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오서일吳西逸 청강인淸江引 · 가을에秋居

청강인淸江引 · 가을에秋居/원元 오서일吳西逸

白雁亂飛秋似雪 분분한 흰 거리기 떼 가을의 눈 같고
清露生涼夜 맑은 이슬 서늘한 밤에 생겨나네
掃卻石邊雲 바위 곁의 구름을 쓸어버리고
醉踏松根月 취해 소나무 아래 달빛 밟고 가서
星斗滿天人睡也 하늘 가득한 별을 보며 나 잠드노라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에 흰 기러기 떼가 군무를 펼치며 날아오니 흡사 눈과 같다. 이런 기러기가 오는 무렵은 바로 상강(霜降) 시절! 맑은 이슬이 밤공기를 더욱 청량하게 만든다. 시인은 술을 마시고 대취하였다. 이 세상을 한 품에 안은 듯 호탕하고 기분이 좋아 어디론가 달려간다. 취해서 바위 옆을 지나가다가 옷자락이 쓸리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고인들은 바위에서 구름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위 옆의 구름을 제거한다는 말은 결국 옷자락으로 바위를 쓸며 지나간다는 말이다. 그 다음 구절과 짝을 이루고 있어 그 뜻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소나무 사이로 달이 비쳐 소나무 밑동이 달빛에 어룽어룽하다. 시인은 비틀거리며 그 달빛을 밟고 지나간다. 가다가 마른 풀이 펴진 풀숲에 드러눕는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 있고 대취한 시인은 그 별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뒤로 눕는다.

거칠 것 없이 광달(曠達)하고 초매(超邁)한 기상이 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호기롭고 등등한 기세는 유목민의 성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눈, 이슬, 구름, 달, 별 이런 천상의 자연물을 사용하고 맑은 기운에 술기운이 보태져 탈속적이고 호방한 시경을 연출하고 있다.

청강인(淸江引)은 원나라 때 산곡의 곡패(曲牌) 이름인데 그 기원이나 어원은 분명치 않고 원나라 때 등장하였다. 5구 29자로 되어 있으며, 1구와 4구, 2구와 5구에 같은 운자를 놓아 모두 4개의 운자가 달리고, 2구와 4구는 평측이 같다.

이 시를 지은 사람은 원나라 때의 산곡(散曲) 작가 오서일(吳西逸)인데 대략 1320년을 전후해 살았지만 생졸년이나 살던 곳, 본명 등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그가 지은 짧은 형식의 산곡인 소령(小令)이 47수 남아있을 뿐이다. 그 중에 자기 자신에 대해 노래한 시가 한 수 있어 그의 성정을 알려준다. <나 자신에 대해[自況]>라는 작품이다. 내용이 이렇다.

萬傾煙霞歸路 자욱한 운무와 노을 속 돌아가는 길
一川花草香車 온 시내 화초 향기 수레에 가득하네
利名場上我情疏 명리의 세상에 나는 관심 없어라
藍田堪種玉 남전에는 옥을 심을 만하고
魯酒可操觚 노나라 술은 붓을 잡을 만하며
東風供睡足 봄바람은 한 숨 푹 자게 하네

남전에 옥을 심는다는 말은 선행을 쌓는다는 말이다. 옛날에 양백옹(楊伯雍)이라는 사람이 효성이 지극했는데 무종산(無終山)에 부모 장례를 치르고 샘을 파서 음료를 만들어 길가는 목마른 행인들에게 대접하였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어떤 선인(仙人)이 돌 1되를 주면서 심으면 옥이 된다고 하였다. 그대로 해 보고 수시로 가보니 옥이 돌에서 자라고 있었다. 인근에 서씨(徐氏)라는 사람의 딸이 행실이 좋았는데 사람들이 혼사를 청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그가 한 번 가서 의향을 말했더니 서씨가 미친놈이라고 하며 농담 삼아 옥 한 쌍을 가지고 오면 들어주겠다고 했다. 양백옹이 그 옥밭에 가서 옥 5쌍을 캐어 가지고 가서 그의 사위가 되었다. 이 기이한 소문을 들은 천자가 비석을 세워 그 곳을 옥전(玉田)이라 했다. 《수신기(搜神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고사를 줄여 남전종옥(藍田種玉)이라고 하다 보니 옥전이 남전과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서 옥을 심는다는 것은 결국 선행을 쌓아 그 보답을 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노나라 술은 박주로 알려져 있고 조고(操觚)는 붓을 잡는다는 말이니, 막걸리 같은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필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은 이 세상의 명리에는 뜻이 없고 연하가 낀 아름다운 산수 간에 노닐며 선행을 쌓고 글을 쓰면서 졸음이 오면 그대로 잠도 실컷 자는 그런 삶을 살겠다는 말이다. 자신의 자화상을 쓴 것이다. 마치 한 세상 진세를 초월하여 소풍처럼 물외(物外)에 노닐다 돌아가는 사람의 시인 듯 비범하여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경지다. 숨어 있는 뛰어난 시인을 만난듯하여 기쁘다.

明 项圣谟 <画芦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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