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을 생각하며 邯鄲冬至夜思家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을 생각하며邯鄲冬至夜思家/당唐 백거이白居易

邯鄲驛裏逢冬至 한단의 역사에서 동지 가절을 만나니
抱膝燈前影伴身 웅크려 앉은 등불 앞 그림자가 벗하네
想得家中夜深坐 생각느니 집안에선 깊은 밤 둘러 앉아
還應說著遠行人 멀리 객지에 있는 나를 말하고 있겠지

804년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33세로 한단(邯鄲)을 여행할 때 지은 시이다. 당시 백거이는 교서랑(校書郞)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낙양(洛陽)과 서주(徐州) 일대를 여행하다가 하북(河北)에 있는 한단에 온 것이다. 동지는 양의 기운이 처음 생겨나서 드디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기점이라 많은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봄의 기점인 입춘과 함께 옛날부터 명절 분위가가 나는 날이었다.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새 옷도 입고 음식도 만들어 먹는 날이라 객지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집을 그리워하는 날이다. 백거이의 이 시는 바로 이런 당시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시에서 표현한 것 이상의 많은 여운을 남긴다.

시의 후반 내용은 왕유의 “지금 형제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나만 빠진 채 다 수유 가지 꽂았겠지 [遙知兄弟登高處, 遍插茱萸少一人]”라고 하는 시와 같은 발상으로 자신이 가족을 그리워한 나머지 가족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까지 표현하여 더욱 그 감정이 아련해진다. 단순히 표현의 기교라기보다는 사람이 누구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이는 백거이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측면에서 보아야 하지 단순히 표현 수법을 논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범중엄(范仲淹)은 백거이의 이 구절이 왕건(王建)의 <길을 가며 달을 보다(行見月)> 시에 “집안사람들 달 보며 내가 돌아오길 바랄 테니, 바로 길 가는 중에 집을 생각하는 때이네[家人見月望我歸, 正是道上思家時]”라고 한 시만은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백거이의 시는 어느 한쪽을 묘사하였지만 왕건의 시는 쌍방향으로 묘사하여 더욱 절실함이 드러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으로 보면 후반이 이 시의 중심이지만 묘사로는 2번째 구가 돋보인다. 포슬등전영반신(抱膝燈前影伴身), 등불 앞에서 쪼그려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등불에 비친 이러한 몸 그림자가 방안에 생겨난다. 이 그림자만이 자신을 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외로운 가운데 생각을 골똘히 하면서 어떤 감정에 휩싸여 있는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 해가 저무는 시기가 왔다. 해와 달의 변화로만 보면 동지가 가장 한 해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합리적이다. 내년을 새로 계획해 보기에 좋은 때이다.

明 唐寅 <松荫高士图>

365일 한시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