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링 강연록, <내가 생각하는 경전經典>

장소: 한국 서울 대학로 샘터빌딩
시간: 2019. 10. 30 19:00~20:30

리링 교수, 사진 노승현

“저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책을 쓸 줄 아는 사람일 뿐이며 더 좋아하는 것은 독서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출판한 8권의 책 중 6권은 경전을 읽는 방법과 관련돼 있습니다. 나머지 2권은 에세이집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6권은 《논어》, 《노자》, 《손자》, 《주역》과 관련이 있지요 아마 한국의 독자들은 이 4권의 경전을 읽는 것에 대한 제 경험을 듣고 싶어 하시겠지요.

우선, 제 자신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작가보다는 책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요. 저는 베이징대의 선생입니다. 저는 먼저 고고학을 했습니다. 일찍이 고고학연구소에서 7년간 연구를 했습니다. 섬서성에서 고고학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전공은 은주의 동기(銅器)였습니다. 1985년에 베이징대로 옮겨갔고 그 후로는 주로 고전 문헌과 고문자를 연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저서를 쓰기는 했지만 제 글쓰기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보통의 독자와 마찬가지로 줄곧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흥미로워 했지요.

한편 위에서 언급한 네 권의 경전은 전통적인 경전과는 다릅니다. 《주역》만이 전통적인 경전이지요. 전통적인 경전이라는 것은 공자 시대의 경전을 말합니다. 그 시대의 경전은 이른바 13경이라고 합니다. 《논어》, 《노자》, 《손자》는 그 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논어》는 유가의 경전입니다. 《노자》는 도가의 경전이고 《손자》는 병가의 경전입니다. 《주역》은 기술, 음양오행 같은 술수(術數), 방기(方技)의 학문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이 네 권의 책은 국제 한학계에서 매우 중시되고 중국 외의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입니다. 즉, 저는 어떤 특수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표준에 따라 이 4권의 경전을 택한 겁니다. 물론 그래도 여러분은 제게 물을 겁니다. 제가 어떤 유용성이 있어 이 4권을 선택했는지 말이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여러분에게 되묻고 싶군요. 독서라는 게 무슨 유용성이 있는지 말이죠.

제 생각에 독서의 가장 큰 유용성은 인생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조의 시를 보면 근심을 해결하는 데 있어 독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와 있습니다. 또 삼련서점(三聯書店)에서 내는 《독서》라는 잡지에서 제게 글자를 좀 써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何以解憂, 唯一讀書”, 즉 “근심을 해결하는 데는 독서만이 유일한 길이다”라고 써주었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취업이지만 제가 젊었을 때는 독서는 기본적으로 취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다. 사람은 심심해지면 독서를 하게 됩니다. 많은 사건을 겪게 되어도 독서를 하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베이징대에는 네 개의 문과 전공이 있습니다. 중문과가 가장 크고 다음이 철학과입니다. 그리고 역사학과가 있으며 마지막이 고고학과입니다. 고고학과는 서양에서는 인문학으로 보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인문학으로 봅니다. 문과 관련 전공은 모두 무용지물의 학문을 연구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돈이 안 되고 돈만 쓰는 과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도 말입니다. 실제로 저희 대학의 이과 계열에서는 자신들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차원에서도 여러분도 《논어》난 《노자》가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 생각하겠지요. 《논어》에는 도덕에 관한 여러 격언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논어》를 공자와 제자들 간의 삶의 역사로 이해합니다. 《노자》의 성격은 더 뚜렷하지요. 노자는 무위(無爲)가 유용하다고 말했었지요. 한 가지 얘기를 더 해볼까요? 문화대혁명 때 우리는 마오쩌둥의 철학서를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때 네 권의 책이 나왔었지요. 당시 중국의 유명한 탁구선수는 그 네 권의 책으로 어떻게 탁구를 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제가 농촌에 있었을 때 누구는 그 책들로 어떻게 돼지를 키울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전등을 설치할 수 있는지 물어본 사람도 있었지요.

사실 우리가 경전이라고 말하는 책들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에게 지혜를 가져다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실용적인 책들은 대부분 빨리 도태됩니다. 오랫동안 남는 책들은 실용서가 아닙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이렇게도 말할 겁니다. 중국에는 당신이 다룬 4권의 경전 외에도 다른 제자백가의 책도 있지 않느냐고 말이죠. 네, 《관자》, 《한비자》, 《여씨춘추》 등도 있긴 하지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4권의 경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노자》는 5,000자 정도 되고 《손자》도 비슷합니다. 《주역》과 《논어》도 짧은 편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사상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유가와 도가입니다. 만약 유가를 한 권으로 읽어야 한다면 제가 생각하기엔 《논어》가 적격입니다. 도가에서 한 권을 택한다면 노자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중국의 많은 병서 중에 역시 한 권을 꼽는다면 단연 《손자》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역》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술수, 방기를 연구한 경전인데요, 이런 류의 책들은 체계적인 연구를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야 천천히 체계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가장 앞 시대의 책이 바로 《주역》이지요. 이상이 바로 제가 그 4권의 경전을 택해 책을 쓴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는 책을 읽는 데 있어 많은 조건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집과 시간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요즘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집이지요. 집이 너무 비싸니까요. 또 시간은 일을 하느라 다 쓰고 있고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쉬운 일은 아니지요. 집과 시간의 문제는 아마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직면한 문제일 겁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가 더 편하게 경전의 지혜를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과 돈을 얻기 위해 돈을 버는 데 자신의 생명을 다 소모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과연 돈으로 우리의 생명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가 경전을 장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어떤 지혜의 보고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이에 관해 여러분과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질의 응답

1. 선생님의 저서인 《논어, 세 번 찢다》와 《집 잃은 개》를 읽었는데, 공자가 말하는 도와 노자가 말하는 도가 무엇이고 또 양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도라는 것은 “도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의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생각하기에는 당시 천하에는 도가 없었습니다(無道). 도가 없어서 공자가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게 된 것이죠. 그런데 공자는 서주(西周) 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했습니다. 공자는 오늘날 우리의 문화 보수주의자들과 비슷합니다. 청대 말년의 왕궈웨이(王國維) 같은 학자와도 비슷합니다. 공자는 서주의 혁명이 가장 위대한 혁명이었고 서주의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 제도였다고 말합니다. 공자가 말한 도는 이런 성격을 갖고 있지요.

노자가 말한 도는 이와 다릅니다. 노자는 유가와 묵가를 다 반대했습니다. 모두 인위적이며 자연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한 도는 대부분 자연입니다. 본래의 모양대로 살아가는 경지지요. 공자와 노자가 말하는 도의 차이는 이렇게 간단히 요약될 수 있습니다.“

2. 고전의 내용 중에서 오늘날의 사고방식과 다른 내용은 어떻게 받아들어야 합니까?

“《논어》를 보면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게 여성 비하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공자가 그렇게 말했을 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공자의 시대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간단히 말해 공자에게는 여제자가 없었고 그 시대에는 여성이 거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지요.

하지만 고대인들은 굉장히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었고 그 중에는 지금까지도 해결이 안 된 것이 많습니다. 사유제, 국가의 문제, 문명의 문제 같은 것들이 그 예이지요. 우리의 세계는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고고학자와 인류학자의 시각에서는 우리의 수많은 문제들이 5천 년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전의 내용을 지금의 문제와 연관시켜 하나의 역사 범주 안에서 포괄적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3. 《논어》를 보면 공자가 위대한 성인인데도 제자들 중 몇 명을 특별히 편애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도 아마 가르치는 학생들 중 편애하는 학생들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티 안 내고 지도를 하셨는지요?.

“사실 저는 학부생들은 누가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석사생들은 굳이 선생에게 의존하지 않아서 편애의 문제는 별로 없는 듯합니다. 심지어 선생보다 본인이 똑똑하다고들 생각하니까요. 또 그들에게 제일 힘든 것은 취업 문제입니다. 사랑할 사람도 찾아야 하고 말이에요.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짧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늘 너희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또 이런 말을 합니다. “선생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다. 나도 너희에게 꼭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의 임무는 자신의 흥미를 발견해서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다.”라고 말이죠. 그러면서 그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묻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저는 다행히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서 그들 각각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고고학, 역사, 고문자 등을 말이죠.

사실 고대의 선생들은 특별히 일부 제자를 편애하기는 했습니다. 제자에게 자기 딸을 시집보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는 안할 듯합니다.“

4. 《노자》는 병가적인 요소가 많고 병가 사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노자》는 주로 천도와 자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사실 천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덕경」(德經) 부분에서는 치국과 용병에 관한 논의도 있고요. 누구는 《노자》를 병서라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마오쩌둥이 그런 관점을 가졌습니다.

치국과 용병의 관점에서 《노자》를 바라보는 해석은 한나라 이후에 와서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현대에 마왕퇴(馬王堆)의 고서가 출토된 이후에는 《노자》에 무위뿐만 아니라 유위도 있다는 것이 밝혀져 논쟁이 격화되기도 했지요. 사실 우리는 한비자가 노자를 읽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덕경」을 앞에 두고 「도경」(道經)은 뒤에 놓았습니다. 한나라 이후의 해설서는 「도경」을 앞에 두고 「덕경」은 뒤에 놓았지만 말이죠. 도가는 도교가 된 후에 더욱 더 청정무위를 중시하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도가는 법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법가의 유위의 학파이지요. 노자에 관해 중요한 것을 언급해주셨습니다. 그 부분을 빠뜨리면 노자의 면모를 완전하게 볼 수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