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소식蘇軾 양관곡 · 중추월陽關曲 · 仲秋月

양관곡 · 중추월陽關曲 · 仲秋月/ 송宋 소식蘇軾

暮雲收盡溢清寒 저녁 구름 다 걷히고 맑고 찬 보름달
銀漢無聲轉玉盤 은하수에 소리 없이 옥 쟁반 굴러가네
此生此夜不長好 이번 생애 이 밤처럼 좋은 때가 드무니
明月明年何處看 내년엔 밝은 달을 어디에서 보게 될까

이 시는 1077년 소동파(蘇東坡, 1037~1101)가 41세에 서주 지주(徐州知州)로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시의 전반 2구는 팔월 보름달의 경관을 묘사하였고 후반 2구는 자신의 서정을 서술하였다.

제목에 양관곡(陽關曲)이라 한 것은 이 시가 이 곡조에 맞추어 지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곡조 명이 붙은 것은 사(詞)인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은 사는 아니고 7언 절구이다. 왜 그럴까?

<양관곡>은 달리 <위성곡(渭城曲)>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결국 같은 말이다. 양관이 바로 위성이기 때문이다. 위성은 위수가 이곳을 지나가기 때문이고 양관은 옥문관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지나 서쪽으로 가면 바로 서역이 나오기 때문에 이곳은 많은 이들이 전송하고 작별하는 곳이 되었고 왕유의 <위성곡>은 일종의 송별의 노래가 된 것이다.

그럼 왜 소식은 이런 곡조를 붙이고 실질적 제목을 중추월이라 한 것일까? 이는 소식이 이해 2월에 동생 소철(蘇轍)을 만나 4월에 서주의 지주로 부임할 때 함께 와서 추석을 쇠고 떠난 것과 관련이 있다. 소식은 지금 7년 만에 동생을 만나 보름달을 함께 보면서 이 시를 지은 것이다. 이 시에 송별의 노래 <위성곡>을 붙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청한(淸寒)은 달빛을 묘사한 말이고 일(溢)은 가득 차 넘칠 정도라는 말이니, 결국 맑고 찬 보름달을 말한다. 여기서 물의 속성으로 달을 묘사한 것은 그 달이 2구에서 표현한 대로 은하수에 옥 쟁반처럼 떠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장호(不長好)의 장(長)은 ‘언제나’, ‘늘’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항상 좋지는 않다.’라는 말은 이밤처럼 좋은 때가 언제 또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소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날 팔월 보름달이 정말로 휘영청 밝기도 했겠지만 이제 소철과 작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 밤이 더욱 각별하였기 때문이다.

이 시의 제목을 그냥 <중추(中秋)>라고 한 판본이 많지만 소식이 본래 제목을 이렇게 한 것은 이런 사연이 있는 것이다. 만약 제목을 그냥 <중추>라고만 하고 곡명을 밝히지 않는다면 누가 이 시가 왕유의 위성곡과 같은 곡조인 줄을 알겠으며 소철과의 사연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구판본 《천가시》에는 이 작품이 두목(杜牧)의 작품으로 되어 있으나 이런 연유을 알고 나면 분명히 소식의 작품임을 확신하게 된다. 물론 이 시는 《소동파전집》에도 이런 제목으로 들어있다. 이 때문에 한시는 작가가 처음 정한 제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왜 이런 시를 지었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에 이런 좋은 보름달을 또 어디서 볼까라고 한 것은 소동파가 여러 번 좌천을 당한 경험이 또한 반영되어 있다. 그러니 이 시에는 오늘처럼 다시 오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즐기자는 의미도 있지만, 그 보다는 앞으로 이런 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은 자기 운명에 대한 예감과 함께 동생과 이제 곧 작별해야 한다는 슬픈 감정이 깔려있다. 앞 2구에서 휘영청 밝은 달을 묘사하였으면서도 왠지 슬픈 기운이 이 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추석이 지나고 자식들을 떠나 보내는 늙으신 부모님들 마음이 이런 것은 아닐지.

南宋 马远, <松月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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