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보杜甫 개똥벌레螢火

개똥벌레螢火/당唐 두보杜甫

幸因腐草出 요행히 썩은 풀에서 생겨나서
敢近太陽飛 감히 태양 근처에 날아다니네
未足臨書卷 책을 보기엔 밝기가 부족하고
時能點客衣 때때로 나그네 옷을 더럽히네
隨風隔幔小 바람 따라 장막 뒤 형체 작고
帶雨傍林微 비 맞으며 숲 곁에서 희미하네
十月清霜重 시월이라 찬 서리 엉겨 붙으면
飄零何處歸 떠돌아다니다 어디로 사라질까

이 시는 두보(杜甫 : 712~770)가 759년 48세 때 쓴 작품이다. 당 현종의 아들 대종과 손자 숙종 시기에 발호한 환관 이보국(李輔國)을 풍자한 작품이다.

우리나라는 삼국과 고려, 조선을 통틀어 환관, 즉 내시들이 발호한 적이 없다. 군인과 승려들이 정권을 잡거나 큰 영향을 끼친 적은 종종 있었지만, 내시들이 국정을 농단한 적은 없으니 중국과 다른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대 왕조의 왕권이 중국과 달리 약한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일본은 모두 왕이 거처하는 곳을 수도로 삼고 도성을 만든다. 이 도성 안에 왕궁이 있으며 왕궁 안에는 다시 공무를 보거나 관청들이 있는 지역과 달리 왕실의 사적인 거주 공간이 있다. 이 왕실의 사적 공간을 대내(大內)라 하는데 여기서 일을 하는 남성들이 바로 환관이다. 중국은 이 환관의 규모가 몇 천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내시가 그리 많지 않은 우리나라와 내시가 아예 없었던 일본과 구분된다.

중국의 역대 정권 중에 전한과 명나라는 환관의 발호로 망하였다. 《삼국지》를 펼치면 첫 부분에 군웅들이 일어서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황건적이고 황건적은 바로 환관의 발호에 기인한 것이다. 명나라 초기에 우리나라로 파견되는 중국 사신들은 상당히 학식과 문장을 갖춘 선비들이었기에 조선에 와서도 시문을 창수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다. 그런데 명나라 말기 인조 때는 환관들이 사신으로 왔는데 이들은 학식과 글은 고사하고 우리나라에서 식사 대접을 위해 사용한 은으로 만든 그릇을 다 가지고 가서 조선의 국고 부담이 막대했다.

당나라 때도 환관들이 발호하였는데 현종 때의 고력사(高力士)도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 이 시의 풍자 대상이 되는 이보국(李輔國)은 말을 키우던 천한 신분에서 재상까지 오른 놀라운 수완을 가진 인물이다. 이 사람이 당나라 숙종 연간에 조정의 병권과 기무를 장악하고 숙종을 능멸하던 상황이 이 시의 배경이다.

고인들은 개똥벌레가 썩은 풀이 변해서 된 것이라 알고 있었다. 이 썩은 풀 부초(腐草)는 이보국의 신분이 본래 천한 것을 나타내는데 환관의 특징 궁형(宮刑)을 부형(腐刑)이라 한 것을 반영한 표현이다. 개똥벌레는 본래 주로 밤에 다니는데 ‘태양 근처에 날아다닌다.’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 시가 풍자시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천자를 가리킨다.

반딧불이는 책을 보는 데는 별 도움도 안 되고 사람 옷에 붙어 옷이나 더럽히는 악충(惡蟲)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후한 때 차륜(車輪)이라는 사람이 여름에 반딧불이를 주머니에 담아 그 빛으로 공부를 했다는 고사를 뒤집은 것이다. 즉 형설지공의 주인공 중 하나인 차륜은 그렇게 해서 책을 읽었는지 모르나 자신의 견해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5, 6구는 이보국이 암약하는 광경을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 반딧불이의 생체적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어 시에 생동감과 깊이를 준다. 장막 뒤에 숨어서 암약하는 작은 소인배의 모습과 환관의 발호에 대한 비난이 거셀 때 위축되는 개똥벌레의 모습을 그렸다. 이 시는 실제 현상과 비유하는 대상을 치밀하게 연계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 시의 끝부분을 보면 이보국이 곧 처형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5년 정도 더 권력의 단맛을 즐기다가 죽는다. 이보국이 대종 때에 조정에서 쫒겨 났을 때 도성에 환호성이 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거물이라도 많은 사람의 귀와 눈을 다 가릴 수는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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