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장구령張九齡 당신이 가신 뒤로는自君之出矣

당신이 가신 뒤로는自君之出矣/당唐 장구령張九齡

自君之出矣 당신이 집을 떠난 뒤로는
不復理殘機 더 이상 베를 짜지 않아요
思君如滿月 그리움은 보름달과 같은데
夜夜減清輝 밤마다 그 빛이 줄어들어요

장구령(張九齡, 678~740)은 재상까지 지낸 관료로 성당 때의 시인이다. 이 시는 육조 시대에 이 시의 첫 구로 시작하는 노래가 유행한 것을 기초로 지은 작품이다. 집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이런 민요는 《시경》에 기원한다. 그 기원이 된 <위풍(衛風)>의 <백혜(伯兮)> 시 한 연을 먼저 읽어본다.

自伯之東 당신이 동쪽으로 간 뒤론
首如飛蓬 내 머리는 날리는 개망초
豈無膏沐 용모를 꾸밀 줄 모르랴만
誰適爲容 누구를 위해 모양을 낼까

남편이 멀리 집을 떠난 뒤론 용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머리를 깨끗이 감고 기름을 곱게 바를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해 그렇게 용모를 단장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리운 마음을 하소연하는 말이다. 고목(膏沐)은 바로 머리에 윤기 나는 기름을 바르는 것과 머리를 감는 것을 말한다.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름달과 같다는 표현이 매우 평범한 가운데 묘미가 있다. 보름달은 가득 차 있고 그 빛이 아주 밝다.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에서 그 달빛이 줄어든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줄어든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남편이 떠난 뒤론 사는 게 재미가 없어 밥도 안 먹고 베도 안 짠다는 사람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견디지 못하여 얼굴이 수척해 반쪽이 되어간다는 말일 것이다. 즉 달은 바로 이 여인의 얼굴이다.

실제 자연의 보름달도 보름이 지나면 점점 한 쪽이 줄어들면서 이지러졌다가 이내 반달이 되고 또 그믐달이 된다.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반쪽이 되어 간다는 말을 그 맑은 빛이 줄어든다고 말한 것이다. 즉 달빛이 줄어든다는 것은 달의 밝기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달이 이지러지는 것, 주인공의 얼굴이 야위어 가고 수척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움 때문이다.

그럼 이 시는 사랑을 노래한 시일까?
장구령 본인의 경험이 아닌듯한 데도 이런 시를 지은 이유는 백성이 근심하는 것을 알고 정사에 반영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백성들의 이런 괴로움을 깊이 헤아려 군역의 부담을 덜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의 실행 유무와 관계가 없이 예전 시 창작의 한 문화 양상이라고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똑 같은 내용이지만 난세에 원망하는 사람들이 이런 시를 지으면 원망의 의미가 담기지만, 치세에 정치하는 사람이 이런 시를 짓는 것은 경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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