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목杜牧 장안에서 가을에 바라보며長安秋望

장안에서 가을에 바라보며長安秋望/당唐 두목杜牧

樓倚霜樹外 누각이 단풍 숲 위 솟아 있어
鏡天無一毫 거울 같은 하늘 티 하나 없네
南山與秋色 높은 종남산과 맑은 가을 하늘
氣勢兩相高 그 기세가 둘 다 높기만 하네

이 시는 두목(杜牧, 803~852)이 850년 48세 무렵 장안에 있을 때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장안에 있는 정자에서 단풍에 물든 종남산과 티 하나 없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그 높고 공활한 기세를 표현한 시이다.

지난 <산행(山行)> 시에서는 상엽(霜葉)이 나오고 이 시에서는 상수(霜樹)가 나온다. 고인들은 나뭇잎이 서리를 맞으면 붉게 단풍이 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엽은 단풍이라는 의미이며 상수는 단풍이 든 숲을 의미한다.

누각이 단풍이 든 숲 밖에 서 있다는 것은 누각이 나무들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색(秋色)은 본래 가을 경치 일반을 말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높은 누각에서 바라본 거울같이 맑은 가을 하늘을 받아서 사용한 표현이다.

시인은 티 하나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의 아득한 공활감과 저 멀리 높이 솟은 남산의 우뚝한 모습을 보면서 둘 다 그 기세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하늘과 종남산이 높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리려고 이런 시를 쓴 것일까?

시인의 뜻이 어찌 그렇게 허무할 리가 있겠는가? 이 시는 외관상으로는 가을의 서경 묘사로 일관하고 있으나 마지막 구에 종남산과 가을 하늘의 높은 기상을 굳이 선택하여 표현한 것은 결국 시인의 드높은 기개와 탁 트인 기질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말한 추색(秋色)은 일반적인 의미로는 가을 풍경이지만 시의 문맥적인 의미는 티 없이 깨끗한 가을 하늘이며 그 속에 담긴 내포적 의미는 시인의 맑고 드높은 흉금이라 말할 수 있다.

송나라 진사도(陳師道)는 뒤의 두 구절이 특히 뛰어나다고 하면서 ‘천길 벼랑처럼 가을의 기세가 높다.[千崖秋氣高]’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진지유(陳知柔)는 강과 호수의 굉활한 기세를 다 표현하지는 않아 추색을 망라했다고 볼 수 없다 하였다. 청나라 옹방강(翁方綱) 역시 이런 논의를 언급하면서 ‘시는 시간뿐만 아니라 지리의 제약을 받는다.’라고 하면서 강서의 여산(廬山)이나 광동의 나부산(羅浮山)를 읊었다면 이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평자들은 다 저마다의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한 시인이 세계의 전체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는 없는 법이다. 한 시대의 명멸하는 시인들은 다채로운 하늘의 별처럼 떠 있을 뿐, 보고 느끼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终南山 古观音禅寺 사진 출처 小综艺五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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