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승람瀛涯勝覽-참파 왕국占城國 2

참파 왕국占城國

남녀가 혼인할 때는 남자가 먼저 여자 집에 가서 결혼하고 열흘이나 보름을 지내고 나면, 남자 집안의 부모와 친우들이 풍악을 울리며 부부를 맞이해 돌아가서 술잔치를 벌인다. 그 술은 밥에 약을 섞어서 단지 안에 봉해 놓고 숙성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시고 싶으면 마디가 기다란 길이가 서너 자쯤 되는 작은 대나무 통을 술 단지 안에 꽂는다. 사람들은 둘러앉아서 그 수대로 꽂아 놓고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빨아 마신다. 다 빨아 마시고 나면 다시 꽂아서 마시는데 맛이 없어지면 멈춘다. 그곳의 글씨는 종이와 붓이 없고 양가죽을 얇게 두드리거나 나무껍질을 검게 찐 뒤에 그것을 접어서 경접(經摺)으로 만든 후, 하얀 가루로 글자를 써서 기록한다.

男女婚姻, 則男子先至女家成親, 過十日或半月, 其男家父母及諸友以皷樂迎取夫婦回家, 卽置酒作樂. 其酒卽以飯拌藥, 封於甕中, 候熟, 欲飲, 則以長節小竹筒長三四尺者插入酒甕中, 環坐, 照人數入水, 輪次咂飮, 吸乾再入水而飲, 至無味則止. 其書寫無紙筆, 用羊皮搥薄, 或樹皮熏黑, 摺成經摺, 以白粉載字爲記.

나라의 형벌은 죄가 가벼운 자에게는 등나무 줄기로 등을 치고, 죄가 무거운 자는 코를 벤다. 도둑질한 자는 손을 자르고, 간음을 저지르면 얼굴에 낙인을 찍어서 흉터를 남긴다. 죄가 아주 큰 경우는 단단한 나무의 끝을 뾰족하게 깎아 작은 배 모양의 나무 위에 세워서 물속에 둔 뒤에 죄인을 그 나무 끝에 앉게 한다. 그러면 나무가 입으로 삐져나와 죽게 되는데, 시체를 물 위에 남겨 두어서 군중들에게 전시한다.

國刑, 罪輕者以藤條杖脊, 重者截鼻, 爲盜者斷手, 犯姦者烙面成疤痕. 罪甚大者, 以硬木削尖立於小船樣木上, 放水中, 令罪人坐於尖木之上, 木從口出而死, 就留水上以示其衆.

이곳에서는 날짜를 정하는데 윤달이 없이 그냥 열두 달을 일 년으로 삼는다. 밤낮을 열 시간[更]으로 나누고 북을 쳐서 알려준다. 사계절은 꽃이 필 때를 봄으로, 낙엽이 질 때를 가을로 삼는다.

其日月之定, 無閏月, 但十二月爲一年. 晝夜分爲十更, 用皷打記. 四時以花開爲春, 落葉爲秋.

그곳은 왕은 매년 명절에 살아 있는 사람의 쓸개즙을 섞은 물에 목욕을 하고, 각 지역 우두머리들은 진상품을 모아 바치는 것을 봉헌례(奉獻禮)로 삼는다. 국왕은 즉위한 지 30년이 되면 물러나 출가하면서 형제나 자식, 조카들에게 임시로 나랏일을 맡게 한다. 왕은 깊은 산속에서 재계(齋戒)하고 소식(素食)하며 일 년 동안 혼자 지낸다. 그리고 하늘에 대고 이렇게 맹서한다.

“내가 예전에 왕 노릇 할 때 무도했다면 이리나 호랑이가 나를 잡아먹거나 병들어 죽게 하소서!”

하지만 일 년이 다 차도록 죽지 않으면 다시 왕위에 올라 나랏일을 관장한다. 백성들은 그를 ‘스리 마하라자(昔嚟馬哈剌札, Sri Maharaja)’라고 부르는데, 지극히 존엄하고 지극히 성스럽다는 칭송이다.

其王年節日用生人膽汁調水沐浴, 其各處頭目採取進納, 以爲貢獻之禮. 其國王爲主三十年, 則退位出家, 令弟兄子侄權管國事, 王往於深山持齋受戒, 吃素, 獨居一年. 對天誓曰, 我先爲王, 在位無道, 願狼虎食我, 或病死之. 若一年滿足不死, 再登其位, 復管國事, 國人尊呼爲昔嚟馬哈剌札, 至尊至聖之稱也.

그곳에서 시두만(屍頭蠻)이라고 부르는 것은 본래 어느 부녀(婦女)인데 눈동자가 없어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저녁에 잠잘 때면 머리가 날아가 남의 집 아이들의 똥을 꼭대기를 먹는데, 그 요사한 기운이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아이는 반드시 죽게 된다. 그리고 다시 머리가 날아가 몸뚱이와 합쳐져서 예전처럼 된다. 만약 눈치를 채면 그 머리가 날아가기를 기다렸다가 몸둥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리면 돌아와서도 합치지 못해서 죽게 된다. 집에 이런 일이 있는데 관청에 알리지 않고 제거하거나 죽이면 일가족에게 죄가 미친다.

其曰屍頭蠻者, 本是人家婦女也, 但眼無瞳, 人爲異. 夜寢則飛頭去, 食人家小兒糞尖, 其兒被其妖氣侵腹必死. 飛頭回合其體則如舊, 若知, 而候頭飛去, 移體別處, 回不能合則死. 於人家有此不報官, 除殺者, 罪及一家.

또 바다와 통하는 큰 못이 있는데 이름이 악어담(鱷魚潭)이다. 시비를 판명하기 어려운 소송이 붙어서 관청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면 그 소송 당사자 두 명을 물소에 태워서 이 못을 지나가게 하는데, 이치가 어그러진 사람은 악어가 나타나 잡아먹고 올바른 사람은 열 번을 지나가도 잡아먹히지 않으니 가장 기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바닷가의 산에는 여생 물소가 사는데 아주 사납다. 본래 인가에서 밭을 갈던 놈들인데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서 스스로 생장하여 오랜 세월이 흐르자 무리를 이루었다. 하지만 푸른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을 보면 반드시 쫓아와 뿔로 들이받아 죽이니 무척 고약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그 머리를 무척 아껴서 그 머리를 건드리면 마치 중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이를 대하는 것처럼 미워한다.

再有通海大潭, 名鱷魚潭. 如人有爭訟難明之事, 官不能決者, 則令其爭訟二人騎水牛赴過此潭. 理虧者鱷魚出而食之, 理直者雖過十次, 亦不被食, 最爲奇也. 其海邊山內有野水牛, 甚狠. 原是人家耕牛, 走入深山, 自生自長, 年深成群, 但見生人穿靑者, 必趕來抵觸而死, 甚惡也. 番人甚愛其頭, 或有觸其頭者, 如中國殺人之恨.

장사하거나 교역할 때에는 순도 70%의 담금(淡金)이나 은을 쓴다. 중국의 청자 쟁반이나 그릇, 모시 실[紵絲-, 무늬가 잇는 비단[綾綃], 구워서 만든 구슬[燒珠] 등의 물품을 무척 좋아해서 즉시 담금을 가져와서 교역하곤 한다. 늘 무소뿔이나 상아, 가람향 등의 물품을 중국에 공물(貢物)로 바친다.

其買賣交易使用七成淡金, 或銀. 中國靑磁盤碗等器, 紵絲綾綃燒珠等物甚愛之, 則將淡金換易. 常將犀角象牙伽藍香等進獻朝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