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범성대范成大 날이 개어 기뻐하며喜晴

날이 개어 기뻐하며喜晴/송宋 범성대范成大

窓間梅熟落蒂 창 앞엔 매실 익어 땅에 떨어지고 
墻下筍成出林 담장엔 죽순 자라 숲 위로 나왔네
連雨不知春去 연이은 비에 봄이 간 줄 몰랐더니
一晴方覺夏深 날이 개자 여름이 깊은 줄 알겠네

범성대(范成大, 1126~1193)의 시를 153회에 이어 두 번째로 본다. 그 때도 매실이 나왔는데 이번에도 매실이 나온다. 범성대는 매화와 국화를 좋아해서 품종이나 재배 방법 등 여러 전문 지식을 적은 《매보(梅譜)》, 《국보(菊譜)》를 편찬하였다. 이 시에서 낙체(落蒂)라는 구체적 표현이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그런 영향일 것이다.

우리나라엔 널리 유행하지 못하였는데 이 시는 6언 시이다. 흔히 5언과 7언 시를 접해서 그렇지 실제로 시는 3언, 4언, 5언, 6언, 7언, 그리고 장단구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고대에는 시경체의 4언시가 많았는데 한나라 이래 5언시가 점점 늘어나더니 당나라에 접어들 무렵엔 5언과 7언이 크게 유행하였을 뿐이다. 아마도 뜻을 풍부히 하는 것과 음악성 등을 고려하여 어떤 최적의 지점을 찾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시체를 지어 왔는데 특히 묘지명의 명사가 고풍을 선호하였으며, 부(賦)는 여전히 여러 구가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대개 5언은 2,3으로 7언은 4,3으로 구가 나누어지는데 이 시에서 보는 것처럼 6언은 2자씩 끊어진다. 이 시는 1,2 구와 3,4구가 각각 정묘한 대구로 이루어졌다. 가령 매실이 떨어진 것은 매실 꼭지에서 매실이 빠졌다는 의미로 ‘낙체(落蒂)’라 표현한 것에 대하여, 뒤에서 죽순이 자라 다른 나무들 위로 솟아났다는 의미로 ‘출림(出林)’이라고 쓴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대구를 유념해서 보면 창간(窓間)은 ‘창문 사이’가 아니고 ‘창문의 영역 범위’를 지칭하는 말로 ‘창문으로 보면 바로 보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장하(墻下) 역시 ‘담장 아래’가 아니라 ‘담장의 영역에 있는 곳’ 즉 담장 주변이란 의미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계절이 변하는 것을 서서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 갑자기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만상에 온화한 기운이 깃들고 초목에 싹이 트고 꽃이 피던 봄이 전개되더니 오래도록 비가 왔다. 매우(梅雨)이다. 이 매우가 그치니 비로소 주변의 사물이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매실은 어느새 꼭지에서 빠져 땅에 떨어지고 보이지 않던 대나무가 담장 위로 여기저기 자라난 것이다. 시인은 실감한다. 아, 여름이구나!

출처 新浪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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