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얼시劉二囍-《서점의 온도》 인터뷰

1.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고 문화를 창출하고자 1200북숍을 열었다고 말했다. 왜 하필 ‘서점’이라는 공간이었는지 궁금하다.

제가 24시간 서점을 연 것은 타이완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타이완 사회에서 저는 두 가지가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첫 번째는 짙은 인문학적 분위기였습니다. 타이베이의 크고 작은 서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요. 두 번째는 인간미였습니다. 타이완에서 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기꺼이 남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제가 사는 광저우에 부족하다고 느꼈죠.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담당하기에 24시간 서점만큼 적합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완의 청핀(誠品)서점이 그 좋은 모델이 돼주었죠. 24시간 운영하던 청핀서점 둔남점(敦南店)은 한밤중에도 밝게 불을 켜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고 수많은 올빼미들을 지켜주었습니다.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에는 온정을 베푸는 서점. 보통 서점들은 인문적인 장소일 뿐이지만 24시간 운영하는 1200북숍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인간미까지 갖추고 있지요.

2. 1200북숍에서는 무협소설과 자기계발서는 팔지 않는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1200북숍에서는 어떤 책을 소개하고 팔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사실 독립서점이나 인문학서점이 대부분 무협소설과 자기계발서를 팔지 않는다는 것은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중국의 많은 독립서점들은 규모가 제한적이라 일부 카테고리의 책들만 진열하고 그 카테고리는 보통 문학, 사회과학, 철학 위주입니다. 1200북숍은 문학, 사회과학, 철학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디자인, 예술, 생활 쪽 책을 더 들여놓는 편입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좀 있지만 되도록 배제하려 합니다.

3. 류얼시에게 책이란? 장르 불문, 좋아하는 책 세 권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저에게 책은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어야 합니다. 두 가지 속성이 병존하고 하나가 빠져서는 안 됩니다.

쑨둥춘(孫東純)의 《늦게 온 갭이어》, 마크 세레나의 《청춘의 지도를 그리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이 3권은 모두 여행에 관한 책이고 저를 먼 곳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먼저 ‘갭이어’를 통해 저는 용기를 얻고 결연히 자신을 본래의 삶에서 빼내 완전히 낯선 세계에 데려다놓음으로써 전혀 다른 삶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청춘의 지도를 그리다》는 제가 젊음을 믿고 용감히 길을 떠나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해주었습니다. 이것은 훗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길 위에서》는 잭 케루악 식의 히피 정신을 제게 감염시켰지요.

저는 알콜과 음악과 글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이야말로 젊음의 필수 요소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줄곧 제 가치관은 도덕군자인 양 점잔을 빼는 것을 거부하고 세속적인 판단을 배척해왔습니다.

4. 1200북숍은 각 지점이 위치한 장소의 특수성에 따라 서점과 카페 외에 여러 공간을 겸한다고 했는데, 각 지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해 달라.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서점은 보통 3가지 모듈, 즉 도서와 문화상품과 커피(음료, 음식)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실 이 모델이 출현한 지는 꽤 오래되어서 새로운 형태라고도 볼 수 없지요. 심지어 조금 유행이 지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1200북숍은 ‘3+X’의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각 지점의 위치와 고객 집단의 성격에 따라 정해지는 테마가 바로 X입니다. 이 X는 술도 될 수 있고, 음악도 될 수 있고, 영화도 될 수 있고, 디자인도 될 수 있습니다. 또 스포츠, 숙박 등도 될 수 있습니다.

기존 1200북숍 지점들은 일반적인 도서, 문화상품, 커피 외에 각기 음악(라이브하우스), 숙박(책&모텔), 심야식당 등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5. 24시간 운영하는 지점에서는 당연히 모든 직원이 교대 근무를 하겠지만, 서점의 대표이기도 한 당신의 24시간 생활 패턴이 궁금하다.

서점을 열기 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저는 지금 독서를 벗하고 살지도, 조용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지도 못합니다. 안에서 경영을 하고 밖에서 각종 비즈니스 업무를 하는 것 외에도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이벤트까지 진행해야 하니까요. 저는 습관적으로 밤을 샙니다. 안 그러면 24시간 서점을 연 게 무색하니까요. 서점을 24시간으로 운영하게 된 것은 일정 정도, 과거에 제가 밤마다 정신이 너무 말짱해서 침실 외에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을 갖고 싶어서였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보통 새벽 3, 4시에 잠에 들어 정오 전에 깨어납니다. 이것은 제 일상적인 리듬이고 연 단위로 보면 매년 적어도 3, 4개월은 여행을 합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곳의 서점은 어떤 모습인지, 또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펴봅니다.

6. 당신이 서점을 계속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서른 살 전까지 저는 오직 재미만을 좇아 많은 일을 했습니다. 처음 서점을 연 것도 똑같은 목적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경영을 하면서 저는 이것이 제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더욱이 몇 사람에게서 1200북숍 때문에 광저우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기로 했고, 또 1200북숍 때문에 광저우가 더 사랑스러운 곳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매우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광저우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1200북숍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고 1200북숍을 잘 운영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재미에서부터 의미까지, 이것이 제가 계속 서점을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7. 한국의 동네서점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지, 혹시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가 보고 싶은 서점이 있다면?

애석하게도 저는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해본 적이 없어서 한국의 서점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에 가서 그곳의 서점을 접하고 놀라움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9.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