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보杜甫 흰 이슬白露

흰 이슬白露/당唐 두보杜甫

白露團甘子 흰 이슬 감귤에 매달려 있으니
清晨散馬蹄 이른 새벽 말을 타고 가 보네
圃開連石樹 바위 옆에 나무들 과원 보이고
船渡入江溪 강으로 흐르는 계곡 배로 가네
憑几看魚樂 궤안 기대 노니는 물고기 보고
回鞭急鳥棲 말 돌려 깃드는 새에 급해지네
漸知秋實美 감귤 열매 맛있다 점점 소문나
幽徑恐多蹊 한적한 길 샛길 많아질까 걱정

이 시는 767년 두보(杜甫, 712~770)가 56세 때 양서(瀼西)에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제목은 백로이지만 가을을 노래한 것이다. 두보는 3년 전에 성도 초당을 떠나 지금의 중경시에 해당하는 기주(夔州)로 온 것이다. 두보는 이 무렵 자주 거처를 옮기고 장강을 따라 악양(岳陽) 쪽으로 남하하게 되는 데 작고하기 3년 전의 일이다.

이때 두보는 감귤 과수원을 하나 장만하였는데 지금 시에 그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앞 4구는 그 과수원으로 새벽에 말을 타고 가다가 배를 갈아타고 건너가는 장면이고 뒤의 4구는 그곳에서 귤도 살펴보고 물고기 구경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광경이다.

가을이 와서 귤이 한창 익고 있을 때라 빨리 가 보고 싶어 말을 타고 가면서 바라보면 바위 옆에 붙은 자신의 과수원이 보인다. 그 과수원 앞에 개울이 흐르고 그 개울은 장강으로 흘러든다. ‘포개(圃開)’는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는 말이다.

과수원에 가서 귤을 감상한 것은 굳이 쓰지 않았다. 마지막 구에 함축적으로 그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간어락(看魚樂)’은 즐겁게 노는 물고기를 본다는 말로 《장자》 <추수(秋水)>에서 장자와 혜시(惠施)가 나누는 대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장자와 혜시는 물고기의 마음을 두고 한참 논쟁을 벌여 후대에 큰 사색 거리를 제공하였다. 두보가 가을 강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오랫동안 바라보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급조서(急鳥棲)’는 새가 깃드느라 바쁜 것이 아니고 깃드는 새를 보고 날이 저물까 걱정하여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급(急)’의 주체는 두보이다.

마지막 2구는 두보의 농담이다. 여기서 말한 ‘가을 열매[秋實]’는 감귤을 의미한다. 차츰 여기에 좋은 감귤 열매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이 귤을 훔치러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다. 귤나무 밑의 샛길을 누가 만들겠는가? 서리하러 온 도둑이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은 본래 《사기(史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복숭아꽃 자두꽃은 말이 없으나 그 아래 자연히 길이 난다.[桃李無言, 下自成蹊]”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본래 덕행이 있는 사람은 무언중에 많은 사람을 감화시킨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서리꾼에게 이 말을 하니 자연 웃음이 나오게 된다. 앞에 어락(魚樂) 고사도 그렇지만 이 말을 보면 두보가 얼마나 시를 치밀하게 쓰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만년의 명작이라 할 만하다.

齐白石, <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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