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안기도晏幾道 자고천 · 새벽에 동지 맞이 제사는 해마다 같으니鷓鴣天 · 曉日迎長歲歲同

자고천 · 새벽에 동지 맞이 제사는 해마다 같으니鷓鴣天 · 曉日迎長歲歲同/송宋 안기도晏幾道

曉日迎長歲歲同 새벽에 동지 맞이 제사는 해마다 같으니
太平簫鼓間歌鍾 태평고와 태평소에 노래 맞춰 종을 치네
雲高未有前村雪 구름 높아 앞마을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梅小初開昨夜風 매화 어리나 어젯밤 바람에도 꽃 피웠네

羅幕翠 푸른 비단 장막
錦筵紅 붉은 비단 자리
釵頭羅勝寫宜冬 비녀머리의 치장은 동지에 잘 어울리네
從今屈指春期近 이제부터 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거니
莫使金尊對月空 좋은 술과 달빛을 그냥 허비하지 마시길

안기도(晏幾道, 1038~1110)가 <자고천(鷓鴣天)>이라는 사패(詞牌)로 지은 사(詞)이다. 이 작품은 동일 사패로 지은 19수 중 한 수이다. 이 사의 운자는 모두 6개로 짝수 구 외에 첫 구와 2단의 3글자 구의 대구 마지막에도 운자가 달려 있다.

이 시는 동짓날의 여러 풍속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선 특색이 있다.
영장(迎長)은 낮이 길어지는 동지를 맞이한다는 의미이니 동짓날 교외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가종(歌鐘)은 노래의 박자를 맞추어 치는 종을 말하는데 바로 앞에 간(間) 자를 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제사를 지내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구체적인 풍속은 나 역시 여행지에서 바로 알 수가 없고 후일 연구를 해 봐야 한다.

푸른 비단 장막을 두루고 붉은 자리를 깐 것은 이날을 특별한 명절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차두(釵頭)는 비녀의 머리이고 나승(羅勝)은 거기에 비단 등으로 치장을 한 것을 말한다. ‘좋은 술이 부질없이 달빛을 대하도록 버려두지 말라.’는 말은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나오는 표현인데 마지막 ‘공(空)’ 자만 운자를 위해 글자의 위치를 맨 뒤로 돌렸다. 사는 이처럼 이전의 유명한 시에서 그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되 사의 형식에 맞게 변용한 것이 아주 많다.

그렇다면 안기도가 이 시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1107년에 채경(蔡京)이 권력을 잡은 뒤에 중구날과 동지에 당시 사로 유명한 안기도에게 억지로 작품을 요청하였는데 안기도가 마지못해 지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어린 매화나무가 간밤의 바람에도 꽃을 피웠다 하니 은근히 채경에게 저항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문필로 유명해지면 반드시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다른 권력자나 요직에 있는 사람에게 청탁을 받게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반드시 이러한 때를 대비하여 평소의 생각을 다지고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는 의미를 담지 않으므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킨 한 사례를 보여 주고 있어 작품 이전에 사람의 처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필 이전에 삶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다. 글을 쓰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明 唐寅 《梅花书屋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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