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설古今小說- 새 다리 시장에서 한오가 춘정을 팔다新橋市韓五賣春情 1

새 다리 시장에서 한오가 춘정을 팔다 1

교태 떠는 여인에게 눈이 팔려 어쩔 줄을 몰라 하니,
여산驪山에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희롱하는구나.
천하일색 여인네의 미소만 떠올릴 뿐,
적군의 말발굽 아래에 이는 흙먼지가 궁궐에 가득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도다.

이 네 구절의 시는 호증胡曾(840-?)의 역사를 노래함이란 의미의 「영사시詠史詩」란 시이다. 옛날 주나라 유왕幽王이 너무도 총애해 마지않는 포사褒姒라는 왕비가 있었으니 포사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유왕에게 교태를 떨었다. 유왕이 그만 그녀에게 꼴딱 넘어가서 그녀의 웃음을 한 번 보겠다고 제후들에게 비상 연락을 취하는 봉화를 그만 여산에 지피고 말았다. 제후들은 유왕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병사를 이끌고 도우러 달려왔다. 유왕의 궁전에 이르니 사방이 평온하고 아무런 일도 없고 포사는 그저 깔깔대며 웃기만 하더라. 나중에 실제로 오랑캐 병사들이 공격하여 왔을 때는 그 어떤 제후도 유왕을 도우러 오지 아니하니 마침내 오랑캐들은 유왕을 여산 아래에서 목 베더라. 한편, 춘추시대에 진령공이라는 자가 있었으니 그 자는 하징서夏徵舒의 어미인 하희夏姬와 사통하고 신하 공녕孔寧, 의행보儀行父와 더불어 낮이나 밤이나 그 집을 찾아가 음주가무를 즐기더라. 하징서는 자신의 어미가 행음함을 참으로 부끄럽게 여겨 마침내 활을 쏘아 진령공을 죽였더라.

세월은 흘러, 육조시대 진후주陳後主는 장려화張麗華와 공귀빈孔貴嬪을 총애하여 후원에 핀꽃이란 의미의 「후정화後庭花」라는 노래를 스스로 만들어 그 여인들의 미색을 찬미하고 음락에빠져들어 국사를 등한시하였더라. 수나라 병사들이 후주를 추격하매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 마침내 두 애첩을 껴안고 우물에 뛰어들었다가 수나라 장수 한금호韓擒虎에게 붙잡히고 그 나라는 망하고 말더라.

쾌락을 좇다가 마구간에서 하징서에게 활을 맞고,
말라버린 우물에서는 옥나무 노래라는 뜻의 「옥수가玉樹歌」가 여전히 들려오네.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나 이치는 한 가지라,
자고이래로 나라가 망조가 드는 것은 여자 때문이라.

한편, 수양제隋煬帝 역시 소비蕭妃의 재색을 총애하였다. 양주의 경치를 구경하려고 마숙도麻叔度를 사령관에 임명하고 천하의 백성 백만 명을 징발하여 변하汴河의 천여 리 물길을 내게 하니 부역에 시달리다 죽은 자들이 부지기수라. 봉황새 모양, 용 모양을 아로새긴 배를 만들어 궁녀들에게 끌게 하니 물길 양안에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더라. 후에 우문화급宇文化及이 강도에서 난을 일으켜 양제를 오공대 아래에서 참수하니 수나라 역시 망하고 말더라.

천리나 되는 물길이 하루아침에 열리고,
수나라를 망하게 하는 물결이 구천에서 내려오네.
비단 돛을 펼치기도 전에 전쟁이 일어나고,
애달프다, 용 모양을 새긴 배는 돌아올 줄 모르는구나. .

당 현종玄宗은 양귀비의 미모를 사랑하여 봄이나 가을이나 같이 유희를 즐기고 밤마다 총애를 아끼지 않았다. 하나 누가 알았으리? 양귀비가 안록산과 사통하여 안록산을 자기 아들 삼아버릴 줄이야. 어느 날 둘이 사랑을 나누고 난 다음 양귀비의 비녀가 흐트러지고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릴 때 현종이 들이닥치니 양귀비는 간신히 둘러대고 위기를 넘겼다. 현종은 이 일을 계기로 양귀비를 의심하고 안록산을 어양漁陽으로 내쳐 절도사로 강등시켜버렸다. 안록산은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복받쳐 병사를 거느리고 반란을 일으켰다.

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어양에 진동하니,
궁중에서 연주하던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1)이 그예 멈추고 마는구나.

현종은 하는 수 없이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난을 피해 도망을 갔더라. 마외에 이르러 수행하는 병사들의 요구에 못이겨 양귀비에게 죽음을 하사할 수밖에 없었더라. 현종은 서촉으로 내빼고 곽령공郭令公이 수 년 동안 목숨을 내놓고 반란군과 싸워 겨우 양경兩京을 회복하였더라.

이처럼 소위 왕 노릇 한다는 자들도 모두 여색에 미혹되고 여색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몸을 망쳤더라. 하물며 필부필부야 어찌 조심하지 않으리오.

이야기꾼이여, 그대가 이렇게 여색을 조심하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이오? 아, 다이유가 있지. 오늘 이 이야기꾼이 말이오, 한 청년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오. 근데 그 청년이 여색을 경계하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지 않고 한 여인네를 사랑하여 자신의 육신을 그냥 저세상으로 보낼 뻔하고 수만금의 재산을 다 날려버린 뻔하여 새 다리 시장에 소문이 자자하게 나고 두고두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되었더라.

지난 잘못을 잊지 않고 전해줘서,
후인들이 알고서 경계하게 하도다.

각설하고 송나라 임안臨安, 성에서 십 리 쯤 떨어진 곳에 호서湖墅라는 곳이 있고, 거기서 또오 리 쯤 더 간 곳에 새 다리라는 곳이 있었다. 그 새 다리라는 곳에 부호가 살고 있었으니 바로 오방어吳防禦라, 그와 그의 아내 반潘씨 사이에는 아들만 하나 있었으니 이름이 오산吳山이라. 오산은 또 여余씨에게 장가를 들어 네 살배기 아들 하나를 두었더라. 오방어는 집 입구에 면화와 실 같은 것을 사고파는 가게도 열고 집 안쪽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곡식으로 돌려받는일을 하여 ‘금은이 집안에 가득하고, 곡식이 창고에 가득 차는’ 형국이었다.

새 다리에서 오리쯤 떨어진 곳에 회색 다리 장터라는 곳이 있었다. 오방어는 그 장터에 새집을 하나 짓고서 아들 오산에게 새 가게를 운영하게 할 셈이었다. 더불어 그는 집사 하나를 아들에게 붙여주고서는 가게를 운영하는 걸 도와주도록 하였다. 자기 집에 보관하고 있던 면화와 실들을 새 가게에다 옮기고 성안의 솜틀집이나 베 짜는 집에 팔도록 하였다. 오방어의 아들 오산 역시 본디 총명한 사람이고 예의범절에도 밝았으며 매사를 성실하게 처리하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아서 오방어는 아들이 따로 나가서 장사하는 걸 그다지 염려하지 않았다.

오산은 날이 밝자마자 가게로 나가서 물건을 팔고 날이 저물면 집에 돌아왔다. 이 가게에는 방도 들였으나 물건 파는 쪽 방만 사용할 뿐 안쪽 방은 늘 비어있었다. 어느 날인가, 오산은 집에서 일을 보느라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가게에 도착하였다. 가게 안쪽 방에 연해 있는 강변에 거룻배 두 척이 정박해있는데, 배 위에는 많은 상자와 바구니와 탁자랑 의자 같은 것들이 잔뜩 실려 있었고 네댓 명의 장정들이 그걸 오산 가게의 빈방으로 나르고 있었다. 그 배에서 세 명의아낙이 걸어 내려오는데, 하나는 중년의 통통한 부인네, 다른 하나는 늙수그레한 여인네,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아낙이었다. 이 셋이 방으로 걸어 들어오니 이로 말미암아 오산의 이야기가 또 새롭게 시작되는구나.

그 몸은 새벽녘 서산에 걸린 달 같은 신세가 되고
그 운명은 한밤중에 기름 떨어진 등잔불 같이 되는구나.

오산은 가게 일을 맡아 하는 집사에게 물었다.

“대관절 어떤 사람들이기에 다짜고짜 내 집에 들이닥친단 말이냐?”

“성안 사람들인데, 가장이 향리에 차역을 나가게 되는 바람에 거처할 곳이 사라져버려 옆집 범씨네 편에 이삼일만 머물다가 가면 안 되겠냐고 미리 부탁하고서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리께 말씀드리고자 했는데 나리께서 때마침 오신 겁니다.”

오산이 그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려고 하는 찰나 젊은 아낙이 옷깃을 여미며 앞으로 나아와인사를 올렸다.

“나리께선 화를 거두시고 저 집사를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오. 이 천한 것이 외람되게도 일시에 사정이 급한 것만 생각하고 미처 나리께 아뢰지도 아니하고 일을 저질렀으니 이 죄를 부디 용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를 사나흘만 머물게 하여주시면 다른 곳을 찾아서 이사 갈 것이오며 저희가 이곳에 머문 방세도 빠뜨리지 않겠나이다.”

오산은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인상을 펴고서 대답하였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며칠 머문다고 뭐 큰일 나겠습니까. 그냥 편하게 계시도록 하십시오.”

젊은 아낙은 오산과 대화를 마치더니 바로 짐을 마저 옮기기 시작하였다. 오산도 가만히 서있기도 뭐하여 짐 몇 개를 같이 날라주었다.

아니 이야기꾼 그대는 오산은 성품이 순박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도 아니한다고 말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오산이 이 여인네들을 보고서 오뉴월 꽃 본 듯이 즐거워하면서 말을 섞더니짐까지 날라주는 건 또 어인 까닭인가? 아이고 이 사람아 그거야 오산이 집에 있을 때는 부모의 눈이 있으니 함부로 하지 못한 거고, 오산이야 얼굴도 잘생겼겠다, 머리도 영리하겠다, 어디일하거나 행동하는 게 어찌 그리 꽉 막힌 사람이겠는가. 하물며 한참 혈기방강한 청춘인데다 부모마저 옆에 없으니 약간 들뜬 상태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네들을 보니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겠는가?

“나리께서 이렇게 직접 짐을 날라주시다니!”

“이제 한집에 사는 식구가 되었으니 내외하지 말고 서로 편하게 지냅시다.”

여인네들과 오산은 대화를 나누면서 만면에 웃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날이 저물녘 퇴근하면서오산은 집사에게 안채에 이사 온 여인네들한테 방 계약서를 받아놓으라고 분부하였다. 집사는분부대로 거행하겠노라고 대답하였다. 아무튼 그 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집에 돌아온 오산은 안채에 여인들이 이사 온 일에 대하여서는 부모에게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자리에 누워 그 젊은 아낙 생각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렸다.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갖은 단장을 다 하고는 심부름꾼 수동壽童을 앞세워 거들먹거리며 가게에 도착하였다.

재수 없으려니 가게엔 외상술 달라는 손님만 들끓고,
명이 쇠하려니 여인네 꾐에 빠지는구나.

오산이 가게에 도착하여 물건 하나를 팔고나니 안채에서 여인네들 심부름해주는 작자가 들어와서 아낙들이 방세를 드리려고 하니 들어오셔서 차 한 잔 하시라고 말을 건넨다. 그렇지 않아도 오산이 들어가 보고 싶어 하던 차였으니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젊은 아낙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며 맞아주었다.

“나리 안쪽으로 앉으시지요.”

오산은 안채의 내실로 들어가 앉았다. 늙수그레한 여인, 통통한 부인네도 나와서 오산에게 인사를 하니 오산과 세 여인이 모두 함께 하는 형국이었다. 오산이 물었다.

“낭자는 성이 무엇이오? 어찌하여 그대 집안에는 남자라고는 하나도 보이지가 않는 것이오?”

통통한 부인네가 말을 받았다.

“한韓가 남정네가 남편이랍시고 저희와 같이 살기는 하오나 그 작자가 아들과 함께 관아에서 수행원 노릇을 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온답니다. 아마도 관아의 일로 몸을 뺄 틈이 없는 모양입니다.”

잠시 후 오산이 젊은 아낙에게 넌지시 눈길을 주었다. 갸름하고 귀여운 눈매를 가진 그 여인도 오산의 눈길을 마주 받았다.

“감히 여쭙겠나이다. 올해 나이는 몇이나 되시는지?”

“이러구러 벌써 스물넷이 되었구려, 낭자는 올해 몇이우?”

“나리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나 봅니다. 저 역시 올해 스물넷입니다. 성에서 이사 나와 이렇게 우연히 나리를 만나고 게다가 나리가 저와 동갑이라니 이거야말로 ‘인연이 있으면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것이라 하겠네요.”

늙수그레한 여인네, 통통한 부인네 둘은 오산과 젊은 아낙이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서 눈치를 채고서 다른 일을 핑계 대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오산과 젊은 아낙 둘만 자리에 남으니 젊은 아낙은 춘정을 돋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어 오산을 꼬드겼다. 오산이 그 여인네들을 안채에 머무르게 허락한 것은 보기에 그다지 나쁜 사람들인 것 같지는 않으니 같이 지내도 크게 문제는 없겠다 싶어서였는데,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고 대화를 나누려니 아예 대놓고 사람을 꼬드기는 게 이거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오산이 앗 뜨거라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니 그 젊은 아낙이 오산 옆에 바짝 다가와 더욱 요염하게 아양을 떨었다.

“나리 머리에 하신 그 금비녀를 저에게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오산이 그 말을 듣고 모자를 벗어 비녀를 빼려고 하는 찰나 그 젊은 아낙이 냉큼 금비녀를 뽑아들고 걸어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리 위로 오르셔서 저하고 몇 말씀 나누시지요.”

그 아낙을 혼자서 벌써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산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올라가며 어서 비녀를 돌려 달라고 되뇌었다.

그대에게 귀신들린 나는,
그대 발 씻은 물이라도 삼키오리다. .

오산은 위층으로 걸어 올라가 그 아낙에게 외쳤다.

“낭자, 어서 비녀를 돌려주시오. 집안에 일이 있어 당장 돌아가 봐야 하오.”

“나리와 저는 전생의 인연이 있는 사이가 분명하니 괜히 내숭 떨지 마시고 저와 함께 운우지정을 나누도록하시지요.”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남들이 보면 어쩔라고. 더군다나 여기는 지금 사람들의 이목이 많은곳이 아니오!”

오산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니 그 여인이 온갖 교태를 다 부려 오산을 품에 안더니 섬섬옥수로 오산의 바지춤을 풀어 젖혔다. 오산은 욕정이 불길처럼 타올라 그 여인과 살을 부비더니 손을 맞잡고 침상에 올라 운우지정을 누리더라. 잠시 후 구름이 걷히고 비가 개이니 둘은 침상에서 일어나 서로 기대어 앉았다. 오산은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 물었다.

“낭자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오?”

“저는 우리 집안에서 다섯째로 태어났고요. 부모님께서 제 아명을 황금 같이 귀하라고 새금賽金이라고 지어주셨지요. 나이가 들자 부모님께서는 그저 저를 새금의 ‘금’자에다 아이라는 의미의 ‘노’자를 붙여서 ‘금노’라고 불렀지요. 제 성씨가 ‘한’가이니 사람은 저를 ‘한오’라고 부른답니다. 그러는 나리는 집안에서 몇째신지요,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나는 외동아들이라오. 우리 집은 실도 팔고, 돈도 빌려주고 한다오. 새 다리 시장의 이름난 부자라오. 그리고 이 가게는 내가 직접 하는 거라오.”

한오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했다.

‘이번엔 돈 좀 있는 놈을 물은 것 같은데!’

이 여인네는 본디 혼자 영업하는 창기로서 개인영업 꾼이라 할 것이다. 늙수그레한 여인네는 통통한 부인네의 어미고, 통통한 부인네는 또 이 여인네 그러니까 한오의 어미다. 통통한 부인네가 자기 남편이 관청에서 수행원 노릇한다고 한 것도 말짱 헛소리고 그저 한오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온 가족이 입에 풀칠하는 형편이었다. 사실 한오 어미는 본디 집안이 번듯하였으나 남편이 워낙 제 구실을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이쪽 길로 들어서서 가족을 건사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한오는 어려서부터 얼굴이 반반하고 글줄깨나 깨우쳐서 진즉에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갔더랬다 그러나 남편 몰래 딴 남자와 일을 저질러 소박맞아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침 그때가 한오 어미가 나이 50에 접어 들어갈 즈음이라 그 동안 찾아오던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한 때였다. 한오 어미는 소박맞고 친정에 돌아온 딸내미 한오를 아예 자기 대신 내세워 이 기생 영업을 이어갈 작심을 하였다. 게다가 한술 더 떠 기왕에 하는 거 제대로 크게 한번 해볼 참이었다. 그녀들은 원래 성안에서 살면서 기생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고발을 당하자 잠시 이곳으로 피해온 것이다.

사실 그녀들은 이미 계략을 다 꾸며놓고 누군가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 그 함정에 오산이 걸려든 것이라. 그런데 그녀들 집에는 어째서 남정네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여인네들이 영업하느라 남자들을 데리고 오면 그 남자들은 잽싸게 눈치를 보고서 미리 자리를 피해주기 때문이었다. 이 여인네야 꼬시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남자한테는 언제고 손을 뻗쳤으니그런 남자가 어디 오산 하나뿐이랴.

한오가 오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리 황망 중에 이사를 나오느라고 수중에 돈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했나이다. 나리께서 은자 다섯 냥만 빌려주신다면 기한을 어기지 않고 갚아드리겠나이다.”

오산은 그러마고 대답을 하고선 일어나 의관을 갖춰 입으니 그제야 한오가 오산에게 비녀를 건네주었다. 둘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안채에 같이 앉았다. 오산은 혼자서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가게를 비우고 이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으니 이웃집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수군대겠군.”

차를 마시고 나니 한오가 밥을 먹고 가라고 붙잡는 것을 오산이 사양하였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는데, 밥까지 먹기는 그러하오. 부탁한 돈은 내가 좀 있다 전해주리다.”

“오후에 특별히 술과 안주를 대접해드릴 터이니 제발 사양하지 마시옵소서.”

오산이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사실 이웃 사람들은 오산이 여인네 방에 들어가는 것을 이미 다 보고 있었다.

1) 당 현종이 지었다고 하는 화려한 궁중음악과 무용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