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思想文化術語詞典 14-중화中華

중화中華

‘중화’는 ‘중국’과 ‘화하’를 결합한 약칭이다. ‘화華’는 ‘화花’와 같고 문화의 찬란함을 비유적으로 가리킨다. 화하의 선조는 황하 중하류에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천하의 한가운데에서 발달된 문화를 누리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 ‘중화’라고 칭했다. 나중에 화하족 중심의 다민족국가가 부단히 확장되면서 관할 영토를 다 ‘중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근현대 역사에서 ‘중화’는 중국, 중국인, 중국 문화를 가리키는 일종의 기호이다.

예) 중화는 곧 중국이다. 직접 왕도의 교화를 받아 자연스레 중국에 속하게 되었는데 복장은 엄숙하고, 풍속은 효도와 우애를 중시하고, 처세는 예의를 추구하니, 그래서 중화라고 부른다. 中華者, 中國也. 親被王敎, 自屬中國, 衣冠威儀, 習俗孝悌, 居身禮義, 故謂之中華. (《당률명례소의석의唐律名例疏議釋義》)

중용中庸

공자와 유가가 긍정한 최고의 덕행이다. ‘중’은 언행이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 또는 기준을 가리킨다. 모든 일에는 어떤 한도가 있고 그 한도를 넘거나 채우지 못하면 안 좋다. 그리고 ‘용’은 두 가지 관련 함의가 있다. 첫째,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을 가리키고 둘째, 변치 않는 것을 가리킨다. ‘중’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데에서만 변치 않을 수 있다. 결국 ‘중용’은 인륜적인 일상성 속에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기준을 항상 맞추고 따르는 것을 가리킨다.

예) 중용은 일종의 덕으로서 가장 높은 준칙이다!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논어·옹야雍也》)

중용은 편파적이지 않으며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일상적 이치이다.中庸者, 不偏不倚, 無過不及而平常之理. (주희, 《중용장구中庸章句》)

자미滋味

감상자가 곱씹어 음미할 수 있는 시의 내포 의미로서 사실은 시의 미감美感에 해당한다. 남조의 시론가 종영이 《시품》에서 이를 제시하면서 오언시五言詩(한 행이 5글자로 이뤄진 시)를 창작할 때 내용과 형식의 결합에 중시하여 감상자가 계속 시를 음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훗날 ‘자미’는 문예 창작을 할 때 느끼는 일종의 흥취를 가리키기도 했다.

예) 오언시는 각종 시들 중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음미할 만한 뜻이 풍부하다. 五言居文詞之要, 是衆作之有滋味者也. (종영, 《시품서》)

글은 사람의 내면을 도야하고 제왕의 잘못을 완곡하게 지적하며 독자들이 그 내포된 의미를 느끼게 하니, 이것은 역시 즐거운 일이다. 至於陶冶性靈, 從容諷諫, 入其滋味, 亦樂事也. (안지추顏之推, 《안씨가훈顔氏家訓·문장文章》)

자지탈주紫之奪朱

사회생활과 문학예술 등의 영역에서 사악한 것이 올바른 것을 어지럽히고 진짜와 가짜가 뒤섞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는 빨간색을 뜻하는데 옛날 사람은 이를 바른 색깔로, 자색은 잡색으로 취급했으며 ‘탈’은 이긴다는 의미이다. 결국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색이 붉은색을 이긴다는 뜻이다. 맨 처음 이 말을 언급한 공자는 춘추시대에 사악함과 올바름이 구분되지 않고 음탕한 음악이 고상한 음악을 대체하는 현상이 심해진 것에 반감을 느껴, 근본적인 개혁으로 정상을 회복할 것을 역설했다. 그리고 남조의 유협은 어떤 작가가 글을 쓸 때 유가 경전에 반하여 사람들의 엽기적인 심리에 영합하는 것을 두고 이 말을 빌려 비판했다. 후대에는 유가의 문학적 기준과 규범을 확립하고자 할 때 이 말을 썼다.

예) 공자는 말하길, “나는 자색으로 붉은색을 대체하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 음악이 고상한 음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주변으로 나라를 전복시키는 자를 미워한다.”라고 했다.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논어·양화》)

수사는 글의 피부이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글의 골수이다. 고상한 글은 예복의 아름다운 꽃무늬처럼 화려하고 장중한데 지나치게 수식과 기교를 추구하면 잡색이 바른 색에 섞이듯 돼버린다. 辭爲肌膚, 志實骨髓. 雅麗黼黻, 淫巧朱紫. (《문심조룡·체성》)

자연自然

사물 본래의 상태로 ‘인위’의 뜻과 반대된다. 철학적 의미에서의 ‘자연’ 개념은 상식적인 ‘자연계’의 개념과는 다르다.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자연계’는 인간과 사회 이외의 물질세계를 가리키며 이 영역은 인위적인 간섭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과 사회도 ‘자연’의 상태를 갖는다. 또 정치철학 영역에서의 ‘자연’은 따로 백성이 행정과 교화의 간섭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그저 자기 자신인 것을 가리킨다. 도가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면서 반드시 백성의 ‘자연’ 상태를 따르고 또 그것에 순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 도는 자연을 법칙으로 삼는다. 道法自然. (《노자·25장》)

천지는 만물을 자연 그대로 놔두고 조작을 가하지 않음으로써 만물이 알아서 서로 다스리게 한다. 天地任自然, 無爲無造, 萬物自相治理. (왕필, 《노자주》)

자연영지自然英旨

시 창작에서 지나친 수식 없이 자연 만물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진실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영지’의 본래 뜻은 좋은 맛이지만 문학 용어로 쓰이면 시의 미묘한 내용과 의경을 가리킨다. 남조의 종영은 《시품서》에서 시인은 자신의 언어로 생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옛날 사람의 시구를 빌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읊는 것에 반대했다. 동시에 시 창작에서 지나치게 수식과 성률에 신경 쓰는 것을 비판하고 ‘자연영지’에 부합하는 창작이야말로 가장 진귀한 시 작품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후대의 문론에서는 ‘자연’, ‘천진天眞’ 등이 이 용어의 의미를 이어받았다.

예) 최근의 문인인 임방任昉, 왕융王融 등은 언어의 참신함을 중시하지 않고 아무도 안 써본 갖가지 전고를 앞 다퉈 사용했으며 그 후의 작가들도 점차 그런 습관에 물들었다. 그래서 전고를 안 쓴 구가 없고 내력이 없는 글자가 없는데, 전고와 자신의 글을 억지로 끼워 맞춰 작품을 크게 망친다. 단지 극소수 작가만 지나친 수식 없이 자연 만물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진실한 감정을 나타낸 작품을 쓸 수 있다. 近任昉, 王元長等, 詞不貴奇, 競須新事, 爾來作者, 浸以成俗. 遂乃句無虛語, 語無虛字; 拘攣補衲, 蠹文已甚. 但自然英旨, 罕直其人. (종영, 《시품서》)

당신이 내게 보여준 편지와 시부詩賦, 잡문은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떠다니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고정된 형태가 없으며 흘러야 할 때는 흐르고 멈춰야 할 때는 멈추더군요. 또한 문장이 자연스럽고 조리가 있으며 또 변화가 많고 구속을 받지 않습니다. 所示書敎及詩賦雜文, 觀之熟矣. 大略如行雲流水, 初無定質, 但常行於所當行, 常止於所不可不止, 文理自然, 姿態橫生. (소식蘇軾, 「답사민사서答謝民師書」)

종법宗法

고대 중국에서 가문을 중심으로 혈통과 적서嫡庶에 따라 가문, 국가, 사회를 조직하고 다스렸던 원칙과 방법. 종법은 부계 씨족의 가장家長 제도가 진화했으며 서주 시대에 완성되어 봉건제 등과 표리 관계를 이뤘다. 종법은 가와 국, 두 차원으로 나뉘었는데 가의 차원에서는 종족의 적장자嫡長子가 가문의 계승자로서 가문의 최고 권력을 갖고 가문의 나머지 구성원들은 친소親疏와 혈통에 따라 각자 가문 안에서의 지위와 권력이 정해졌다. 그리고 제왕과 공후公侯 또는 명문세가의 종족 등급제도는 국가의 차원까지 확장되어, 왕위 계승과 국가 정치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종법제도는 수천 년간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예) 이른바 종법은 국가가 백성을 양육하고 교화하는 것을 돕는 근원적인 기초이다. 宗法者, 佐國家養民敎民之原本也. (풍계분馮桂芬, 《복종법의復宗法議》)

浙江 温州 包氏宗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