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늦깎이 제비晩燕

늦깎이 제비晩燕/당唐 백거이白居易

百鳥乳雛畢  다른 새는 새끼 다 길렀지만
秋燕獨蹉跎     가을 제비만 시기를 놓쳤네
去社日已近  추사일이 목전에 다가왔는데
銜泥意如何     뭔 생각으로 진흙 물고 오나
不悟時節晩  때가 늦은 것을 알지 못하고
徒施功用多     부질없이 공력만 많이 들이네
人間事亦爾  인간의 일 또한 이와 같거니
不獨燕營窠     제비집 짓는 것만이 아니라네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46~47세 때인 817~818년에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 되어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이 시는 반드시 무슨 사연이 있어 지은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 시에 나오듯이 제비는 보통 사일(社日)에 와서 사일에 간다는 말이 있다. 사일은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 봄과 가을에 각각 있는데 올해 기미년은 양력으로 환산하면 3월 22일이 춘사일(春社日)이고 9월 18일이 추사일(秋社日)에 해당한다. 이 추사일 즈음에는 기러기는 날아오고 제비는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교대한다는 말이 있다. 또 서로 엇갈려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시인들이 추연(秋燕)을 시에 쓸 때는 보통 제비가 강남으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이 시의 내용을 보면, 이제 강남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제비가 새끼를 낳기 위해 진흙을 물어와 둥우리를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인은 <만연(晩燕)>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붙인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서는 제비집이 완공되어 새끼를 낳는다 해도 금방 한파가 몰아닥쳐 곤란한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끝은 아주 참혹할지도 모른다.

이 제비를 그 부모가 늦게 낳아 이렇게 된 것인지 계절 감각을 상실하여 이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잘 아는 사람의 가르침을 기다린다.

시의 내용이나 서술 방식은 평이하고 통속적이다. 그러나 이 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제때를 놓치고 늦깎이로 학업이나 일을 하는 사람이 이 시를 본다면 가슴에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이 시를 보고 큰 부끄러움에 휩싸였다. 가슴이 서늘하였다. 이렇게 내가 한가하게 이런 시 번역이나 하고 해설을 할 때인가 하는 반성에 직면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말은 여기서 줄인다. 그러나 늦깎이는 물론이거니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이 시의 충고는 의미심장할 것이다.

宋末元初 牧溪, 《莲燕图》, Cleveland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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