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두목杜牧 제안군에서 우연히 쓰다齊安郡中遇題

제안군에서 우연히 쓰다 齊安郡中遇題/당唐 두목杜牧

兩竿落日溪橋上 계곡 다리 위엔 두 장대 남은 석양
半縷輕煙柳影中 버드나무 그늘엔 반 가닥 저녁연기 
多少綠荷相倚恨 기대 선 다소의 푸른 연잎 한 품고
一時回首背西風 일시에 머리 돌려 가을바람 등지네

제목에 제안군(齊安郡)이라 한 것은 지금의 호북성 황주(黃州)를 말한다. 두목(杜牧, 803~852)은 842년 40세의 나이로 장안을 떠나 황주 자사(黃州刺史)로 오게 되었는데 이 시는 그때 지은 작품이다. 145회에 소개한 시는 황주에서 봄에, 이 시는 가을에 지은 작품이다. 이 시는 본래 동일 제목에 2편이 있는데 그중 한 편이다.

화려한 여름의 계절은 가고 연잎에도 조락의 시기가 닥쳐왔다. 서풍, 즉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계곡에 무성한 연잎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어 선 채 그 바람을 등지며 머리를 돌리고 있다. 연잎끼리리 서로 의지하면서 서풍에 원한을 품기라도 한 듯이.

서쪽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계곡 위 다리에서 대나무 장대 두 개를 이어 놓은 높이만큼 낮아졌다고 표현하였다. 흔히 우리말로 두 뼘 남았다는 말과 같다. 버드나무 그늘 속으로는 저녁밥을 짓는 연기가 흔들거리며 들어가는데 바람이 불어 연기가 끊어져 있기 때문에 한 가닥이라 하지 않고 반 가닥이라 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울적한 심사를 연잎에 투영하여 표현한 뒤 2구의 함의가 독특한 시경(詩境)을 창조하고 있다. 시인이 일부러 이렇게 고안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우연히 이런 독특한 풍경을 만나 자신의 뜻을 붙였기 때문에 제목에 ‘우연히 제하다’라는 말을 넣은 것이다.

가을바람에 연잎의 등이 휘어진 것을 보면 이 시가 떠오를 것이다. 이제 가을 손님이 동구밖에 들어섰는가 보다.

郭熙, <溪山秋霁图>,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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