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위응물韋應物 저녁에 우이현에 정박하여夕次旴貽縣

저녁에 우이현에 정박하여夕次旴貽縣/당唐 위응물韋應物

落帆逗淮鎮 회수가 진 가까이 돛을 내리고
停舫臨孤驛 외로운 역정 앞 배를 정박하네
浩浩風起波 저녁 바람 아득한 물결에 일고
冥冥日沉夕 저녁 해는 어둑한 물결에 지네
人歸山郭暗 어두운 산 성곽 사람 돌아가고
雁下蘆洲白 하얀 갈대 섬 갈매기 내려앉네
獨夜憶秦關 홀로 이 밤 관중을 생각하느라
聽鍾未眠客 종소리 들으며 잠을 못 이루네

이 시는 위응물(韋應物, 737~792)이 783년 여름 47세로 장안에서 저주 자사(滁州刺史)로 부임하러 가는 도중에 우이(旴貽)에 저녁에 정박했을 때 지은 시이다. 우이는 지금 저주의 바로 위에 있는 강소성에 속한 현 이름인데 이곳에 왔을 때는 이미 늦가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진(淮鎭)은 회수에 인접한 진(鎭)을 말하니 결국 우이현(旴貽縣)을 말한다. <<당음(唐音)>>에 “《양주역지(楊州域志)》에 진 원제(晉元帝)가 유외(劉隗)를 보내어 회음(淮隂)을 지키게 하고는 진의 중진(重鎮)으로 삼았다.”라는 주석이 보인다. 그 다음 구절 역시 같은 상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인데 그 곳에 역시 여행자를 위한 관용 숙박 시설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 벌써 ‘고역(孤驛)’이란 표현이 나와 경물에 시인의 서정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한다.

아득히 너른 강물 위에 풍파가 일어나고 해는 그 서편에 뉘엿뉘엿 가라앉는 저녁이 되자 여러 날 여행이 지속된 시인에게 고독감이 일어난다. 산에 걸쳐진 성곽이 어두워질 쯤 사람들은 대부분 귀가하였고 흰 갈대꽃으로 하얗게 드러난 강의 섬에는 기러기가 내려앉는다. 시인의 마음은 더욱 외로워진다.

명대의 저명한 당시(唐詩) 비평가 계천상(桂天祥)은 백(白)자가 묘하다고 하였다. 이 글자가 바로 어두워가는 저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낮에는 그 존재감이 덜하지만 어두운 저녁이 되면 흰 갈대꽃이 강물 위에 드러나고 그 곳에 달빛이 비치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지금 시인은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 곧 저녁을 먹는 상황과 기러기가 하얀 갈대 섬에 내려앉는 것을 보면서 고독감이 더욱 주체할 길 없는 향수로 번져가는 중이다.

진관(秦關)은 진나라의 관이라는 말로 관중(關中)을 의미한다. 여기서 관중이 그립다는 말은 바로 고향이 그립다는 말이다. 위응물의 고향이 경조(京兆) 만년현(萬年縣)이기 때문이다. 경조는 수도 장안을 둘러싼 경기도와 같은 말이다. 이런 고향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어디선가 저녁 종소리가 울린다. 나그네의 시름과 생각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위응물의 시는 뭐라고 딱 지적하여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시 같은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이 시라고 하는 관념에 매우 가까운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 당시에 이런 시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明代 仇英 <枫溪垂钓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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