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베스트셀러의 실종과 중국 출판사의 고민

작년 중국 출판시장은 외형상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국산업정보망(中國産業信息網)이 발표한 「2019년 중국 도서업 소매 현황과 발전 추세 분석」에 따르면 작년 중국 도서 소매시장 전체 매출(중국은 독특하게 ‘정가 기준’으로 매출을 집계한다)은 사상 최초로 1천억 위안을 돌파해 1022억 7천만 위안(한화 약 17조 3800억 원)을 기록함으로써 전년 대비 14.40%나 성장했다. 2018년 11.3% 성장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이다. 사실 전 세계적인 출판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출판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크게 둔화된 적이 없었다. 이는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의 여러 공공 출판 사업의 추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 출판 현장에서는 ‘시장 도서’의 판매 부진과 그에 따른 초판 인쇄 부수의 감소에 대한 우려가 계속 이어져 왔으며 출판계 고위 인사들도 중국 출판시장의 거시적 상황을 놓고 ‘안정’, 즉 현상 유지나 소폭 성장의 상태임을 오래전부터 인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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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현실의 불일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통계 수치는 신간 종수의 지속적인 감소와 오프라인 서점 매출의 부진이다. 2019년 중국 출판업의 신간 종수는 19만 4천 종으로 전년 대비 6.70% 감소했다. 이는 2018년의 0.49% 감소보다 월등히 확대된 수치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첫째, 당국의 ISBN 수량 제한 강화(중국은 ISBN의 수량과 출판사에 대한 분배를 국가가 관리, 통제한다), 둘째, 신간 증대로 전체 판매량 증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시장의 변화, 셋째, 까다로워진 소비 취향에 따른 출판사의 종수 압축과 집약화 경영으로의 전환, 이 3가지로 그 원인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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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징밍 『소시대』

동시에 2019년 중국 오프라인 서점 매출 규모는 307억 6천만 위안(한화 약 5조 2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비록 감소폭이 2018년보다는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2013년 이후의 추세를 보면 변화 양상이 불규칙하며 전체적으로는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 규모에서 오프라인 서점을 추월하고 2019년 전년 대비 24.90% 성장해 전체 소매시장 매출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한 온라인 서점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해당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수치는, 2019년 판매량 기준 상위 1% 도서의 전체 매출 공헌율이 무려 57.73%에 달한다는 점이다. 범위를 상위 5% 도서로 확대하면 공헌율이 81.17%까지 확대된다. 더욱이 이 수치는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서 중국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말해준다. 동시에 2019년 소설과 아동서 베스트셀러 톱10 중 2019년 출간작이 전무하다는 사실에서는 중국 베스트셀러의 지속성이 매우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각 분야 1위인 위화의 『인생』과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는 각기 1998년과 2003년에 초판이 나온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의 교체가 얼마나 더딘지, 또 중국 출판사의 판매 전략이 얼마나 검증된 명작의 재포장에 집중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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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룽 장편소설 『늑대토템』

신간 베스트셀러의 이런 약세 현상과 관련해 중국 출판 전문 매체, 《중국 전매 상보》(中國傳媒商報)는 지난 4월 14일, 「초베스트셀러 시대는 끝났는가?」라는 특집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업계의 저명한 기획편집자인 베이징싱쥐문화유한공사(北京行距文化傳媒有限公司)의 부사장 류칭위劉慶余를 인터뷰하여 중국 출판계에서 초베스트셀러, 즉 출시 후 1년 이내에 1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책이 실종된 배경과 원인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출판계는 다양한 밀리언셀러를 양산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초원 늑대의 생태와 운명을 실증적으로 다루면서 늑대를 토템으로 숭배한 고대 유목민족의 진취적인 정신을 되새기자고 주장한 장룽의 장편소설 『늑대토템』이었다. 2004년 4월에 출간된 이 작품은 중국 민족주의의 부상에 편승해 2014년 4월까지 정식 판본만 500만 권이 판매됐다. 당시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렸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00만 권이 팔린 셈이었다. 그리고 2000년에 출판돼 2014년까지 200만 권이 팔린 한한의 『삼중문』과, 2007~2011년까지 400만 권이 팔린 궈징밍의 『소시대』1~3권은 청춘문학이라는 새로운 출판 장르의 파괴력을 과시했다. 이어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출시된 『도묘필기』(9권)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출시된 톈샤바창의 『귀취등』(8권)도 각기 1200만 권, 1000만 권이 판매되어 인터넷 연재소설의 베스트셀러화를 성공시켰다. 마지막으로 2010년 전후로 유행한, 『먹어서 생긴 병, 먹어서 낫게 하자』 등의 중의학 기반 양생서(養生書) 중에서도 여러 권의 밀리언셀러가 탄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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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샤바창 『귀취등』

류칭위는 초베스트셀러 실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역시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판매 부수 백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나오려면 반드시 대형 사회 이슈와 긴밀하게 관련되어야 하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매체의 분화로 더 이상 종이책이 그런 이슈를 선도적으로 생산, 전파하는 주요 매체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상과의 연동, 종이책과 전자책 동시 출시, 유료 구독 등이 모두 종이책의 대형 사회 이슈 생산 능력을 일정 정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종이책은 이제 대형 사회 이슈를 뒤따라가는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되었죠.”라고 그는 말했다.

두 번째 원인은 ‘검열’이라는 중국적 특수성과 관련이 있다. 류칭위는 고충을 토로하길, “환경적 영향이 좀 더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 도서를 들여오는 프로세스가 더 길어지고 내용 심사와 관련된 요구가 더 높아졌단 말입니다. 그래서 편집자나 다른 출판인이 우수 작품들을 접할 때 출판 전 프로세스가 복잡하지는 않을지, 심지어 일부 괜찮은 부분이 잘려나가지는 않을지 먼저 심사숙고해야 하는 지경이 됐어요.”라고 했다.

중국 출판사들은 국영회사와 민영회사를 막론하고 정부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피할 길이 없다. 검열 절차를 밟지 않고 책을 낼 시에는 가볍게는 ISBN 공급 중지나 삭감, 무겁게는 간부 해고나 출판사 해체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검열 과정이 연도별, 분기별 출간 계획 사전 보고와 3회에 걸친 원고 검사 그리고 민감한 주제 도서의 정부 인가제 등으로 극히 깐깐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저작권을 구입한 작품의 출간이 불허되거나 늑장 검열으로 인해 기대작의 출간 시점을 놓치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과거에 일본 만화 『슬램덩크』와 『테니스의 왕자』가 출판 허가에 2, 3년이 소요되는 바람에 불법복제본이 사전에 범람해 소기의 성과를 못 거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게다가 시진핑 집권 이후 가뜩이나 까다로운 검열 과정이 더욱 엄격해지고 대내외 정치 변수에 의해 변동이 잦아졌으니 출판사로서는 당연히 베스트셀러를 기획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수 창작자들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것도 초베스트셀러 실종의 중요하면서도 내적인 원인이다. 이것은 출판업의 오랜 정체와 매체 환경의 변화가 결합해 생긴 총체적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류칭위는 “글쓰기가 보편화되면서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몇 년 전 영상 업계에서 벌어진 자본화와 거품화의 영향과 웹소설 창작의 영향으로 창작자들이 글을 쓸 때 먼저 영상화를 계산하거나 선정적인 글로 트래픽을 높이는 것만 신경 쓰지, 이야기를 잘 쓰는 것은 뒷전입니다. 그래서 픽션 창작의 원천에 문제가 생겨 버렸어요.”라고 말했다. 각 매체는 저마다 고유의 글쓰기 양식을 요구한다. 각본은 각본의 문법이, 웹소설은 웹소설의 문법이 있으며 당연히 종이책의 문법도 따로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 우수한 창작자들은 글을 쓰되, 종이책의 문법에 맞춰 글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에도 중국 출판계의 초베스트셀러 실종 현상은 지난 몇 년에 국한될 것 같지 않다. 종이책의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날로 감소하고, 검열이 기획자의 상상력과 활동력을 제한하고, 작가의 수급이 여의치 않은데 어떻게 초베스트셀러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류칭위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객관적 환경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회 이슈가 무엇이 될지 예측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 작품을 계약”하기만 하면 아직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태도일까? 차라리 대형 베스트셀러를 지향해온 기존의 기획 방식을 싹 포기하고 새로운 생존 경로를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