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한시-당唐 호영능胡令能 낚시하는 아이小兒垂釣

낚시하는 아이小兒垂釣/당唐 호영능胡令能

蓬頭稚子學垂綸 더벅머리 아이가 낚시를 배우는지
側坐莓苔草映身 이끼 옆에 앉아 풀이 가리고 있네
路人借問遙招手 행인이 말을 걸자 손짓으로 부르니
怕得魚驚不應人 고기가 놀랄까봐 말대답을 못하네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가 빚어내는 재미나는 일을 소재로 한 독특한 시이다. 고기가 놀랄까봐 행인의 물음에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손짓으로 오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 평탄한 일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낚싯줄을 드리우다[垂綸]’ 라는 말은 강태공을 소재로 한 유신(庾信)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아이가 처음 낚시에 재미를 붙이는 상황이라 배울 학(學) 자를 썼다. ‘매태(莓苔)’는 이끼이다. 이끼는 축축해서 통상 이런 곳을 피해 앉는다. 그런데 지금 아이가 이끼 옆에 붙어 앉은 것은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이다. 풀이 아이의 몸을 비춘다는 말은 아이의 몸을 가리고 있다는 말이다.

‘멀리서 손짓해 부르다.[遙招手]’는 말의 주체는 누구일까? 시의 맥락으로 볼 때 지나가는 행인도 될 것 같고 아이도 될 것 같다. 다만 그 주체를 지나가는 행인으로 설정하면 마지막 구와 조응이 잘 안 된다. 고기가 놀랄까봐 말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말은 말 대신 다른 수단으로 응답한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손짓해 부르는 주체가 아이가 되어야지 전후의 인과 관계가 잘 호응이 된다.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 입장에서 ‘저 놈이 냉큼 대답하지 않고 왜 어른을 손짓해 부르나?’라는 의혹의 상황이 설정되어 그 이후의 해명 상황이 시의 여운으로 남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른이 손짓해 부르며 아이에게 말을 거는데 아무 대답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 사람의 일반 생리에 닿지 않는다.

낚시에 몰두한 아이의 귀여우면서도 독특한 행동을 이렇게 정채 있게 시로 지어내려면 평소 이런 낚시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포착하여 언어로 표현해 내는 문학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호영능(胡令能, 785~826)은 정주(鄭州) 중모현(中牟縣) 사람으로 보전(甫田)에 은거한 시인이다. 집이 가난해 어렸을 때부터 거울을 닦거나 그릇, 항아리 등을 수선하는 일을 하여 호정교(胡釘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교(釘鉸)는 못과 가위를 의미하는 말이니 그가 수선할 때 사용하는 재료와 연장으로 그를 부른 셈이다. 우리말로는 ‘땜장이’ 비슷한 말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배를 가르고 책 한 권을 넣어주는 꿈을 꾼 뒤로 시를 짓게 되었다 한다. 시어가 쉬우면서도 구성이 치밀하며 생활 정취를 내용으로 하는 시풍을 지니고 있다. 현재 7언 절구 4수가 전한다. 이 시 한수로도 이 시인의 역량이 예사롭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宋 馬遠, 寒江独釣圖, 출처 搜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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