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오디오북 시장의 특징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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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중국 출판사들은 부쩍 오디오북에 관심을 두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언택트 시대에는 오디오북을 비롯한 디지털 도서 형식이 더 강세를 띨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의 확대를 예고하는 전문 조사업체의 예상과 최근 몇 년간 중국 오디오북 플랫폼들이 기록한 눈부신 성장 그리고 선도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든 몇몇 중국 출판사들의 성공 사례가 부추긴 결과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2일 영국의 《더 타임즈》는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2020년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이 전년 대비 25% 성장해 매출 40억 파운드(한화 6조 1336억원)에 이르고 2023년에는 오디오북 판매 수입이 전자책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보고서는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하는 원인을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해, 무선 이어폰과 음성 명령 서비스의 보급으로 오디오북 사용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딜로이트 보고서가 예상한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률은 중국의 추세에는 맞지 않는다. 중국의 시장조사 업체 관옌톈샤觀硏天下가 역시 작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오디오북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16년에 23억 7천만 위안(한화 4062억원)이었던 것이 2018년에는 46억 3천만 위안(한화 7936억원)으로 2배나 성장했으며 2020년에도 82억 1천만 위안(한화 1조 4072억원)으로 역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간 거의 매년 100%의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실적의 배경에는 히말라야FM, 칭팅FM, 리즈FM, 카오라FM, 란런오디오북 등 2012년부터 차례로 설립되어 단순한 인터넷 라디오방송국에서 오디오북 플랫폼, 각종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진화해온 여러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들의 활약이 존재한다. 특히 이 중에서 2019년 시장 점유율 73%을 기록한 PUGC(Professional User Generated Content) 중심의 오픈형 오디오 플랫폼, 히말라야FM은 2020년 총 이용자 6억 명, 유료구독자 4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월간 이용자 수가 1억 2500만 명에 달한다. 이미 2013년에 모바일 앱을 론칭해 겨우 2년여 만에 사용자 규모 2억 명을 돌파함으로써 중국에서 가장 발전이 빠르고 규모가 큰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되었으며 2018년 8월 E라운드 투자를 통해 40억 위안(한화 6856억원)을 조달하였다. 현재 히말라야FM의 기업 가치는 무려 240억 위안(4조 1138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히말라야FM을 비롯한 각 업체들은 대부분 종합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다.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음악, 게임, 아동과 성인 교육, 뉴스 등 다양한 분야의 팟캐스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역시 오디오북이 가장 인기 있는 청취 카테고리로서 평균적으로 플랫폼 전체 트래픽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각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은 오디오북의 원천 콘텐츠를 보유한 종이책 출판사 및 웹소설 연재 플랫폼과 긴밀한 합작 관계를 맺으려 애쓰고 있다. 일례로 히말라야FM은 2017년 텐센트 산하의 중국 1위 웹소설·웹툰 업체인 웨원그룹과 전략적 합작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전국 500여 개 출판 업체 및 200여 개 웹소설 업체와 합작 관계를 가짐으로써 안정적인 콘텐츠 저작권 조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의 이런 노력은 장기적으로 오디오북 사용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제17차 전국국민열독조사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국민의 31.2%가 오디오북 청취 습관이 있다고 하며 성년과 미성년의 오디오북 청취율이 전년 대비 각각 4.3%, 8.5%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오디오북의 성공 사례가 속속 화제가 되었다. 2019년 신징뎬문화유한공사가 첫 오디오북으로 출시한 난이도 높은 명작 『백년간의 고독』은 히말라야FM 론칭 하루 만에 10만 회 청취를 돌파했고 각 플랫폼 누적 합계는 약 1천만 회를 돌파했다. 그리고 상하이역문출판사는 무려 230종의 오디오북을 출시했는데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의 고전 명작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인민문학출판사가 출시한, 중국의 국민 소설로 불리는 루야오의 『평범한 세계』는 누적 청취량 1억 3300만 회로 중국 오디오북 중 최고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이 모든 사례를 뛰어넘는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휴고상 수상에 빛나는 SF 대작 『삼체』의 오디오 드라마가 히말라야FM에서 론칭된 것이다. 유명 성우 그룹인 729보이스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한 이 오디오 드라마는 TV드라마 제작 모델에 따라 원작의 구조를 해체해 줄거리를 재구성하면서 정밀하게 분량을 나누는 한편, 수십 명의 성우를 동원하고 라디오 드라마의 몇 배에 달하는 음향 효과를 삽입했다. 이 진정한 대작 오디오 드라마는 누적 청취량 2400만 회를 돌파했고 현재도 계속 제작, 연재 중이다.

『삼체』의 사례는 최근 오디오북의 다양화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오디오북은 대부분 한 명의 진행자가 원문을 그대로 낭독하지만 반응이 기대되는 웹소설, 영화 원작, 고전 명작은 ‘커플 낭독’ ‘다인 낭독’ 나아가 ‘드라마 각색’ 등이 시도되고 있다. 광시사범대학출판사가 홍콩 여자배우 린칭샤를 초빙해 그녀의 자서전 『창 안쪽과 바깥쪽』을 직접 녹음시킨 것처럼 유명인을 제작에 활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디오북의 유형이 다채로워지고 큰 자본이 투여돼 대작 오디오 드라마까지 제작되는 것은 보다 많은 독자들을 유인하여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확실히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본력이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오디오북 사업을 고려하는 종이책 출판사들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저작권을 보유한 것만으로 큰 부담 없이 원문 낭독식의 오디오북을 제작, 공급해 소정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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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디오북 시장 규모 (출처 中國報告網)

하지만 풍부한 자본력과 협업 경험을 가진 플랫폼들은 의외로 쉽게 출판사들의 이런 고민에 답해준다.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협업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디오북 기획, 제작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출판사는 플랫폼에 원작의 저작권만 제공해도 된다. 대신 수익 배분은 30%에 그친다. 물론 출판사는 이 30% 수익을 또 원작자와 나눠 가져야 한다. 그다음으로, 여건이 되는 출판사는 직접 기획, 제작한 오디오북을 완성품 형태로 플랫폼에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수익 배분은 5:5이다. 그리고 혹시 진행자도 수익 공유 형식을 취해 배분에 참여한다면 출판사, 진행자, 플랫폼이 각기 4:2:4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

현재 오디오북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여러 유명 출판사들이 플랫폼과의 협업 방식으로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중신출판사, 신장청소년출판사, 전자공업출판사, 모톄문화유한공사, 화장유한공사, 궈마이문화유한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부 출판사는 직접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중신출판사가 2017년에 출시한 모바일 지식공유 앱 ‘중신서원’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인데, 연간 총 영업수입이 7천만 위안(한화 120억원)이며 그중 오디오북이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를 차지한다.

오디오북은 현대인이 파편화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도서 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전을 할 때, 산책을 할 때, 밤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할 때 단말기만 켜면 10~20분씩 재미와 교양의 욕구를 채워준다. 그런데 이런 보조적인 도서가 어느새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전자책의 지위까지 넘어서게 된 것을 보면 아마도 현대인의 시간은 근본적으로 파편화된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이제는 길고 집중적인 독서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어쨌든 오디오북은 신징뎬문화유한공사의 오디오북 편집장 류언판(劉恩凡)의 말대로 이제 종이책과 전자책에 이어 3번째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듯하다. 따라서 이제 출판사는 조만간 기획, 제작, 유통의 각 단계에서 이 3가지 형식의 도서를 동시에 고민하는, 진정한 ‘융합출판’의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