수 없기도 한데, 기존의 소설에서도 이러한 예가 있었다. 《해상화열전》에서 제13회의 제목과 제14회 제목 역시 그 예에해당한다.

이 책은 한담(閑談)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정말 한담이라면 굳이문장으로 적을 이유가 있겠는가? 독자들은 잡담 속에서 그 단서를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주 씨의 쌍주, 쌍보, 쌍옥 그리고이수방, 임소분의 결말은 이 두 회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3

제22회의 경우 예컨대 황취봉, 장혜정, 오설향 모두 두 번째 묘사에 해당한다. 그곳에 실린 사건과 언어는 당연히 앞과 뒤가 서로 호응하고 있다. 성격, 기질, 태도, 행동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라도 일치되지 않는 게 있는가?

누군가 소설 속에서 오직 기루 이야기만 하고 다른 사건을 다루지 않아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않다고 말할 것이다. 소설의 작법은 팔고문4과 같다. 연장제(連章題)는 포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삼국연의》는 한(漢)나라와 위(魏)나라 사이의 사건을 서술하되, 역사적 전장 제도와 인물사를 눈으로보는 듯 명확하게 다루지만 그 간략함을 꺼리지 않는다. 고군제(枯窘題)는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호지》의 강도들, 《유림외사》의문사들, 《홍루몽》의 규방의 여인들의 경우 한 주제가 끝까지 가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굴곡을 이루며 설명이 덧붙지만, 그 세세함을꺼리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충효, 신선, 영웅, 남녀, 부패관리, 도적, 악귀, 여우요괴에서 거문고, 바둑, 서화, 의술, 별자리까지 한 책9에 모아놓고 스스로 다양하며 박식함을 보여준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재능이 막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합전체는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뇌동(雷同)하지 않아야한다(無雷同). 한 작품 안에 백여 명의 인물이 그 성격과 언어, 생김새, 행동에 있어서 서로 조금씩이라도 비슷하면 바로 뇌동이다.

또 하나는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無矛盾). 한 인물이 앞과 뒤에서여러 번 등장하는 경우, 앞과 뒤가 조금이라도 서로 부합되지 않으면 모순이다.

마지막 하나는 누락된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無挂漏). 한 인물에 대해 결말 없이 쓰는 것은 누락된 것이고, 한 사건에 결말이 없으면 또한 역시 누락된 것이다.

1 이 글은 《해상기서》의 뒤표지에 게재된 것이다. 잡지의 뒤표지 공백을 활용한 광고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64회로 출판하였을 때는 수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의 창작 사상과 작품의 서사기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에 해당되므로 본서에서는 서두에 실었다.
2 중국 전통 곡예이다. 비파와 삼현의 연주를 반주로 한 설창문학형식으로, 남방지역에 유행하였다.
3 17, 18회를 의미한다.
4 명청대(明淸代) 과거시험의 문체로, 제의(制義), 제예(制藝), 시문(時文), 팔비문(八比文)이라고도 불렀다. 팔고 문장은 사서오경에서 제목을 취하며, 내용은 반드시 옛사람의 어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절대로 자유로운 생각을 서술해서는 안되었다. 문장의 길이, 글자의 모양, 성조의 고저 역시 대구를 이루어야 하며, 자수도 제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