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목杜牧 이른 가을 객사에서早秋客舍

이른 가을 객사에서 早秋客舍/당唐 두목杜牧

風吹一片葉 나뭇잎 하나 바람에 떨어지니
萬物已驚秋 만물에 가을이 온 걸 알겠네
獨夜他鄉淚 타향의 외로운 밤 눈물지으니
年年爲客愁 해마다 떠도는 신세 서글프네
別離何處盡 어느 곳인들 이별이 다하며
搖落幾時休 어느 때인들 조락이 없으리
不及磻溪叟 한가한 몸으로 늘 자유로웠던
身閑長自由 반계 노인 강태공만 못하구나

이 시를 두목(杜牧, 803~852)이 언제 지었는지 알 수 없다. 두목은 지방 관찰사나 절도사의 막료를 여러 차례 지냈고 또 자사로 여러 번 나갔다. 이런 시기에 향수를 느끼는 시를 쓰곤 했으니 이 시도 이 때 지어진 것으로 보이며 다소간의 감정 과잉은 엿보인다. 그러나 이 또한 시인의 진실한 감정이다.

바람이 나뭇잎 하나에 분다는 말은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경추(驚秋)는 사람이 가을에 놀란다는 말이 아니라 초목에 갑자기 온도가 떨어지고 서풍이 불어 가을이 온 것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니 당연 만물이 그 주체이다. 그러므로 1, 2구의 의미는 우연히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고 초목에 벌써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는 말이 된다.

이별은 어느 곳에 사는 사람이나 다 겪는 것이라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다하지 않을 것이며 조락의 계절은 어느 해라도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법이다. 이런 데서 느끼는 슬픔과 쓸쓸함과 고독감은 어느 곳에 사는 누구라도 피할 길이 없다. 내가 무슨 광영을 보자고 이런 타향에서 벼슬살이를 하며 가고 싶은 고향에도 가지 못한단 말인가.

마지막 2구는 유수구(流水句)이다. 물처럼 다음 구로 그대로 의미가 이어진다는 말이다. 이번에 심양 공항에서 심양역으로 들어오는 길에 순환 버스를 탔는데 좌석 번호 [座位号] 란에 ‘유수(流水)’라고 적혀 있었다. 즉 타는 순서대로 앉으라는 말일 것이다. 유수구도 이와 마찬가지로 죽 순서대로 의미가 다음구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즉 6구의 ‘신한장자유(身閑長自由)’ 전체의 주어는 앞 구의 반계수(磻溪叟)이다. 따라서 불급(不及)은 다음구의 끝인 ‘장자유(長自由)’까지 걸린다.

반계(磻溪)는 섬서성(陝西省) 보계(寶鷄)에 있는 위수(渭水)로 흘러드는 계곡 이름이다. 지금 조어대(釣魚臺) 명승지가 있는 곳이다. 강태공(姜太公), 즉 여상(呂尙)이 여기서 자신을 등용해줄 인물을 기다리며 낚시를 하다가 마침내 주(周)나라 문왕(文王)을 만나 등용된 고사가 전해온다.

그럼 왜 하필이면 여상을 말하였을까? 두목의 고향이 바로 지금의 서안, 즉 경조(京兆) 만년현(萬年縣)이기 때문이다. 이 만년현 북쪽에 위수가 있고 반계는 위수의 서쪽 보계에 있는 지류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강태공은 자기 동네에 가만히 앉아 정승이 되어 천추에 빛나는 공업을 세웠지만 자신은 떠돌아다니며 아무 이룩한 것도 없이 향수에 시달리고 있다. 일종의 자괴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강태공에 자신을 비교하였다는 것 자체가 두목의 자부와 포부 역시 보여준다.

어제 소개한 <가을 저녁[秋夕]>이 궁녀의 고독으로 가을의 깊은 냉기를 실감했다면 오늘 이 시는 조락의 계절에 나그네의 향수가 빚어내는 쓸쓸함을 맛보게 된다.

陝西 寶鷄 磻溪 子牙釣臺, 출처 快乐老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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