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이백李白 여름날 산속에서 夏日山中

여름날 산속에서 夏日山中/당唐 이백李白

懶搖白羽扇 백우선 건들건들 부치며
裸袒青林中 푸른 숲에 옷 벗고 있네
脫巾掛石壁 두건은 바위에 벗어놓고
露頂灑松風 맨 머리로 솔바람을 쐬네

백우선은 제갈공명이 사용한 부채로 유명하다. 흰 새의 깃털로 만든 부채라 종이처럼 쉽게 찢어지거나 물에 손상될 염려가 없다. 보통 선비들은 관을 쓰는데 은자들은 주로 두건을 쓴다. 폭포나 계곡물이 바위 위에 쏟아질 때도 ‘걸리다(掛)’라고 표현하므로 ‘괘석벽(掛石壁)’은 바위 위에 두건을 벗어 놓은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나단(裸袒)’은 가슴을 풀어헤치는 것에서부터 웃옷을 벗는 것, 알몸으로 있는 것까지 폭 넓게 사용하므로 이 시의 구체적 상황은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더운 날씨에 산 속에서 게으름을 만끽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시가 일기가성으로 지어졌다. 게으르니 옷을 제대로 안 입고, 옷을 안 입으니 두건일랑 바위에 대충 던져 놓고, 두건이 없으니 맨 머리로 시원하게 솔바람을 쐰다.

시 전체의 정조를 관장하는 글자가 나(懶) 자이다. 더운 여름의 자연스러운 성정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이라는 상황에서 예교의 구속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정취를 담고 있어 탈속, 호방 등의 말로 표현하는 시선 이백의 시풍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이 시를 읽어가다가 마지막 구절을 대하면 마치 머리 위로 시원한 솔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훌훌 벗어던지고 숲 속에서 솔바람을 쐰다는 상상만으로도 통쾌하다.

宋 马麟 《静听松风图》 출처 孔夫子旧书网

365일 한시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