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애승람瀛涯勝覽-서序와 기행시紀行詩

서序

옛날 소하(蕭何: 기원전 257~기원전 193)가 진(秦)나라 관문을 들어왔을 때 오직 도서(圖書)와 전적(典籍)만을 취했고, 방현령(房玄齡: 579~648)이 성을 함락했을 때에는 오로지 뛰어난 인물만 뽑았는데, 역사가가 그것을 기록한 것은 참으로 까닭이 있었다. 우리 명나라 태종문황제(太宗文皇帝, 永樂帝)와 선종장황제(宣宗章皇帝, 宣德帝)께서 모두 태감 정화에게 재능과 지혜가 걸출한 인재들을 이끌고 해외로 나가 여러 번국들과 교역하게 하셨다. 그처럼 건장한 인물들과 웅장한 함선, 교묘한 재능들은 아마 예전에는 없었을 것이다. 두 황제께서 어찌 진심으로 길고 화려한 문장으로 먼 지방에서 우월함을 다투려 하셨겠는가? 아마도 오랑캐에게 목소리와 명성으로 교화를 베풀어 온 천하의 모든 중생(衆生)들이 덕으로 감화되어 누구나 그 군주가 있음을 알고 어버이를 존중하게 하려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칙명을 받아 떠난 이들이 몇 천만 명인지 모르지만 그 일을 모두 기록하고 그 뜻을 칭송한 이가 우리 산음(山陰) 땅의 마환(馬歡: ?~?, 자는 宗道) 선생 외에 누가 있었는가? 재능이 빼어나신 선생께서는 가장 먼저 이 일을 할 인재로 뽑히셔서 세 차례나 바다에 들어가 번국들을 두루 거치면서도 금음보화를 조금도 사적으로 챙기지 않으시고 홀로 《영애승람》 한 편을 엮어 돌아오셨다. 거기에는 섬나라와 이민족이 사는 땅의 원근과 나라의 연혁, 나라들 사이 경계가 맞닿은 곳, 성곽이 자리한 곳, 그리고 서로 다른 의복과 음식, 형벌과 금법(禁法)의 제도, 풍속과 토산품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선생께서 이렇게 마음을 쓰신 것은 아마 천 년 뒤의 후세 사람들이 나라의 도리가 천지와 함께하여 교화가 오랑캐에게까지 미친 것이 이처럼 성대했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 역사가들이 대서특필하여 선생의 마음을 나타냄으로써 소하, 방현령과 함께 역사에 불후의 명성을 드리우게 될 것이니, 뉘라서 위대하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정통(正統) 갑자(甲子, 1444) 음력 9월 하루 전, 전당(錢唐) 출신의 마경(馬敬) 씀

昔蕭何入關, 惟取圖籍, 玄齡克城, 獨采人物. 史氏筆之, 良有以也. 洪惟我朝太宗文皇帝、宣宗章皇帝, 咸命太監鄭和率領豪俊, 跨越海外, 與諸番貨易. 其人物之豐偉, 舟楫之雄壯, 才藝之巧妙, 蓋古所未有然也. 二帝之心, 豈眞欲誇多鬪靡於遠方哉. 蓋聲名施及蠻貊, 使普天之下含靈蠢動悉沾德化, 莫不知有其君而尊親焉. 然奉命而往者, 吾不知幾千萬人, 而盡厥事稱厥旨者, 舍吾山陰宗道馬公其誰乎. 公以才幹優裕, 首膺斯選, 三入海洋, 遍歷番國, 金帛寶貨略不私己, 而獨編次瀛涯勝覽一帙以歸. 其載島夷地之遠近, 國之沿革, 疆界之所接, 城郭之所置, 與夫衣服之異, 食用之殊, 刑禁制度, 風俗出產, 莫不悉備. 公之用心, 蓋欲使後之人於千載之下, 知國家道同天地, 化及蠻夷有若是之盛也. 他日史氏大書表公之心, 將與蕭、房同垂名於不朽, 詎不偉歟.

正統甲子菊月前一日, 錢唐馬敬書.

<기행시(紀行詩)〉

중원의 사신이 천자의 칙령을 받아
제왕의 성지 널리 전하려 오랑캐 땅으로 갔노라.
울부짖는 파도 속에서 큰 배를 대해에 띄운 채
아득히 끝도 보이지 않는 큰 파도를 건너 멀리 갔노라.
거대한 파도에 옥 같은 물결 솟구치고
무리 지은 산들은 푸른 소라처럼 은은하게 떠 있었지.
참파 왕국의 항구에서 잠시 쉬었다가
돛 올리고 신속하게 자바 왕국에 이르렀지.
자바 왕국은 중원 땅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
날씨는 찌는 듯했고 사람들 생김새도 특이했지.
모자도 쓰지 않고 맨발에 이상한 말을 쓰고
의관에도 익숙하지 않고 예의도 엉성했지.
천자의 조서(詔書) 이르니 대부분 환호성 울렸고
오랑캐 추장들 다투어 맞이했지.
남방의 기이한 보물 멀리까지 조공으로 바치며
은혜를 생각하고 인의를 흠모하여 충성을 맹서했지.
자바 왕국에서 또 서양으로 가니
삼보자(三佛齊)를 지나 다섯 섬에 이르렀지.
수마트라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
선박 몰고 온 이역의 상인들 이곳을 지나 모였지.
여기에서 함대를 나누어 실란으로 가고
코친과 캘리컷, 여러 번국으로 갔지.
약수(弱水)의 남쪽 해안에 몰디브 왕국이 있는데
가는 길 아득하고 더욱 험난했지.
서역으로 가려고 까마득히 먼 곳을 유심히 바라보지만
그저 푸른 하늘에 이어져 반짝이는 물결만 보였지.
사공은 방향을 몰라 고개만 쳐들고 있었으니
오로지 별자리만 보고 동서남북을 정했지.
호르무즈 근해 옆에는
대완국과 미식국의 상인들이 오갔지.
듣자 하니 장건(張騫)은 외딴 이역에 사신으로 갔다던데
당대에 천자의 은택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서생이 사역에 따라 나서니 얼마나 비천한가?
외람되게 사신 모시고 두루 돌아다녔지.
높은 산 큰 파도 본 적이 드물고
진기한 이역의 보물 이제 처음 보았지.
둘러보니 세상은 끝이 없고
하늘 가장자리 땅 끝까지 모두 천자의 신하일세.
성스럽고 현명한 황제 중원과 오랑캐를 합쳐 통일하였으니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누가 비견될 수 있으랴?
천자의 사신으로 애써 일하며 늦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때마침 남풍 불어 돌아갈 길 일러주었지.
거대한 풍랑 속에 배를 모니 노니는 용과 같았고
먼 이역 되돌아보니 안개로 나뉘어 있구나.
경사에 돌아와 황궁에 들어가 보니
대전 섬돌에 바치는 것들 모두 진기한 것들일세.
겹 눈동자로 살펴보며 용안에 희색 어리고
골고루 벼슬 나눠 주셔서 은택이 새롭구나!

회계산초 마환

皇華使者承天敕, 宣布綸音往夷域.
鯨舟吼浪泛滄溟, 遠涉洪濤渺無極.
洪濤浩浩涌瓊波, 群山隱隱浮靑螺.
占城港口暫停憩, 揚帆迅速來闍婆.
闍婆遠隔中華地, 天氣蒸人人物異.
科頭裸足語侏㒧, 不習衣冠疎禮義.
天書到處多歡聲, 蠻首酋長爭相迎.
南金異寶遠馳貢, 懷恩慕義攄忠誠.
闍婆又往西洋去, 三佛齊過臨五嶼.
蘇門答剌峙中流, 海舶番商經此聚.
自此分䑸往錫蘭, 柯枝古俚連諸番.
弱水南濱溜山國, 去路茫茫更險艱.
欲投西域遙凝目, 但見波光接天綠.
舟人矯首混東西, 惟指星辰定南北.
忽魯謨斯近海傍, 大宛米息通行商.
曾聞博望使絶域, 何如當代覃恩光.
書生從役何卑賤, 使節叨陪遊覽遍.
高山巨浪罕曾觀, 異寶奇珍今始見.
俯仰堪輿無有垠, 際天極地皆王臣.
聖明一統混華夏, 曠古於今孰可倫.
使節勤勞恐遲暮, 時値南風指歸路.
舟行巨浪若遊龍, 回首遐荒隔烟霧.
歸到京華覲紫宸, 龍墀獻納皆奇珍.
重瞳一顧天顔喜, 爵祿均頒雨露新.

會稽山樵馬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