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샤오타오馬小淘-벌거숭이 부부毛坯夫妻 10

벌거숭이 부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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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놘은 자는 시간이 갈수록 늦어졌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갈수록 일러졌다. 그녀가 잠드는 시간은 한밤중에서 점차 이튿날 새벽으로 미뤄졌다. 레이례는 졸린 눈을 뜰 때마다 그녀가 꾸역꾸역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어느 날 그녀는 거기 있지 않고, 잠든 고양이를 안은 채 낡은 천이 덮인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넋을 잃은 그 모습은 손도 안 댄 벌거숭이 거실과 잘 어울렸고 그야말로 성냥팔이 소녀와 똑같았다. 레이례가 왜 안 자느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그냥 밤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느낌이어서 조금 늦게 자려는 것뿐인데도 저절로 밤을 새게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녀가 일어나는 시간도 덩달아 늦어졌다. 어느 날인가는 레이례가 퇴근해 돌아왔을 때 막 이를 닦는 중이었다. 입 안에 가득한 거품을 그에게 넘기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그녀는 깡충 뛰어오르며 웃었다.

“딱 맞춰 왔네, 우리 아침 먹자.”

레이례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혹시 주제넘게, 생각이 지구에 있지 않은 달의 여신과 결혼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그는 그날 점심 때 루루가 황급히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일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평소에는 거의 연락을 안 했다. 연초에 문자로 신년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약 그녀가 샤오놘의 친한 친구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그저 서먹서먹한 선후배 사이에 그쳤을 것이다.

“선배, 샤오놘한테 연락돼요? 휴대폰이 꺼져 있어요.”

루루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샤오놘은 자고 있어.”
“그러면 집 전화번호 좀 알려줘요.”
“우리는 집 전화가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샤오놘한테 연락하죠?”
“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수밖에 없지.”

사진 Tobias Röder

레이례는 쓴웃음을 지었다. 점심에는 당연히 샤오놘에게 연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미 올빼미가 된 그녀에게는 낮이 없었다.

“무슨 드라큘라도 아니고, 선배는 그걸 어떻게 견뎌요? 선배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응, 아무도 연락이 안 돼. 샤오놘은 낮에 자야 해. 주말에만 조금 일찍 일어나. 내가 집에 있으니까. 평상시에 낮에는 늘 샤오놘 혼자 집에서 자고 있어.”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좋은 일이 있는데 연락이 안 되니……”

알고 보니 루루가 샤오놘을 찾은 것은, 자기가 만드는 프로그램의 임시 아나운서가 일을 그만둬서 좋은 기회다 싶어 샤오놘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급박해서 반드시 그날 오후에 오디션을 봐야만 했다. 하지만 루루와 레이례는 근무를 해야만 해서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그러니까 가서 문을 두드려 샤오놘을 깨울 사람이 없었다. 그녀의 꿈속에라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누구도 그녀에게 연락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낮의 현실 세계에서 그녀는 이미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던 것이다.

오후에 레이레는 샤오놘의 MSN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24시 중 16시였다. 샤오놘이 세수를 이미 마쳤고 또 당장 집에서 달려 나온다고 해도, 그들의 집이 동쪽 교외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6시는 돼야 루루의 방송국에 닿을 수 있었다. 레이례는 그래도 요행을 바라고 루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두 사람 다 대단들 하네. 지금이 몇 시인데요? 진즉에 사람 뽑았죠. 요즘처럼 일은 적고 사람은 많은 때에 샤오놘은 잠이나 자고 참 속도 편하네요. 걔한테 일자리를 찾아주고 거실 인테리어 비용을 보태게 하는 건 아무래도 그른 것 같네요……”

루루가 그렇게 말하리라는 것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레이례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대학 시절 샤오놘의 전공 실력이 루루보다 나았던 사실이 떠올랐다. 언젠가 두 사람에게 외부 더빙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줬는데 업체 사람은 몇 마디 테스트를 해보더니 샤오놘만 마음에 들어 하고 루루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돌아온 뒤에 샤오놘은 계속 미안해했고 혹시 루루가 마음이 상해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질까 두려워했다. 다행히 그 일은 별 탈 없이 지나갔으며 지금은 오히려 루루가 사회에 자리를 잡고 샤오놘은 집에서 노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청년 백수와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엄청난 격차가 생겨, 본래 둘이 같은 과 같은 반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레이례는 MSN으로 샤오놘에게 점심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녀가 조금 속상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로 아주 담담하게 반응했다.

“나는 이 일하고는 인연이 없나 봐.”

그러고는 바로 자기가 점심 때 꾼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꿈에서 누가 나한테 케이크 굽는 걸 가르쳐준다고 했어. 그런데 그 조건으로 먼저 양파를 한 판 썰어야 한다는 거야.”

레이례는 화면 위에 양파 써는 것에 관한 수다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고 입을 삐죽였다. 케이크를 굽고, 양파를 썰고, 요즘 그녀는 정말 먹는 것밖에 몰랐으며 꿈조차 십중팔구 그랬다. 좋은 더빙 일을 놓치고도 정상적인 반응은 안 보이고 무심히 케이크와 양파에 관한 꿈 얘기나 하고 있었다.

“이거 어때?”

샤오놘의 대화창에 링크 하나가 떴다. 레이례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시큰둥하게 그 링크를 클릭했다. 배트윙 슬리브가 달린 후드집업 한 벌이 튀어나왔다. 밝은 남색에 불규칙하게 붉은색 점이 찍혀 있었으며 가격은 36위안이었다.

“좋네. 마음에 들면 사.”

사실 레이례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튀는 색깔과 디자인이 눈에 거슬렸다. 그는 샤오놘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녀는 틀림없이 베개에 눌린 머리를 하고서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흥미진진하게 옷들을 요모조모 따져보고 있을 것이다.

“안 사. 그냥 보는 거야.”
“알았어.”

레이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아내는 모든 신경을 인터넷에 쏟고 있었다. 희한한 옷과 고양이 카페, 미국 드라마 같은 다채로운 인터넷 콘텐츠가 샤오놘의 빈 시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동조해주는 척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나 무료했지만 또 너무나 즐거웠다. 그는 그녀의 즐거움을 깨뜨릴 수 없었고 또 자기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의심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세계 안에 있을까?

“나는 더빙하러 가. 혼자 잘 놀고 있어.”

레이례는 마지막 한 줄을 입력한 뒤 화면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실 그는 지금 할 일이 없었다.