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 282 -왕안석王安石 강 위에서江上

강 위에서江上/송宋 왕안석王安石

江水漾西風 강물은 서풍이 불어 일렁이고
江花脫晚紅 강가엔 철 늦은 꽃 떨어지네
離情被橫笛 피리 소리 이별의 정 싣고서
吹過亂山東 동쪽 여러 산으로 들려 오네

이 시는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이 조정에서 물러나 고향 강녕(江寧)에 있을 때 어느 날 장강을 유람하고 지은 시라 한다.

보통 강상(江上)이라 하면 강가를 말한다. 해상(海上)이 바닷가이고 호상(湖上)이 호숫가인 것과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강 위에서’를 의미한다. 시 내용이 배를 타고 동쪽 포구에서 이별하고 서쪽 장강을 따라가며 지은 시로 보이기 때문이다.

‘난산동(亂山東)’은 ‘산 동쪽을 어지럽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지러운 산 동쪽’을 의미한다. 여기서 ‘난산(亂山)’이란 어지러운 산, 즉 산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솟아 있는 것을 말한다. 동(東)은 포구에서 이별하고 지금 시인이 가는 쪽을 말한다. 즉 시인이 동쪽으로 오는데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왕안석은 실각해서 물러나 있으면서 아직 사마광이 자신이 실행한 법을 모두 뒤엎기 이전에는 이 시와 같은 비교적 한적한 시풍의 시를 썼다.

포구에 나온 친척들과 이별하고 배에 올랐을 때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렸던가 보다. 배를 타고 가면서 그 피리 소리를 들으니 이별의 정이 더욱 깊어진다. 그런데 이 시인의 표현은 매우 독특하다. 이백의 경우 <낙양성에서 봄밤에 피리 소리를 들으며[春夜洛城聞笛]> 라는 시에서 “한 밤의 피리소리 뉘 집에서 나는지, 봄바람에 실리어 낙양성에 퍼져가네.[誰家玉笛暗飛聲, 散入春風滿洛城.]”라고 표현하였다.(84회) 즉,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왕안석은 이와 반대로 표현하였다. 피리를 부는 사람이 마치 자신의 감정을 알아서 그 가락에 이별의 정을 담아 동쪽의 여러 산 쪽으로 분다는 것이다.

3번째 구는 동사가 피동으로 되어 있고 4번째 구는 능동으로 되어 있어 그대로 번역하면 마치 ‘이별의 정이 동쪽으로 불어온다.’는 말처럼 되어 한국말로는 이상한 말이 되고 만다. 한문에서는 4구에 주어 횡적(橫笛)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번째 구를 능동으로 바꾸어야만 원의가 바르게 전달된다. 이처럼 우리말과 한문은 단어의 구성 방식과 어법에 차이가 있어 일대일로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연재에서는 왕안석의 시를 4편 다루었다. 해설을 하면서 왕안석은 매우 재기(才氣)가 있고 대단한 문재(文才)가 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표현과 생각이 일반 사람의 사고를 뛰어넘는다. 다른 시인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왕안석 시의 경우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원의를 곡해하거나 엉뚱하게 이해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張大千, <長江萬里圖> 부분

365일 한시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