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일언一字一言2-언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일정한 체계에 의해 조직화한 소리로 목구멍을 통해 나오는 소리인 말을 나타내는 言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임과 동시에 다양한 구실을 해내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을 지칭하는 한자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言, 語, 說, 話, 譚, 辭, 談). 그중에서 言은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지니므로 이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사물현상의 추상적인 개념을 나타내기 위한 지사자(指事字)인 言은 혀를 나타내는 舌(설)과 말이 혀 밖으로 나오는 모양을 표시하는 맨 위의 한 획이 합쳐진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글자의 맨 위에 있는 하나의 가로 획(一), 혹은 점(丶)은 입과 혀를 통해 만들어진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모양을 나타낸다. 세 개의 획(三)과 입을 나타내는 口(구)가 결합한 글자의 아랫부분은 혀의 모양을 본뜬 글자인 舌(설)이 변형된 모습이다. 즉, 言은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면서 사람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의해 조직화 되어 있는 소리라는 뜻을 가진다.

이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심도 있게 하기 위해서는 舌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두 개의 글자가 가지는 뜻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에 속하는 舌은 사람의 입을 나타내는 口와 침범하다. 범하다, 지키다 등의 뜻을 가지는 干(방패 간, 송곳 간)이 합쳐진 형태이다. 干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기 위해 양 갈래로 된 창 모양을 만들어서 바깥을 향해 놓음으로써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내부를 지키기 위한 도구를 본뜬 것이다. 그래서 지키다는 의미를 가진 방패로 쓰이기도 하고, 法이나 규칙 같은 것을 무시하는 어기다, 침범하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舌에 대해서는 입 밖으로 나온 혀의 모양을 형상화하여 나타낸 글자라는 의견도 있지만 회의자로 보는 것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것인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혀는 입의 안에 있으면서 바깥으로 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말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맛보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러한 혀를 나타내는 글자에 송곳이나 방패와 같은 무기와 관련을 가지는 것이 구성요소로 들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이 말은 혀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세 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혀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속을 수도 있으며, 스스로를 망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 이것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시 言으로 돌아와 보자. 이 글자가 혀를 지칭하는 글자와 혀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말이 합쳐진 형태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사람은 자기 중심의 주관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에 입과 혀를 통해 행해지는 言은 어떤 제약이나 구속을 받지 않는 말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사람은 자신의 생각만을 중심으로 하는 말 외에 관습적으로 약속된 말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정한 사회적 구속을 받기도 한다. 이 표현은 사람의 말이라는 것은 혼자서 마음대로 하는 말과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을 하는 말이라는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서 마음대로 하는 말을 言이라 하고,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하는 말을 語라고 하여 사람이 하는 말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언어라는 표현으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혼자서 말을 한다고 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言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얻어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으로 되면 그것이 語가 된다.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은 처음에는 言에서 출발하여 語로 되어서 살아 있는 것으로 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言이라는 의미는 실제로는 매우 큰 굴레를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바로 말의 무서움이 숨어 있다.

내키는 대로 마구 말해도 된다고 하여 정말로 그렇게 하다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거나 무슨 화를 당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인들은 가르쳐 말하기를, “말이라고 하는 것은 덕의 근본(德之柄)이며, 행실의 주인이고(行之主), 신체의 꾸밈(身之文)이라고 하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말할 것을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체의 꾸밈이라고 하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데, 꾸민다고 하는 것은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므로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어 출세하려는 의지를 가장 강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해 놓았던 말이 어느 순간에 자신을 해치거나 죽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