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李贄-분서焚書 주우산에게 답하다答周友山

주우산에게 답하다答周友山

편지에서 내게 충고해준 말이 어찌 옳지 않겠는가마는, 다만 사람마다 각자 의지하여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있게 마련일세. 술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은 술을 생명과 같이 여기니, 아무개같은 사람이 그 예일세. 색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은 색을 목숨과 같이 여기니, 아무개같은 사람이 그 예일세. 그밖에 혹은 도박이나 바둑으로, 혹은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는 것으로, 혹은 공적이나 업적을 추구하면서, 혹은 글을 쓰면서, 혹은 부귀함을 꿈꾸는 등의 온갖 종류에서, 그 중 한 가지를 따라 저마다 나날을 보낼 수 있다네.

다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만, 그저 오로지 좋은 친구를 생명과 같이 여긴다고 말할 수 있다네. 따라서 친구가 있으면 즐거워하고, 친구가 떠나면 수심에 잠겨서, 심할 때는 수천 리 밖까지 마음이 내달리기도 하지. 좋은 친구를 꼭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마음속에는 좋은 친구를 향한 갈망이 줄달음쳐서, 억제하지 못한다네. 이 어찌 하늘이 유독 나만 이렇게 힘들게 한 것이겠는가?

무념1)이 남경(南京)에 가서, 암자 안은 썰렁함이 감돈다네. 초동2)이 돌아왔다는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또 갈 곳이 있는 듯하네. 한 번 만나 자세히 학문을 토론해보지 못하는 것이 유감일세. 나나 저들이나 이제 모두 늙었다네. 이 현(縣)에서 한 달 사이 염라대왕의 부름을 받고 갔다고 알려온 사람이 너댓 명에 이르는데, 모두 나이가 아직 50이 차지 않았던 사람들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네만, 더욱이 저 초동 노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몹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네. 지금의 도학자 중에서 초동 노인을 능가하는 듯한 사람은 없으니 말일세. 숙대3)가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하니, 집으로 돌아가려면 옛 고을에 갈 것이요, 그러면 만날 수 있을 걸세.(권1)

이지李贄, 출처 雪花新聞

1) 무념(無念) 역시 마성(麻城)에서 이지를 모셨던 승려 중의 하나이다.
2) 초동(楚侗)은 경정향(耿定向)의 호이다. <경초공선생전> 주석 참조.
3) 숙대(叔臺)는 경씨(耿氏) 형제 중의 셋째 경정력(耿定力)의 호로, 자는 자건(子建)이다. <경초공선생전> 주석 참조.

卷一 書答 答周友山

所諭豈不是,第各人各自有過活物件。以酒為樂者,以酒為生,如某是也。以色為樂者,以色為命,如某是也。至如種種,或以博弈,或以妻子,或以功業,或以文章,或以富貴,隨其一件,皆可度日。獨余不知何說,專以良友為生。故有之則樂,舍之則憂,甚者馳神于數千里之外。明知不可必得,而神恩奔逸,不可得而制也。此豈非天之所獨苦耶!無念已往南京,庵中甚清氣。楚侗回,雖不曾相會,然覺有動移處,所憾不得細細商榷一番。此此俱老矣,縣中一月間報赴閻王之召者遂至四五人,年皆未滿五十,令我驚憂,又不免重為楚侗老子憂也。蓋今之道學,亦未有勝似楚侗老者。叔台想必過家,過家必到舊縣,則得相聚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