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원진元稹 6월의 절기 소서小暑六月節

6월의 절기 소서小暑六月節 /당唐 원진元稹

倏忽溫風至 문득 뜨거운 바람 불어와 
因循小暑來 다시 소서 절기 돌아왔네
竹喧先覺雨 비가 오려나 대숲이 소란하고
山暗已聞雷 우레 울더니 산이 컴컴해지네
戶牖深青靄 문과 창엔 푸르른 안개 짙고
階庭長綠苔 계단과 뜰엔 파란 이끼 자라네
鷹鸇新習學 매는 사냥하는 법을 익히고
蟋蟀莫相催 귀뚜라미는 아직 울지 않네

어제가 소서(小暑)였다. 음력 6월 5일이니 여름의 마지막 달인 계하(季夏)이다. 이 시는 <24절기를 노래한 시[詠卄四氣詩]> 24편 중 1편이다. 제목에 ‘소서’라고 한 다음에 다시 ‘6월절’이라 다시 밝힌 것은 그 때문이다. 요즘 언어감각으로는 ‘24절기 소서’라고 써야 할 대목이지만 예전 사람은 이렇게 반대로 쓰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낀 것이다. 마치 예전 사람들이 편 이름을 먼저 쓴 다음 권수를 밝히는 방식과 비슷한 감각이다.

이 시는 그냥 봐서는 무슨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예기》 <월령(月令)>의 계하(季夏)를 서술한 “계하의 달에는…… 뜨거운 바람이 비로소 불어오며, 귀뚜라미는 벽에 숨어 있고, 매 새끼는 사냥하는 것을 배우며, 썩은 풀에서는 반딧불이가 생긴다.[季夏之月, ……溫風始至, 蟋蟀居壁, 鷹乃學習, 腐草爲螢.]라는 대목을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즉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은 시가 아니라 24절기에 맞게 고전을 살펴보고 지은 시이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상 여름도 벌써 마지막 달이다.

온풍(溫風)은 여기서는 열풍(熱風)의 의미로 쓰였다. ‘막상최(莫相催)’는 ‘서로 재촉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말 뜻은 ‘서로 경쟁하듯이 울지 않는다.’는 말이니, 아직 벽 속에 칩거하고 있지 야외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 시의 가운데 4구를 보면 모두 대구이며 비와 관련되어 있다. 얼핏 ‘소서’는 그 이름처럼 더위를 연상하지만 실제 이 기간에 비가 많이 오니 오히려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다.

대숲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비가 오는 것을 미리 감지할 수 있고, 산에 먹구름이 몰려와 컴컴해지기 전에 우레가 하늘이 쪼개져라 울린다. 문과 창을 열면 습하고 푸른 안개가 끼어 있고, 마당과 뜰, 계단 귀퉁이에는 파랗게 이끼가 자라난다. 이런 음산한 날씨는 매 새끼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여 사냥법을 익히고 있고, 귀뚜라미는 가을을 준비하며 집의 벽이나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다.

시에 사용된 고전은 오랜 지식의 축적을 담고 있고 실제 사물의 생리는 매우 구체적이다. 예전 시인들이 시를 쓰는 것을 보면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원진(元稹, 779~831)은 낙양 사람으로 젊었을 때 백거이와 함께 신악부(新樂府)를 주창한 적이 있어 당시 사람들이 두 사람을 ‘원백(元白)’이라 불렀다. 다만 원진은 백거이와 달리 북위 탁발씨의 후손이라 집안이 좋았고 고관을 역임하고 재상까지 지냈다.

출처 金鹰纪实卫视 新浪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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