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양만리楊萬里 아이의 얼음 장난穉子弄冰

아이의 얼음 장난 穉子弄冰/송宋 양만리楊萬里

穉子金盆脫曉冰 아이가 놋대야에서 얼음을 꺼내더니
彩絲穿取當銀錚 색실로 끈을 달아 은빛 징을 만드네
敲成玉磬穿林響 옥경 두드리는 소리 숲속에 퍼지더니
忽作玻璃碎地聲 갑자기 땅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네

양만리(楊萬里, 1127~1206)가 노년에 쓴 시로 보인다.

‘탈(脫)’은 놋대야에서 얼음을 꺼내는 것을 말한다. ‘당(當)’은 ‘해당하게 한다.’는 의미이니, 얼음에 끈을 꿰어 마치 징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놋대야를 금분(金盆)이라 표현하였는데 그 속에 담긴 물이 간밤에 꽝꽝 얼어 아이의 눈에 거기다 끈을 달면 바로 징이 된다고 생각하여 지금 아이가 얼음 징을 만든 것이다. 쟁(錚)은 징이다.

그 얼음 징은 금속이 아니기에 징처럼 울지는 않고 마치 옥경과 같은 소리가 난다. 아이는 동지나 설날 민속놀이를 할 때 어른들이 징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지금 그걸 흉내 내어 신나게 두드린다. 그 소리는 숲속으로 퍼져 간다.

그런데 돌연 땅에 유리가 떨어져 팍삭 깨지는 소리가 난다. 얼음이 무거우니 아이가 들고 놀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사람이 늙으면 아이처럼 된다는 말이 있다. 행동도 그렇고 입맛도 그렇다. 이 시를 보면 마음도 아이와 같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추운 겨울 아이가 얼음 징을 만들고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것처럼 시에 표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어쩌면 얼음에 구멍을 뚫는 것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도와주었을 수도 있다.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표현한 일종의 노인이 쓴 동시와 같은 시이다.

宋 蘇漢臣 <冬日嬰戲> 台北故宮博物院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