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하의 중국 출판계 동향

중국도 매년 1, 2월은 설 연휴와 신학기 맞이로 인해 책이 많이 팔리는 기간이다. 그러나 1월 중하순,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온라인서점과 오프라인서점 모두 판매 부진을 겪었으며 베스트셀러 명단에도 큰 변동이 있었다.

중소서점 연합체인 ‘수멍’(書萌)이 지난 1월 말에 발표한 《천여 개 오프라인서점 앙케이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사 대상 오프라인서점 중 90.7%가 휴업을 했고 99.7%가 정상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으며 계속 휴업을 할 시에는 37.2%가 1달, 42.02%가 3달을 겨우 버틸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민간 출판연구기관 카이쥐안(開卷)은 지난 2월 전국 오프라인서점 매출 지수가 전월 대비 81.65%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3월에 접어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겨우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서점 영업이 재개되기 시작했지만 지역별로 여전히 통행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탓에 예년 매출의 회복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그리고 역시 카이쥐안(開卷)이 발표한 2월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소설, 비소설 분야에서 모두 코로나19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문학 분야에서는 본래 스테디셀러로서 독자층이 두터웠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높은 판매량 상승을 기록했다.

이어서 비소설 분야에서는 본래 주목받지 못했던 감염병 관련 대중과학 도서의 부상이 우선 눈길을 뜬다.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과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감염병 방역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증가와 관련 도서 내용에 대한 언론의 잦은 인용이 낳은 결과이다. 그리고 ‘자가격리’에 처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아동교육서와 자기계발서도 새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킴벌리 클레이턴 블레인의 『내 아이를 위한 키즈코칭』,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등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밖에 올해 1월에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재작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 『맘바 정신: 코비 브라이언트 자서전』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또한 광둥(廣東)과학기술출판사, 후베이(湖北)과학기술출판사, 저장(浙江)교육출판사, 중국중의약출판사, 산둥(山東)인민출판사 등 다수의 출판사들이 정부 시책에 부응해 감염병 연구자 및 임상 전문가와 손을 잡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침서들을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바로 『코로나19 예방수첩』, 『코로나19 방역수첩』, 『코로나19 치료와 예방 Q&A』, 『코로나19 방역 지식 독본』 등이며 일부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20여 개 인터넷 플랫폼에 무료로 공개된 상태이다. 나아가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심리서, 그림책, 시집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쓰촨(四川)과학기술출판사의 『코로나19 대중심리 방역 수첩』은 방역 상황에서의 심리적 건강에 대한 조언을 담았으며 광둥교육출판사의 『아이를 위한 코로나19 그림책』은 유아와 청소년 독자 대상의 방역 지침서이다. 그리고 저장문예출판사의 『오늘 밤 내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우한에 갑니다』는 방역 현장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제재로 한 시집이다.

한편 각 출판사와 온, 오프라인 서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를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동영상 마케팅 강화와 인터넷 생방송을 통한 도서 판매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방역 작업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의 판촉 활동이 여의치 않으므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화청(花城)출판사, 상하이역문(上海譯文)출판사, 화둥(華東)사범대학출판사 등이 맨 먼저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위챗에 인터넷 생방송 채널을 열어, 저자들을 초빙해 신간 소개를 하고 각종 이벤트를 여는 판촉 활동을 시작했고 또 중국 양대 온라인서점인 징둥京東도 플랫폼 내 입점한 각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자체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의 활용을 유도하고 다양한 지원과 우대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징둥은 작년에 자체 제작한 신간 소개 동영상 1000여 편을 아이치이(愛奇藝) 같은 대형 동영상 플랫폼에 제공해 노출도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사는 이미 2월 18일 변호사 우제전(吳杰臻)의 신간, 『행복한 결혼을 위해 재산과 사랑을 지켜라』의 웨이보(중국식 트위터) 온라인 깜짝 이벤트에 신간 소개 동영상을 투입해 이틀간 동영상 조회수 70만 회, 도서 판매량 1만 권의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빠진 오프라인서점들도 인터넷 생방송을 위기의 타개책으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휴업 이후 수입이 전무했던 충칭(重慶)의 징뎬(精典)서점은 3월 10일 다른 5개 서점과 손을 잡고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99위안짜리 책꾸러미 세트 4,600개를 판매했다. 그 책꾸러미에는 각각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책 1권과 문구용품 1점을 넣어 구매자들이 호기심과 뜻밖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랴오닝성(遼寧省) 선양시(沈陽市)의 독립서점, 리허(離河)서점은 더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뒀다. 위챗에 독자 채팅방을 만들고 인터넷 생방송을 한 지 1달 만에 독자 424명으로부터 43,000위안(한화 약 73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덕분에 부부가 운영하는 이 작은 서점은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를 위해 그들은 매일 적어도 연인원 8백 명을 맞이하고 적어도 100번은 “안녕하세요!”를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생방송이 매출 감소의 타개책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화제성 있는 인물이 출연해야 한다. 사실 징뎬서점 등이 많은 책꾸러미 세트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인터넷 방송의 사회자가 서점 단향공간(單向空間)의 창업자이자 TV토크쇼 유명 MC인 쉬즈위안(許知遠)이었기 때문이다. 쉬즈위안은 따로 자신의 서점을 살리기 위해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만약 쉬즈위안이 주도하지 않았면 그 인터넷 생방송은 소기의 성과를 못 거뒀을 것이다.

그리고 둘째, 적정한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이 적정한 가격이란 시청자들이 생방송에서 신간 정보만 취하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서점에 가서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따라서 최소 20% 이상의 할인을 각오하고 기본적으로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큰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출판사든 서점이든 기존의 ‘끈끈한 팬덤’을 토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 리허서점이 유명인을 동원하거나 많은 네티즌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소규모 채팅방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리허서점의 창업자 쑨샤오디(孫小迪)와 가오밍(高明)의 평소 경영 모토는 “책을 사고 파는 것은 우리를 긴밀하게 하나로 묶어준다”이며 그들의 채팅방 구호는 “무정하게 책을 사고 열렬히 수다를 떨자”이다. 리허서점은 본래 고정 고객을 겨냥하고 함께 묶는 서비스를 지향해 왔다. 인문적 분위기의 아늑한 공간과 교양 도서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오직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전략을 취했다. 바로 그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서 리허서점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준 것이다.

현재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우선 고사 상태에 빠진 오프라인서점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광저우시는 오프라인서점을 비롯한 중소 상인들의 2달치 월세 감면을 표방하여 이미 8.3억 위안을 집행했으며 베이징시는 문화기업 구제를 위한 지원금 1억 위안을 마련해 신청을 받아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상하이, 지린성 등도 유사한 지원 조치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중국 출판계는 인터넷과 뉴미디어 산업의 발달이라는 거대한 추세 하에서 오랫동안 출판사들의 매출 정체, 대형 온라인서점들의 할인 경쟁, 오프라인서점들의 연이은 도산 등 고질적인 문제에 시달려왔다. 어쩌면 이 전대미문의 사태는 중국 출판계의 구조적 한계를 더 빨리, 더 광범위하게 노출시키고 변화의 시기를 한층 앞당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