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보杜甫 동지小至

동지小至/당唐 두보杜甫

天時人事日相催 계절과 세상일이 날로 서로 재촉하니
冬至陽生春又來 동지에 양의 기운 생겨 봄이 또 오네
刺繡五紋添弱線 자수 놓는 오색실 실 하나 더 보태고
吹葭六琯動浮灰 갈대 재 채운 율관 재가 떠 움직이네
岸容待臘將舒柳 강 언덕 섣달이면 버들 싹이 피어나고
山意沖寒欲放梅 산중에는 추위 뚫고 매화가 피려하네
雲物不殊鄉國異 이곳의 경물도 고향과 다르지 않아라
教兒且覆掌中杯 아이에게 술을 시켜서 한 잔 마셔보네

두보(杜甫, 712~770)가 766년 ~767년 기주(冀州), 즉 지금의 봉절(奉節)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두보는 765년 5월에 성도의 완화계를 떠나 장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이때 지금의 중경시에 속하는 장강 연안의 봉절에서 우거하고 있었다. 동지 명절을 맞아 절기를 생각해 보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면서 지은 시이다.

제목의 소지(小至)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지 전 하루를 말하기도 하고 동지가 지난 다음 날을 말하기도 해서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시 내용을 볼 때 동지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은 대(大)로 음은 소(小)로 쓰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천시는 자연의 계절 변화를 말하고 인사는 인간 세상의 일을 말한다. 하루도 쉼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화하는 것이 계절과 세상사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고인들은 양의 기운으로 봄과 여름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생겨 봄이 또 온다고 표현한 것이다. 입춘 때부터 봄이 시작되긴 하지만 그 근원은 사실 동지에 기원한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지만 동시에 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옛날에 여자들이 자수를 놓을 때 낮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실을 하나씩 더 보태었다. 약선(弱線)이라 한 것은 바로 그 실 하나를 의미한다. 오문(五紋)은 다섯 가지 색깔의 실을 말한다.

4번째 구절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고대에는 절기와 음악이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계절 변화에 따라 음의 높낮이를 설정하였다. 《후한서》 <율력지(律曆志)>의 설명은 이렇다. 3중으로 집을 지어 놓고 창문을 천으로 가린다. 방안은 외부보다 낮게 만들고 거기에 책상을 설치한다. 그리고는 그 위에 12개의 대나무 대롱을 길이를 다르게 하여 방위에 따라 놓고는 그 끝에 갈대 속껍질을 태운 재를 넣어 둔다. 그러면 이 재가 온도 변화에 따라 해당 절기에 해당 관에서 떠 오른다고 한다.

지금 이 시에서 육관(六琯)이라 한 것은 6개의 대나무 관(管)을 말하는데 12개의 관을 양의 소리를 담당하는 6율(律)과 음의 소리를 담당하는 6려(呂)로 나누기 때문이다. 위의 오(五)와 대를 맞추기 위해 부득이 이 6자를 써서 12관의 음을 말한 것인데 음력 11월에는 황종(黃鐘)이라고 하는 율관에서 재가 날리는데 이를 기본음으로 잡는다. 성현(成俔)이 지은 <악학궤범서(樂學軌範序)>에는 이런 기후와 음악의 관계 등을 서술되어 있다.

두보가 자수와 율관을 서술하여 천시와 인사를 말하고 있는데 이런 시를 배를 타고 표박하면서 썼다는 것은 학문을 상당히 온축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대목을 쓰려면 옆에 책을 펼쳐 보면서 써야 할 텐데 선상 생활을 하면서 이런 작품을 쓴다는 것은 두보의 공부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강 언덕에 버드나무 잎이 섣달쯤에는 잎이 돋을 것이라 하고 산에는 매화가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피울 것이라 말한다. 이 대목은 동지가 의미하는 희망적인 뜻도 좋지만 경물 묘사가 지극히 정교하여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버들이 눈썹처럼 생겼기 때문에 찡그린 눈썹을 펴는 의미로 펼 ‘서(舒)’ 자를 놓았고 거기에 걸맞게 강 언덕을 ‘안용(岸容)’이라 하여 사람의 얼굴로 묘사하고 있다. 즉 강 언덕의 버들잎이 나는 것을 사람이 눈썹을 펴는 것으로 비유한 것이다. 또 매화가 추위를 이겨내고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것을 산의 뜻이라 하여 마치 산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처럼 묘사하였다. 이 시에서 이 대목이 특별히 정채롭다.

운물(雲物)은 풍경을 말하고 향국(鄕國)은 고향을 말한다. 이곳 장강의 풍물이 두보의 고향 풍물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은 결국 고향에 대한 감회가 깊어진다는 말이며 아이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시킨 이유이다. 두보는 그 술을 단숨에 입에 털어 넣는다. 뒤집을 ‘복(覆)’ 자를 쓴 것은 그 때문이다.

동지의 절기 특성을 천시와 인사를 엮어서 표현하고 천시는 자연 경물 묘사로, 인사는 고향 생각을 하며 술을 한잔 마시는 것으로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시는 두보의 평소 온축된 학식과 시를 쓰는 정교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동지 절기를 노래한 시로도 손꼽을 만하다.

清 萧晨《踏雪寻梅图》 青岛博物馆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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