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의 삼국지 강의-유비의 멋진 말 1

유비의 멋진 말 1

해가 갈수록 유비가 흥미롭다.
중학 때부터 치면 사십 년 이상, 그리고 삼국지 강의도 이제 이십 년이 되어가므로 유비에 대한 인상도 변했다.
소설에선 비교적 특징없는 인물로 그려져 유비에 대해 그리 주목하지 않기 쉽지만, 나는 갈수록 유비란 사람이 단순하지 않다고 느낀다. 성도(成都)의 혜릉(惠陵)에 가서 술 한 잔을 뿌리며 정신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

유비의 멋진 말 첫번째는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라!”(제36회)를 꼽고 싶다.
조인의 팔문금쇄진을 격파하는 등 천재적인 작전 능력을 보여준 서서가 조조의 계책으로 떠나게 되자 유비는 한없이 아쉬워한다. 역참에 나와 석별의 정을 나누고 이내 서서가 말을 타고 떠나자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유비가 서서의 모습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자 소리친다.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라!” 소설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유비가 곡을 하듯 울며 말했다. “서서가 가버렸구나. 나는 장차 어떡할꼬?”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는데 마침 숲에 가려 서서가 보이지 않았다. 유비가 채찍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라!”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유비가 말했다. “서서를 바라보는 내 눈을 가리기 때문에 말이오.”
(玄德哭曰: “元直去矣! 吾將奈何?” 凝淚而望, 卻被一樹林隔斷. 玄德以鞭指曰: “吾欲盡伐此處樹木.” 衆問何故. 玄德曰: “因阻吾望徐元直之目也.”)

직역하면 “내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릴 거다.”(吾欲盡伐此處樹木.)이지만 앞뒤 문맥을 살려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라!”라고 하는 게 좋겠다.

유비는 진정이 있는 사람이다. 마음이 절실한 사람이다. 그 절실함이 사회화를 통해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이다. 어른이되 천진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진정이 있기에 남을 감동시키지 않았을까. “저 나무들을 다 베어버려라!”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랴. 아이나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떠나는 게 아쉬워 한길이 바다가 되라는 말은 유치하고, 발병이 나버리라는 말은 억지스럽다. 그러나 나무를 베어버리라는 말은 절실하고 통쾌하고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