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의 삼국지 강의-유비의 멋진 말 4

유비의 멋진 말 4

“만약 나라면 나는 백 척 누각 꼭대기에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오.”(如小人, 欲臥百尺樓上, 臥君於地.)

유비의 멋진 말 네 번째로 뽑은 말은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없고 <삼국지.위서.진등전>에 있는 말이다. 역사서에서 뽑은 것은 유비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배경은 유비가 유표 밑에 있을 때로, 대략 202년에서 207년 사이. 유비와 유표가 천하의 인물을 논하였다. 이때 여포의 참모였던 허사(許汜)도 함께 있었는데 그는 진등(陳登)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진등은 강호 출신으로, 거칠고 오만한 기운을 없애지 못했소.”陳元龍湖海之士,豪氣不除.) 원문에 나오는 ‘호기’(豪氣)라는 말은 여기에선 부정적인 의미로 거칠고 사납고 오만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조폭 같다고나 할까.

이에 대해 유비가 유표에게 옳은 의견인지 물었다. 유표는 “틀렸다고 하자니 여기 허사 군이 덕망이 있는 사람이라 남에 대해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고, 옳다고 하자니 진등의 이름이 천하에 자자하니까 말이오.”라며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유비가 허사에게 진등이 거칠고 오만하다고 하는데 그러한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사는 자신이 하비에서 진등을 만난 일을 말하였다. 그때 진등은 손님에 대한 예의도 없고, 오랫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진등 자신은 위 침상에서 자고 허사는 아래 침상에 재웠다는 것이다. 이에 유비는 다음과 같이 했다.

“그대는 국사(國士)의 명성이 있는 사람이오. 천하가 어지러워지고 황제께서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진등은 그대가 집안을 잊고 나라를 걱정하며 세상을 구할 뜻을 갖길 바랐소. 그러나 그대는 논밭을 구하고 방값만 물을 뿐, 내놓는 의견도 채택할 게 없으니 진등이 기피한 것이오. 진등이 무슨 연유로 그대와 말을 하겠소? 만약 나라면 나는 백 척 누각 꼭대기에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오. 어찌 침상의 위아래의 차이로만 대우했겠소!”(君有國士之名, 今天下大亂, 帝主失所, 望君憂國忘家, 有救世之意 而君求田問舍, 言無可采, 是元龍所諱也. 何緣當與君語? 如小人, 欲臥百尺樓上, 臥君於地, 何但上下床之間邪?)

세 사람의 대화에서 유비는 진등을 높이 평가하였다. 허사가 “나라 걱정”(憂國忘家)은 하지 않고 “땅을 사고 아파트 시세만 묻는”(求田問舍) 점을 가지고, 거꾸로 진등은 ‘우국망가’하되 자신을 위해 ‘구전문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허사가 진등을 욕할 게 아니라, 진등에 훨씬 미치지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나라면 나는 백 척 누각 꼭대기에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오.”

여기에서 유비의 관점은 명확하다. 부동산에만 눈독 들이는 허사는 대우받을 자격이 없는 반면, 집안을 잊고 나라를 걱정하는 진등은 백 척 누각 맨 윗자리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유비 자신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소문과 평판에 휘둘려 쑥맥을 구별하지 못하는 유표에 비해 유비는 인물의 본질을 꿰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