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노륜盧綸 장 복야의 새하곡에 화답하여 3 和張僕射塞下曲 其三

장 복야의 새하곡에 화답하여 3和張僕射塞下曲 其三/당唐 노륜盧綸

月黑雁飛高 달은 어둡고 기러기 높이 나는데
單于夜遁逃 선우가 야음을 틈타 도망을 가네
欲將輕騎逐 가벼운 기병을 이끌고 추격하려니
大雪滿弓刀 큰 눈이 내려 칼과 활에 가득하네

이 시는 6편의 연시조 중 3번째 시이다. <새하곡(塞下曲)>, 즉 <변방의 노래>란 제목으로 널리 유전하고 있지만, 본래는 장복야(張僕射)가 지은 새하곡에 노륜(盧綸 : 739~799)이 화답한 시이다. 장복야는 장건봉(張建封 : 735~800)을 가리키는데 당시 서주 자사(徐州刺史)로 있다가 장안으로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와 있는 상태였다. 이때가 798년으로, 노륜 역시 궁중에 불려가 있다가 장건봉이 다시 임지로 돌아가려 할 때 <새하곡>을 지었는데 노륜이 화답시 6편을 지은 것이다.

그 화답시의 내용이 장군이 출정 명령을 내리는 장면, 밤에 범을 쏜 일화, 승전하고 돌아온 일, 등으로 짜여 있는 것은 이 시가 장건봉이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유가 지은 <장 복야에게 올리는 편지[上張僕射書]>가 바로 이 장건봉에게 올린 편지이다. 노륜은 대략 60세의 노년에, 한유는 젊은 청년기에 각각 장건봉에게 글을 올린 셈이다.

‘달이 어둡다.’는 것은 달이 짙은 구름에 가려 하나도 안 보인다는 의미이다. 뒤에 폭설이 내린 것을 보면 눈이 내리기 직전에 구름이 자욱한 것을 알 수 있다. 기러기가 높이 나는 것은 선우의 군대가 도망가기에 잠자던 기러기가 놀라 높이 난 것이다. 이 기러기가 나는 것을 보고 당군이 눈치채고 급히 추격병을 편성한 것이다.

‘장(將)’은 뒤의 경기(輕騎)를 목적어로 취하여 ‘이끌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달아나는 적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속도를 2배 이상 해야 하므로 중무장한 군사로는 안 되기 때문에 무장을 가볍게 하고 추격하려는 것이다.

‘궁도(弓刀)’는 달처럼 구부러진 칼일 가능성도 있는데 내 생각은 활과 칼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병사들이 무기로 꼭 활과 칼만 썼겠는가? 창도 있고 검도 있고 언월도도 있었을 것이다. 군사들이 휴대한 이런 무기를 통틀어 ‘궁도’라고 표현한 것으로 본다.

돌궐의 선우(單于)와 팽팽하게 대치하다가 야음을 틈타 달아난 낌새를 알아채고 즉각 날쌘 기병을 집결하여 추격 명령을 내리기 직전 아까 달을 가렸던 컴컴한 구름이 눈이 되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창칼에 펄펄 내리는 눈은 출격하기 직전의 기세 있는 광경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장면을 두고 눈이 많이 와서 추격을 못 하게 되었다든가, 변방의 혹독한 상황을 노래했다든가 하는 해설이 많은데 이는 작가의 본의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시는 기본적으로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장군에게 화답하는 시이다. 그런 시에 병졸들의 아픔이나 변방의 혹독함을 말하겠는가? 아니다. 이 시는 그런 상황에서도 적과 싸워 이기는 영웅적인 군사와 장군의 모습을, 그것도 가장 인상 깊은 한 장면을 선택해 그린 것이다. 요컨대 앞 2구는 몰래 달아나는 선우의 비겁함을, 뒤의 두 구는 적군을 추격하는 아군의 영웅적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것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 2폭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기에 예전 평자들이 이 시인은 중당(中唐) 사람이지만 이 시는 성당(盛唐)의 기상이 있다고 한 것이다.

노륜은 산서성 포주(蒲州) 사람으로 여러 번 과거에 떨어진 뒤에 재상의 추천으로 관직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관직 생활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지만 남과의 교제는 범위도 넓고 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도 잘 지었는데 그가 관직을 얻은 것도 주로 시로 교제하다가 신임을 얻어서였다. 당시가 대력 연간이라 노륜은 대력십재자(大曆十才子)로 불린다. 이 <새하곡> 6수는 노륜을 대표하는 시이고 오늘 소개한 이 시는 이 6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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