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유정劉楨 사촌 동생에게 주는 시贈從弟詩 其二

사촌 동생에게 주는 시贈從弟詩 其二/ 위魏 유정劉楨

亭亭山上松 당당히 선 산꼭대기 소나무
瑟瑟谷中風 소슬하게 부는 골짜기 바람
風聲一何盛 바람 소리 얼마나 요란하며
松枝一何勁 소나무 가지 얼마나 굳센가
冰霜正慘淒 서리와 얼음 한창 엄혹한데
終歲常端正 일 년 내내 늘 단정히 섰네
豈不罹凝寒 어찌 혹한을 겪지 않으랴만
songbai有本性 송백은 견디는 본성이 있네

이 작품은 건안칠자의 한 사람인 유정(劉楨)의 대표작이다. 연시 3수 중 두 번째 시인데 이 시가 가장 뛰어나다. 이 시는 공자가 말한 세한송백(歲寒松柏)과 이 연재 307회에서 소개한 굴원이 지은 귤송(橘頌)의 정신을 계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하(一何)’라는 말은 ‘얼마나’ 라는 말이다. ‘참처(慘淒)’는 ‘처참(悽慘)’하다는 말과 같으니 엄혹하다는 뜻이다. 리(罹)는 어떤 일을 당한다는 말이다. 응한(凝寒)은 매우 춥다는 말이다.

송백(松柏)은 우리나라에선 소나무와 잣나무로도 쓰이지만 중국 시문에 나오는 것은 다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말한다. 잣나무는 중국 시문에 송(松)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측백나무가 많이 없지만 중국 북방에는 소나무보다 많은 것이 측백나무여서 상록수의 대표성을 띤다.

후한 말기와 위진 교체 시기에는 위, 오, 촉 삼국이 정립하여 각축하느라 사회가 극도로 혼란하였다. 이 시기 문인들은 세상을 피해 은둔하는 사람도 있었고 녹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지조를 지킨 사람도 있었다. 혼란한 시기에 오히려 사람들은 바르고 당당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시가 그렇다. 서리와 얼음이 몰아치면 대부분의 초목은 잎이 다 참혹하게 시들고 그 몸체만 남는다. 그런데 소나무는 그때 더욱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를 드러낸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소나무의 늠름한 정기(正氣)를 찬양한 시이다.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여 증시(贈詩)가 크게 유행하였다. <사촌 동생에게 주는 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 역시 증시인데 개별 작품은 영물시이다. 여기 소개하지 않은 두 시는 각각 제사에 올리는 마름[蘋藻], 성군이 다스릴 때 나타나는 봉황(鳳凰)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제사에 올리는 마름처럼, 엄혹한 얼음과 서리에도 굴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성군이 다스릴 때 나타나는 봉황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동기간의 정이 담겨 있다는 게 이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가까운 형님이 나에게 이런 시를 써 주었다고 생각하면 이 시의 의미가 더 가까이 와 닿는다.

이 시를 지은 유정(劉楨, 186~217)은 주로 후한 말 조조(曹操)에게 등용되어 그의 아들 조비(曹丕), 조식(曹植)과 가까이 지낸 시인이다. 때문에 시대구분으로 보면 후한 사람이지만 실제 문헌에는 주로 위(魏)로 표기되어 있다. 이미 당시를 위나라로 본 것이다. 얼핏 보면 조씨 삼부자에게 아부한 시인 같지만 오히려 반대이다. 유정은 골기(骨氣)와 정기(正氣)를 강조하여 연회 석상에서 본래 원소의 며느리였던 조비의 부인 견복(甄宓)이 나와 모두들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유정은 그냥 쳐다보아 조조가 유정의 뻣뻣한 태도를 한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당시의 문학은 주로 시가 방면에서 성황을 보였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조조 부자와 건안 칠자라고 하는 인물이다. 건안은 한 헌제의 연호이고 7자는 공융(孔融), 진림(陳琳), 왕찬(王粲), 서간(徐幹), 완우(阮瑀), 응양(應瑒), 유정(劉楨), 이 7명을 가리킨다. 그래서 당시에 활동했던 시인들을 간결하게 줄여 삼조칠자(三曹七子)라고도 한다. 유정은 다만 32세로 일찍 죽어 문재를 다 펴지 못하였다.

明 沈周 <松柏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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