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보杜甫 달밤에 동생들을 생각하며月夜憶舍弟

달밤에 동생들을 생각하며月夜憶舍弟/당唐 두보杜甫

戍鼓斷人行 수루의 북소리 행인 끊어지고
邊秋一雁聲 가을 변방 울고 가는 외기러기
露從今夜白 이슬은 오늘 밤부터 희어지고
月是故鄉明 달은 고향에서 볼 때처럼 밝네
有弟皆分散 동생들 모두 흩어져 있건만
無家問死生 생사를 물어볼 집조차 없네
寄書長不達 편지는 늘 연락되지 않는데
況乃未休兵 아직도 난리 끝나지 않았으니

이 시는 두보(杜甫, 712~770)가 759년 48세 때 진주(秦州), 지금의 감숙성 천수시(天水市)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두보는 형제가 5명으로 아래 동생들이 4명 있었는데 막내만 두보를 따라다니고 나머지 동생들은 하남과 산동에 흩어져 있었다. 이 당시 안록산의 난이 아직 평정되지 않았는데 사사명(史思明)이 다시 황화 남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고, 토번까지 갑자기 쳐들어 왔기 때문에 백로절을 맞이하여 아우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런 시를 지은 것이다.

전반 4구는 백로를 맞은 변방의 달밤을 그렸고 후반 4구에서는 동생들에 대한 걱정을 말했는데 하늘에 뜬 달이 전후의 시상을 연결해 주고 있다.

이번에 태풍 링링이 온다 하니 길에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위기를 알리는 북소리를 듣고 인적이 끊어진 상태, 이때 외기러기 한 마리가 길게 울며 지나간다. 고안(孤雁)! 혼자 날아가는 기러기는 두보 자신의 모습이다. 형제를 안항(雁行)이라 하는데 자연히 함께 날던 형제를 떠 올리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어안(魚雁)이라 하니 역시 이 시 7구와 자연 조응된다.

변경의 수루에서 들리는 북소리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내용을 시의 처음과 마지막에 서술하고 그 바로 안 2구와 7구에 기러기를 서술한 것이 이 시의 정교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물론 1, 2구의 북소리와 기러기 울음은 이 시 전체의 정조를 이끌고 있다.

가운데 4구는 대구로 되어 있다. 《시경》에는 서리가 올 때 조상이나 그리운 사람을 추억하는 내용이 많다. 백로와 달밤이라는 상황은 더욱 동생들을 그리워하는 촉매가 된다. 두보가 백로나 명월이라 붙여 쓰지 않고 이슬과 달을 따로 떼어 써서 표현을 신선하게 한 것은 감정을 제대로 싣기 위한 표현법으로, 두보의 장기이다.

두보의 고향 공현은 반란군으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집이 남아 있어야 무슨 소식이라도 물어 볼 텐데 소식을 물을 집이 없다. 고향에 남은 것이라곤 고향서 보던 저 달밖에 없다. 저 달만이 동생들과 함께 보는 유일하게 남은 존재이다. 이슬과 달을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두보 시를 연이어 보았다. 두보 시는 다른 사람의 시와 달리 시의 무게가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시가 침울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말이다. 그 깊이는 내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의 방법 역시 깊다. 두보 시가 이렇게 깊은 이유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가 출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형제와 아내, 자식, 그리고 친구, 나아가 나라에 대한 깊은 정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산문이나 공거문은 노력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몰라도 시는 노력 이전에 참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시를 읽고도 참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齐白石, <月夜行吟图>, 출처 雅昌艺术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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