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진윤평陳允平 강 마을江村

강 마을 江村/송宋 진윤평陳允平

草舍蔬畦繞 시골집은 채마밭이 둘러싸고
柴門竹逕通 사립문은 대숲 길로 통하네
斷雲遮落日 조각구름 지는 해를 가리고
細雨濕斜風 가랑비는 미풍 따라 적시네
野艾抽花碧 들 쑥은 푸른 꽃이 올라오고
山茄帶葉紅 산가는 붉은 잎을 띠고 있네
煙深南浦遠 머나먼 남포는 운문가 짙어서
難認楚江楓 초강의 단풍 알아보지 못하네

진윤평(陳允平)은 절강성 은현(鄞縣), 즉 지금의 영파(寧波) 사람으로 송말원초 시기를 살다 간 인물이다. 출생 시기를 대략 1215~1220으로 잡고 있다. 그는 송나라 때는 과거에 낙방한 뒤 지금의 상해와 절강성 일대를 떠돌며 살았고 원나라 때는 인재로 천거되어 대도까지 갔으나 사양하고 돌아왔다. <<송백가시존(宋百家詩存)>>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74회에 소개하였다. 그는 ‘맑은 풍모와 굳센 절조(淸風勁節)’를 지닌 사람으로 당시 사람들이 인정하였다. 진윤평은 시와 사 둘 다 많은 작품을 썼는데 서호를 무대로 한 한 것이 많다. 이 작품은 그가 만년에 은거할 때 지은 시로 보인다.

야애(野艾)는 우리가 들이나 길가에서 흔히 보는 쑥을 말한다. 그 처음 올라오는 쑥의 꽃대가 벽록색을 띠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산가(山茄)는 무슨 가지 종류가 아니라 낙신화(洛神花)라고도 불리는 약이나 차로 쓰는 풀이 있다. 산가는 그 꽃잎이 붉고 잎줄기에도 붉은 기운이 있는데 아마도 이걸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앞의 6구는 모두 대구를 써서 은거지 주변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노래하였다. 뒤의 2구는 산구를 써서 멀리 보이는 포구의 풍경을 노래하였는데 앞의 구와는 달리 자신의 속마음을 담고 있다.

남포는 이별한 곳을 말하고 초강은 예전 굴원이 자살한 멱라수를 말한다. 따라서 그 남포에 운무가 짙게 끼고 멀어서 초강의 단풍을 잘 알아보기 어렵다는 말은 망한 송나라를 이제 가물가물 추억한다는 뜻이다. 가물가물 추억한다는 것은 다 잊혀 간다는 말이라기보다는 오래되어도 계속 떠올라 잊히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시 마지막 두 구는 풍경 속에 자신의 내면세계를 아주 은밀히 투영하고 있어 앞에서 묘사한 6구와는 대비되는데 이런 점은 시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특히 주의 깊게 볼만하다.

元 张渥, 《竹西草堂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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