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첫 매미 소리를 듣고 유우석에게 시를 지어 주며聞新蟬贈劉二十八

첫 매미 소리를 듣고 유우석에게 시를 지어 주며聞新蟬贈劉二十八/당唐 백거이白居易

蟬發一聲時 매미가 처음 울음을 우는 이때
槐花帶兩枝 회화나무 꽃 두 가지만 남았네 
只應催我老 그저 어서 빨리 늙고 싶을 뿐
兼遣報君知 아울러 그대에게도 알려 주네
白髮生頭速 흰 머리털은 머리에 빨리 나고
青雲入手遲 청운의 꿈은 달성하기 어렵네 
無過一杯酒 이럴 땐 도리 없지 한 잔 술을
相勸數開眉 서로 권하며 자주 웃는 수밖에

828년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57세 때 장안에서 형부 시랑(刑部侍郎)을 하고 있을 때 지은 시이다. 유이십팔(劉二十八)은 유우석(劉禹錫, 772~842)을 말한다. 백거이가 유우석에게 준 시가 여러 편 있다.

유우석이라고 하지 않고 왜 ‘유28’ 이런 식으로 부를까? 이는 일종의 높이는 의미가 있다. 중국에는 보통 4촌 정도의 범위에서 한 집안의 같은 항렬 형제를 통틀어 배항(排行), 즉 서열을 숫자로 정한다. 남녀를 구분하여 나이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다. 가령 유씨 집안의 장남은 유대(劉大)가 되고 그 다음은 유2, 유3, 이런 식으로 나가니까 유우석의 경우는 사촌 남자 형들이 27명이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씨족 마을이라 해도 한 동네에 모여 살 뿐이지 한 집에 몇 대가 모여 살지는 않는다. 가령 4대가 한 집안에 살아도 주로 장남을 위주로 하고 결혼하지 않은 자식이 같이 붙어살지 결혼을 하면 분가해서 새로 집을 마련한다. 이와 달리 중국은 당나라 때 장공예(張公藝)의 경우는 한 집안에 9대 900명 정도가 모여 살았고 남당(南唐) 시기 진포(陳褒)는 10대의 후손 700명이 함께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경우에 그 사람의 고유 이름 대신에 숫자를 쓰면 편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시골에 가면 가끔 자식이 10명이 넘는 경우 자식 이름이 생각이 안나 숫자로 부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 때는 시기적으로 백거이의 관직 생활 중 가장 득의 할 때이다. 그런데 시의 정조는 우울하고 상심에 젖어 있다. 회화나무 꽃이 이제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매미 우는 소리를 듣자 가을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신의 늙음을 자각하고 차라리 더 빨리 늙게 해달라고 다소 속이 꼬인 어투로 말한다. 머리는 자꾸 세어 가는데 공명은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런 것으로 보아 당시 백거이가 재상이 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이런 감개에 젖은 것으로 주금성(朱金城)은 보고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다.

이 시를 전해 받은 유우석은 다음해에 백거이에게 이런 답시를 보냈다.

蟬韻極清切 매미 울음소리는 극히 맑은데
始聞何處悲 듣건대 어디서 슬프다고 하나
人含不平意 사람은 불평스런 마음이 있고
景值欲秋時 풍경은 가을이 올 무렵이기에
此歲方晼晚 이 해도 어느덧 저물어 가니
誰家無別離 어느 집인들 이별이 없겠는가
君言催我老 그대 빨리 늙고 싶다 말했는데 
已是去年詩 그 시도 이미 지난해의 시라네

유우석이 보기에 매미 소리는 본래 맑기 그지없는데 백거이가 슬픔을 느낀 것은 불평스런 마음이 있는 가운데 가을이 오는 풍경을 만나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빨리 늙고 싶다는 백거이의 말에 자네가 부친 시도 이미 지난해의 시가 되고 말았다고 응답한다. 백거이가 한 때의 상심을 누르지 못해 쓴 시에 대해 자네가 작년에 느낀 마음도 이제 세월과 함께 다 흘러가 버린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요즘은 나의 편지나 글에 상대가 몇 분, 몇 초 안에 응답하기는 하지만 금방 또 사이가 틀어지고 원수로 변하기도 한다. 아무도 위안이 되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야만 하는 것도 있다. 백거이와 유우석의 시는 인간의 감정과 계절, 시간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서서히 가을이 오는 모양이다.

江苹, <月夜树蝉图>, 출처 昵图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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