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내곡來鵠매미 소리를 들으며聞蟬

당唐 내곡來鵠/매미 소리를 들으며聞蟬

綠槐陰裏一聲新 회화나무 녹음 속에 매미 소리 들리는데
霧薄風輕力未勻 옅은 안개 가벼운 바람 소리마다 다르네 
莫道聞時總惆悵 이 소리 듣고 모두 슬퍼한다 말하지 말라
有愁人有不愁人 슬픈 사람도 있고 그렇잖은 사람도 있거니

내곡(來鵠, ?-883)은 당나라 예장(豫章) 사람으로 초년에는 불운했으나 말년에는 높은 관직을 누린 사람이다. 이 시는 지난 209회에 소개한 백거이의 시를 보고 쓴 시가 분명해 보인다. 백거이가 회화나무에서 우는 매미 소리를 듣고 계절이 지나가는 감상에 환로에 대한 자신의 불평이 촉발되어 그 상심을 시로 담아 친구인 유우석에게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벼슬을 한 사람들의 시를 보면 시가 오묘하거나 깊지는 않아도 원만하고 온유한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시도 평범한 것 같지만 사물을 대하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는 삶에 대한 원숙한 안목이 엿보인다.

매미는 보통 한여름이 되어 울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몇 마리 울다가 점점 숫자가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매미들이 각자 우는 철이 다르기 때문에 날짜에 따라 그 소리도 자꾸 변한다.

처음에 ‘일성신(一聲新)’이라 한 것은 ‘처음 듣는 매미 한 마리의 소리’라기 보다는 ‘처음 듣는 매미 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신(新)은 매미 소리를 처음 자각한 것을 의미한다.

‘무박풍경력미균(霧薄風輕力未勻)’이라는 말은 ‘옅은 안개와 가벼운 바람이 부는 날씨에 여러 매미 소리가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 39회에 소개한 양거원(楊巨源)의 <장안성 동쪽의 이른 봄(城東早春)>에 ‘버들에 반 정도 노란 싹이 틀 무렵[綠柳纔黃半未勻]’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여기서 ’반미균(半未勻)‘은 ‘반은 아직 균일하지 않다.’ 즉, 아직 황색으로 버들가지가 변하지 않은 것이 절반은 된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력미균(力未勻)’이라는 말도 매미의 종류에 따라 우는 힘이 다르다‘는 의미이지 매미 한 마리가 처음과 중간, 끝에 따라 소리를 다르게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떤 매미라도 처음 울 때는 소리가 다소 약한데 좀 지나면 그 소리가 커진다고 시골의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이렇게 보면 앞에 묘사한 안개나 바람은 매미가 우는 여름철 날씨를 묘사한 것이지 매미 울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닌 것이다.

시골에 와서 매미 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고 물으니, ‘일하기 바빠 그런 것 생각할 여가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매미가 맴맴 우는 것은 ‘빨리 밭을 매라고 그렇게 우는 것이다.’라고도 한다. 매미 울음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이 참으로 당연하지만, 유명한 문인이 먼저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그에 대한 계승과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학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齊白石, <蟬>

365일 한시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