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가을 더위秋熱

가을 더위秋熱/당唐 백거이白居易

西江風候接南威 서강의 날씨 뜨거운 남풍을 만나서
暑氣常多秋氣微 가을 기운 미약하고 더위는 강하네 
猶道江州最涼冷 강주가 가장 서늘하다 말하지 마소
至今九月著生衣 이제 구월인데 여름옷 입고 있으니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816년 45세에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있을 때에 지은 시이다.

서강(西江)은 장강의 중하류 지역을 말하니, 바로 지금 백거이가 좌천되어 머물러 있는 강주(江州)를 가리킨다. 남위(南威)는 남방에서 불어오는 맹위를 떨치는 더운 기운을 말한다. 생의(生衣)는 여름옷을 말한다.

여름 더위가 태풍이 지나가고 한풀 꺾이면 쾌청한 가을 날씨가 찾아온다. 그러나 아직 음력 8월이라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빨간 고추를 햇볕에 말리기 좋고 밤송이도 검붉게 익어 벌어지고 벼 이삭도 어느덧 누렇게 변하면서 통통히 살이 차오른다. 키가 부쩍 자란 풀들도 서둘러 씨앗을 맺을 준비를 하고 깔따구 같은 벌레들도 독이 오르는 시기이다.

백거이가 살던 장안은 강주와 위도 차이가 상당히 되어서 가을이라도 더웠을 것이다. 지금은 냉방 시설로 실감을 잘 못하지만 오직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당시에는 그런 더위가 고스란히 체감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의(生衣)를 입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생의는 하의(夏衣)이다. 그럼 왜 생의가 하의일까? 누에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안에 있는 번데기가 살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빙그르르 돈다. 여기서 실마리를 뽑아 몇 가닥을 동시에 자아올리면 비단 실이 된다. 이를 생사(生絲)라 하는데 이건 매우 거칠다. 이걸 다시 삶아 그 거친 섬유를 제거한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보드라운 비단 실이다. 여름에 만약 보드랍고 윤기 나는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거친 생사로 만든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는 것이다. 이를 생의라 한 것이니 그 실체는 결국 거친 비단옷이다.

이제 가을이 왔다. 늦더위가 가고 나면 바로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이 마지막 더위가 가기 전에 곡식이든 초목이든, 짐승이든 사람이든 부지런히 일 년의 성과를 내기 위해 분투해야 할 때이다.

출처 世界丝绸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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